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내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한쪽 벽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장비 반입을 기념해 만든 커다란 액자(AP2/E2 공장 장비반입식, World Best LTPS/OLED FAB)가 걸려 있다.
토키, 아바코, TEL코리아, DNS, 한국알박, 탑엔지니어링 등 장비 협력사 대표들은 해당 라인에 장비를 공급하고 LGD의 성공을 기원하는 글을 썼다. LG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자리를 옮긴 김종식 사장(당시 LGD 최고생산책임자)은 이렇게 적었다.
“OLED/LTPS 기필코 성공합시다”
액자에 적힌 장비 반입 날짜는 2009년 8월 12일. LGD는 올 3분기 플라스틱 기판 기반의 소형 OLED 패널을 생산, 출하하겠다고 했으니 장비 반입 4년 만에 정식 양산을 하게 되는 셈이다(삼성디스플레이는 2007년 10월 OLED 첫 양산). LGD는 2007년 LG전자 OLED 사업을 이관받아 조직을 통합, 2009년 이 같은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소형 사업에서 액정표시장치(LCD)에 집중하고 있는 LGD이지만 이 글귀를 보면 OLED 양산에 관한 그들의 열망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초기 4000장(기판 투입 기준) 규모로 OLED 패널을 소량 생산한 LGD는 2011년 노키아 등에 제품을 공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가 고해상도 AH-IPS 패널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우면서 소형 OLED 패널 사업은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에만 전념했다. AP2 라인에선 애플에 공급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LCD 패널이 주로 생산됐다.
22일 오후 파주 공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한상범 LGD 사장은 “중장기 투자는 LCD보다 OLED 쪽”이라며 “소형 OLED의 생산량 확대 투자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투자금으로 경쟁하면 우리가 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우선 아몰퍼스(저가), 옥사이드(중가), LTPS(고가) 라인에서 나온 제품으로 세그먼트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소형 OLED 증설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꺼려지는 이유로 “경쟁사와 우리의 고객 인프라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로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을 공급하며 분기당 1조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LCD 패널 사업은 중국 업체들의 시장 참여 및 과다 경쟁으로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LCD는 성장 모멘텀이 없다. 높은 이익을 기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LGD 입장에선 OLED도 이익을 높이기 위한 뚜렷한 해답이 아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라는 든든한 고객이 있지만 LGD는 그런 고객이 없다. 애플은 고해상도 LCD를 원하고, LG전자는 스마트폰 출하 물량이 많지 않다. LGD가 플라스틱 OLED가 양산될 AP2 라인의 생산 여력을 무작정 늘릴 수 없는 이유다.
한 사장은 “일단 우리 고객사들이 잘 돼야 한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중국의 중위권 휴대폰 업체를 신규 고객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면 성장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고객에게 저가 제품만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가, 고가 제품군도 어마어마하게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가 차별화된 다양한 제품으로 시장을 노크하면 승산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 사장은 “(물량 면에서)중국이 최고인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 및 샤프의 중소형 물량을 뺏어와 고객 기반을 단단하게 만들고 추후 OLED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장 중저가에선 중국과 대만, 고가에선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들과 경쟁해야하는 LGD인 것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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