- 제조사 반대 이유, 시장 주도권 약화 우려…미래부, “사실 왜곡 그만해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국회에 계류 중인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보조금 규제법 또는 단말기 유통법)안이 휴대폰 제조사 생존을 위협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제조사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 법안은 현재 제조사를 제외한 ▲정부 ▲통신사 ▲알뜰폰(MVNO, 이동전화재판매) ▲대리점 등 통신 시장 관리 및 참여자가 모두 찬성하고 있다.
19일 미래창조과학부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안) 관련 일부 제조사에 대한 당부’를 발표했다.
◆미래부, “제조사, 원가공개 아닌데 원가공개라고 왜곡”=미래부는 “일부 제조사가 사실관계를 충분히 인지하고 현재도 협의를 지속하고 있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해 주장하는 것은 건전한 산업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민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며 “우리 국민이 제조사를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점을 인식하고 단말기 유통시장의 건전한 경쟁과 중저가 단말기 시장의 형성에 노력해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삼성전자 등 제조사가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4가지다. 우선 국내 판매량과 장려금 등 영업비밀이 노출되면 해외 통신사와 협상력이 약화된다는 것과 국내 출고가 인하는 해외 판매가 인하로 이어져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하나다.
그러나 법안에는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원하는 자료는 단말기 원가 자료가 아니다. 조사를 위한 최소의 자료다. 또 대외 공개 목적이 아니어서 영업비밀을 공개한다는 제조사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미래부 설명이다.
◆영업비밀 노출, 위법 행위 없으면 걱정 안 해도 돼=국내 출고가와 해외 출고가는 동일하게 운영되지 않는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프리미엄폰과 베이직폰 국내 공급가는 각각 643.3(67만8000원)달러와 182.8달러(19만3000원)로 세계 2위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국내 휴대폰 평균 공급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415달러(43만7000원)다. 전 세계 평균 166달러에 비해 2.5배 높다. 2위 일본보다는 25달러(2만6000원) 4위 미국보다는 92달러(9만7000원)가 많다.
지난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조사 출고가 부풀리기를 적발해 발표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공개돼 법안에 반대한다는 근거를 제시하지만 이는 사안이 다르다. 공정위 건은 범죄사실 공표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영업비밀 노출 위험도 없다.
두 번째는 시장 교란 대상자로 제조사를 처벌하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는 논리다. 이는 제조사 주장이 맞다. 이런 법을 가진 나라는 없다. 다만 사는 시점과 장소에 따라 제품 가격이 200~300% 차이가 나는 나라도 없다. 제조사가 유통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국가도 없다. 미국의 경우 출고가와 통신사 보조금 및 제조사 장려금을 모두 공개한다. 유럽은 자급제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한다. 한국은 가격표시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시장 위축 불가피…국내 제조사, 판매량 국내 비중 10%이하=세 번째는 시장이 위축돼 후발 제조사는 존폐 위기에 처한다는 주장이다. 어느정도 사실이다. 국내 휴대폰 시장은 연간 2200만대 규모에서 올해 2000만대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시장이 줄면 타격이 크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국내 판매량이 해외 판매량과 비교하면 채 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팬택은 상황이 다르지만 특정 제조사의 시장 왜곡으로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미래부와 방통위는 보조금과 장려금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특정 시기 특정 장소에서 특정 제품만 과도한 보조금과 장려금을 주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일괄적 보조금 및 장려금 지급은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은 ‘갤럭시S4’가 17만원인데 아산은 5만원 부산은 60만원이면 불법이다. 전국에서 17만원에 파는 것은 문제 삼지 않는다.
◆제조사 속내, 수익 큰 국내 시장 체질 변화 원치 않아=네 번째는 가계 통신비 상승 주범은 제조사가 아닌 통신사라는 공세다. 제조사는 이 근거로 일반폰과 스마트폰은 가격 상승이 10~20%지만 통신비는 100% 이상 상승했다는 점을 든다.
가격이 덜 올랐다고 가계통신비 인상 요인에서 빠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제조사만 가계통신비 인상 주범으로 보고 있지 않다. 제조사와 통신사를 같은 선상에 두고 있다. 때문에 통신사뿐 아니라 제조사도 감시할 수 있도록 이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에는 단말기를 사지 않고 통신서비스만 가입하는 사람에게는 단말기 보조금만큼 추가 요금할인을 해주는 것을 의무화 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한편 제조사가 이 법안에 각종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것은 사실상 국내 시장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탓이 크다. 국내 휴대폰 시장은 1개 회사가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구조다. 중저가 제품보다 고가 제품을 많이 파는 것이 이익도 많이 난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런 기회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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