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조계 “빅데이터, 클라우드 시대에 옵트아웃(Opt-Out) 방식 도입해야”
[디지털데일리 이민형기자]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이 광범위한 개인정보 정의조항 등으로 인해 기존 사용자들의 불편과 신사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2주년을 맞은 지금 시대 변화에 따라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이 적절하게 조율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시안 마련을 위한 특별 세미나’에서 법조계 전문가들은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부분은 광범위한 개인정보의 범위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개인정보란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 성명, 주민번호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거나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뜻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 알아볼 수 있는 정보’다.
이성엽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전지자적 시각에서 식별가능성을 판단하게 돼 개인정보의 범위가 너무 넓어지는 문제가 발행한다”며 “결합의 용이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결합에 따른 비용과 시간이 업계 통상에서 요구되는 합리적인 수준일 경우에만 인정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지적했다.
또 구태언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사람과 관련된 정보는 모두 개인정보가 돼 개인정보보호의 범위가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며 “이는 결합 대상인 ‘다른 정보’의 범위를 제한하는 아무런 장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정당국은 개인들의 전화번호 뒷자리, 국제모바일기기식별코드(IMEI) 등을 개인정보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정보들은 개인정보를 판단하는 ‘개인식별성’과 ‘결합용의성’ 등이 결여돼 사실상 개인정보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주장이다.
아울러 법률상 무분별한 ‘동의’절차가 사업자의 업무효율성을 낮추고 오히려 사용자들의 자기정보통제권을 박탈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개인정보보호 법제에는 기본권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자신의 정보활용에 대한 동의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정보가 어디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통제하기 위한 것인데, 이러한 규제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빅데이터, 클라우드 시대에 과도한 개인정보보호는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뿐더러 개인의 불편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우민 국회 입법조사처 사무관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고 추정되는 모든 정보들에 대해 사전에 모든 사용자들의 동의를 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라며 “만약 이것이 현실화 될 경우 빅데이터 활용을 저해하는 결과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심 사무관의 주장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최소한으로 수집해 최대한으로 활용하자는 이른바 옵트아웃(Opt Out)을 고민할 시기가 왔다는 것이다.
개인정보에 있어 옵트아웃이란 사용자가 사용자가 거부의사를 밝혀야 개인정보 활용을 하지 않는 방식이다. 반대 방식은 옵트인(opt-in)이며, 국내 개인정보관련 법안은 대부분 옵트인 방식을 사용한다.
이에 대해 김경환 민후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옵트인 방식은 유지하는 대신 개인정보 수집이후 목적제한성을 완화하거나 이용의 요건을 지금보다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빅데이터 시대에 맞는 유연한 입법이 바람직 하다”고 말했다.
무의미한 동의절차를 없애고 사용자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의 개인정보 활용을 허가하자는 것이다.
개인정보의 국외이전 방식에 대해 김 변호사는 “형식적인 동의에 의존하기보다는 유연하게 다양한 제공절차를 규정하고 이를 그 실정에 맞게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개인정보의 범위, 옵트아웃과 더불어 개인정보의 국외이전 제도 정비, 개인정보보호법 상 형사처벌 조항의 개선, 손해배상책임과 집단소송의 개선 등이 논의됐다.
끝으로 이날 행사를 준비한 박인복 개인정보보호협의회 회장은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일부 현실에 맞지 않은 내용 등으로 인해 기업과 민간에 적지 않은 불편과 불만이 제기돼 왔다”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정부기관과 국민, 언론이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민형 기자>kik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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