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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IT개발자의 정년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정년 보장법 개정안’(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서 큰 진통없이 통과됐다. 현실적으로 60세 정년을 적용하는 기업이 20%에도 미치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정년 연장법’이다.


극심한 경기 불황과 기업들의 상시적인 구조조정, 비정규직의 확산, 저성장과 노령화 시대의 진입 등 현재 우리 경제의 팍팍한 노동시장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같은 ‘정년 연장 법제화’에 직장인들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정년 보장법은 기업 경영주에게는 물론 부담이 될 수 있겠으나 더 넓게보면 하나의 사회안전망으로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질 수 있다. 다만 임금 피크제 도입 등 60세 정년 보장을 위한 유연한 보완책이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대부분 직원수 300명 이하의 중소규모로 구성된 IT기업들에겐 정년이란 단어는 아직 익숙하지 않고, 피부에 와닿지 않는 듯하다. IT기업들은 대부분 일반 기업에 비해 연령층이 젊기때문에 정년이란 이슈가 크게 민감하지 않는 것이 틀린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착찹함이 가슴을 짓누른다.

IT기업에 다니는 근로자중 일반 관리직을 제외한 IT개발자들에게 혹시 '정년'을 얘기한다면 아마도 이런 냉소적인 반응이 대부분일 것이다. “아니 60세까지 IT개발자로 살라구요?”


물론 60세가 넘어서도 IT개발자로서 훌륭한 역량을 발휘하면서 후배들을 키우는 재미에 보람을 느끼고 살고 있는 개발자도 주위에 없지는 않다.
하지만 실제로 국내 IT개발 현장에서 60세까지 개발자로 활동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IT개발자 생활을 하다가 대부분 40세가 넘으면 퇴사해 프리랜서로 활동하려고 하는게 일반적이다. IT개발자의 고된 노동 현실과 상대적으로 박한 처우가 감히 ‘정년’까지 버틸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 정색하고 IT개발자의 처우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하면 언제나 그렇듯 우리나라 IT산업의 거의 모두 병폐가 줄줄이 딸려온다. 손을 대야할 것이 너무 많아서 결론은 항상 '착하게 살자' 식으로 허망하게 끝나기 일쑤다.

하지만 ‘IT개발자의 정년’은 이제부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국산 소프트웨어업체의 한 임원은 “지난 1980년대 중후반부터 IT개발자가 양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IT개발 일을 이미 그만둔 사람도 많겠지만 이제 그들도 빠르면 6~7년 후 정년의 문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이제 미국이나 유럽의 IT 선진국처럼 회사 조직내에서 성공적인 IT개발자로 남아 정년까지 채우는 과정이 필요해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쨌거나 IT개발자들이 따르고 싶어하는 롤모델이 많이 나아야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말처럼 쉽게 이뤄질 일은 아니다.

모든 IT개발자들이 스스로 자신이 스티브 잡스가 될 것이라고 꿈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IT개발자들이 '안정된 직장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시스템을 정비해 나가는 것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시급한 과제다.

‘정년이 있는 IT개발자의 삶’, 소박하기보다는 거창하게 들린다면 분명 뭔가 잘못된 것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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