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드웨어 중심 정책 지적…인터넷 규제가 창의성 가로막아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급변하는 인터넷 시대에 혁신을 위한 정부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9일 구글이 주최한 빅텐트 컨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개입을 줄여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이제까지의 정부는 하드웨어 기반의 산업 이해에 머물러 인터넷을 보는 시각이 다소 뒤쳐졌으며 이런 상태에서의 개입은 인터넷 혁신의 방향을 왜곡하고 시장의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이날 ‘혁신과 인터넷 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 토론회는 기존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포문을 열었다.
김기창 고려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조선이나 자동차, 가전산업에서 잘했던 경험을 그대로 IT(정보통신) 인터넷 분야에 가져와 끌고 나가야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신 지식경제부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 MD도 “정부가 과거의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하려는 것에 문제가 생긴다”며 “하드웨어 중심 산업정책을 가지고 인터넷이나 콘텐츠, 소프트웨어, 플랫폼 산업정책을 펴면 잘 안 맞아떨어질 측면이 크다”고 김 교수의 의견에 원론적 입장에서 동의했다.
김유향 국회입법조사처 박사는 “국회의원들을 보면 단말기나 통신은 IT산업으로 보는데 인터넷은 산업이라기보다 미디어라는 시각이 강하다”며 “국회에서 인터넷 활용에는 긍정적인 분위기이지만 인터넷을 산업으로 보는 인식은 부족하지 않았나 본다”고 말했다.
뒤이어 발표한 방석호 홍익대학교 교수는 인터넷에 대해 보다 조심스러운 시각을 주문했다.
방 교수는 “인터넷 산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단어를 쓰게 되면 산업화시대의 시각으로 인터넷을 보게 돼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유향 박사는 “전 세계 경제학 연구에서는 인터넷산업을 분류돼 존재하고 있다”며 인터넷산업이 연구 활동에서 통용되는 말이라고 밝혔다.
이날 전문가들은 정부가 앞장서 시장을 만들거나 육성하고 이끌어가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김기창 교수는 공인인증서 사례를 들어 “1999년 정부가 디지털인증이 큰 마켓이 된다고 보고 도입된 것인데 지금은 어느 나라도 안하는 정책”이라며 “그런데 13년을 끌고 오다보니 폐지가 안 된다”고 정부의 시장 접근법을 질타했다.
방 교수는 “정부가 과도하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주고 돈도 풀어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사례는 많이 경험했다”며 “기술거래소 시장, M&A거래소 시장을 만든다고 투자가 원활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벤처가 활성화돼야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다. 정부가 착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MD는 “정부가 나서서 제2의 구글, 페이스북을 만들겠다고 하면 안 된다”며 “교육시스템과 벤처관련 시스템, 생태계에 대한 경찰 역할이 먼저 이뤄져야 된다. 정부가 이 분야 육성하겠다고 하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정부의 인터넷 규제가 창의성 발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유향 박사는 “국내는 규제를 피하는 쪽으로 창의가 발산이 된다. 새로운 혁신을 위한 창의가 없다”며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표현하고 자율규제할 수 있는 룰을 배울 수 있다. 국내에서의 인터넷 임시조치 등 규제가 진정한 혁신을 가로막는 것이 아닌가”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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