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두 달 새 무려 40%가 넘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및 태블릿 신제품 출시로 낸드플래시 수요가 확대된데다 2위 업체인 도시바의 감산과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라인 전환 등으로 물량 공급이 급격히 줄면서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들의 생산량 확대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아 가격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9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주력 낸드플래시 제품인 64Gb 8G×8 MLC의 10월 하순 가격은 5.52달러로 이달 상순 대비 17.14%나 올랐다. 이 제품의 8월 하순 가격은 3.87달러로 두 달새 무려 42%나 가격이 상승했다.
저용량 제품인 32Gb 4G×8 MLC의 가격은 이달 상순과 동일한 2.59달러를 기록했지만 8월 하순과 비교하면 18.8%나 오른 것이다. 한 전문가는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고용량 중심이어서 32Gb보단 64Gb 제품의 수요가 더 많다”고 말했다.
낸드플래시 가격이 이처럼 오르는 이유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신제품 출시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감산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요 확대 보단 공급 축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 2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일본 도시바는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 가운데 30%를 감산했고, 1위 업체인 삼성전자도 기흥 14라인과 미국 오스틴 라인 등을 시스템 반도체 전용 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증산 효과가 제한됐다.
업계 전문가는 “낸드플래시 생산량 확대가 매우 제한적이고 애플의 아이폰5와 아이패드 미니,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에 아마존 킨들 등 하반기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어 당분간 공급 부족 사태는 이어질 것”이라며 “낸드플래시 가격이 4분기 내내 오를 것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선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승자들이 시장을 독식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동수 삼성전자 DS총괄 메모리 사업부 사장은 25일 오후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제5회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업체 수가 줄어들어 과거처럼 수요를 넘어서는 과도한 생산은 자제하고 결과적으로 ‘자율적 보정 능력’이 커졌다”며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생산을 줄이자 시장 가격이 오른 게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권오철 SK하이닉스 사장도 이날 “메모리 업체가 3~4개로 줄어든 상황에서 과거처럼 무모하게 치킨게임 전략을 펼 필요가 있겠느냐”며 “세계 시장에서 메모리 공급량은 합리적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전문가들은 두 업체 수장이 앞으로는 무리하게 메모리 생산량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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