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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SoC 개성시대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AP는 일종의 시스템온칩(SoC)으로 제조사마다 내부 설계가 천차만별이다.

겉으로 보면 같은 듀얼코어라도 내부적으로는 적용한 아키텍처와 모바일 그래픽프로세싱유닛(GPU)은 물론 캐시 메모리, 입출력 인터페이스에 차이를 보인다. AP 자체가 하나의 컴퓨터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시장에 출시되는 스마트 기기는 대부분 ARM 아키텍처를 이용한다. 따라서 같은 세대의 아키텍처가 적용되어 있다면 성능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SoC 업체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SoC는 내부 공간이 제한적이다. 예컨대 삼성전자 갤럭시S3에 쓰인 ‘엑시노스 4412’의 경우 32나노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로 생산되며 ARM 코어텍스 A9 쿼드코어에 ‘말리400’ 모바일 GPU가 탑재되어 있다. 브로드밴드(통신칩) 기능은 없다.

만약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4412에 통신칩을 적용하고 싶다면 SoC 구조를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 공간이 제한적이므로 쿼드코어를 듀얼코어로 줄이거나 뭔가 다른 구성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이럴 경우 ‘AP+통신칩’을 더한 원칩이 가능하지만 대신 성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IP 재설계, 그러니까 반도체 설계자산을 다시 만드는 기술이다.

현재 상용화된 스마트 기기 가운데 IP 재설계를 적용한 AP는 퀄컴과 애플이 유일하다. 이들 업체는 같은 ARM 아키텍처를 사용하더라도 입맛에 맞게 IP를 재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쉽게 설명하면 레고블록과 같다. 가로와 세로, 높이가 10cm인 공간에 레고블록을 채운다고 가정해보자. 가급적 레고블록이 작아야 더 많은 레고블록을 넣을 수 있다. 레고블록은 SoC를 구성하는 각각의 기능이다. 퀄컴과 애플은 ARM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레고블록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듬고 깎아서 SoC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5는 IP 재설계를 적용한 AP ‘A6’가 쓰였다. 기본적으로는 ARM 코어텍스 A15 아키텍처지만 애플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제외해 크기를 줄였다. 덕분에 이매지네이션 ‘파워VR’ 모바일 GPU를 트리플코어(코어 3개)로 구성이 가능했다. 만약 IP 재설계가 불가능했다면 모바일 GPU를 듀얼코어로 넣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IP 재설계는 SoC를 만드는 것과는 또 다른 기술을 필요로 한다. ARM이 제공하는 아키텍처 구조를 완전히 이해해 다시 재조립해야 한다. SoC를 만드는 것도 상당히 높은 기술이 요구되지만 IP 재설계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삼성전자도 IP 재설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성공한다면 퀄컴과 마찬가지로 AP에 통신칩을 더한 원칩을 만들 수 있다. 제조단가를 줄이고 성능을 높이기 위한 IP 재설계뿐 아니라 스마트 기기의 차별화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기판 크기와 전력소비량이 줄어들어 더 많은 기능을 구현할 수 있고 얇은 두께의 스마트 기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앞으로 선보일 스마트 기기는 기능과 성능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IP 재설계가 필수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다른 남들과 같은 AP를 사용해야 하고 이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진다. 결국 SoC도 남들과 다른 개성을 갖춰야 하는 시대로 접어든 셈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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