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자가망에 IP 전송 솔루션인 캐리어이더넷 장비 도입을 추진하면서, 국산 네트워크 통신장비 차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캐리어이더넷 장비는 재작년 경상남도를 시작으로 작년에는 전라북도가 도입했다. 최근 경기도가 자가망 구축 사업에 신기술로 통하는 캐리어 이더넷 도입을 추진하자, 캐리어이더넷 장비 개발에 한창이던 국산 전송장비 업체들이 불만과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사업 발주를 코앞에 두고 있는 경기도가 평가항목에 ‘신기술’ 명목으로 5점을 배점할 방침을 정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국내 업체들은 사실상 신기술로 통하는 IP 전송 장비인 캐리어이더넷 장비를 도입하기 위한 사양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공급되는 캐리어이더넷 장비는 외산 장비밖에 없기 때문에 서둘러 도입을 추진해 국내 업체들의 사업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사업에 국내 업체들이 크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경기도 외에 경상북도·충청북도 등 비슷한 사업을 추진 중인 다른 지자체에도 캐리어이더넷 장비 도입이 확산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데 있다. 자신들도 현재 개발 막바지 작업 중인 캐리어이더넷 장비 상용화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시점적 요인도 있다.
현재 국내 전송 장비 업체들과 네트워크산업협회가 합심해 자신들이 개발한 장비를 갖고 외산 장비와 성능을 겨룰 수 있을 때까지 사업 추진을 미루거나 기존의 MSPP(멀티서비스전송플랫폼) 장비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경기도에 요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도 의견을 제출하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신기술로 통하는 캐리어이더넷 장비가 아직 표준화되지 않았고 신뢰성이 완전히 검증돼 있지 않다는 점, 고가의 고사양 제품이라는 점 등을 문제로 들고 있다.
전송 기술에 이더넷(IP/MPS)의 일부 기술(MPLS-TP)을 접목한 IP 전송 기술인 캐리어이더넷은 기존 전송 장비에 비해 투자 대비 비용효율성이 뛰어난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안정성은 기존의 전송 장비가 확실하지만 캐리어이더넷에 비해 비싸고 유연성이 떨어진다. 캐리어이더넷 기술은 전송장비가 제공하지 못했던 관리 기능도 제공한다.
그 때문에 통신사업자들도 기존 전송 장비가 구축돼 있던 서비스망에 캐리어이더넷 장비 구축을 확대하고 있다.
지자체나 기업의 입장에선 기존 전송 환경을 캐리어이더넷 기술로 대체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향후 점점 늘어나는 트래픽에 대비한 고대역폭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전북도청이나 경남도청, 경기도청, 그리고 이 사업을 제안하는 통신사업자도 이같은 장점을 높이 사지 않았을까 싶다.
국내 업체들의 답답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현재 상용화된 국산 장비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혹은 국산 장비가 아직 출시되지 않아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예정돼 있는 사업 자체를 미루라거나 기존의 방식으로 장비를 도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 무리한 주장이다.
통상 신제품이 출시되더라도 안정화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 지자체가 자가망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미래를 내다보고 망 구축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하면 무작정 기다려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캐리어이더넷 장비 수요가 몇몇 지자체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시장은 이제 막 형성되는 단계다.
국내 업체들이 문제로 삼고 있는 논리도 빈약한 감이 있다.
캐리어이더넷은 아직 표준화가 안돼 있지만 꽤 오래 전부터 대두된 기술이다. 표준화 작업도 상당히 진척돼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적용 사례도 많아 실망 검증도 충분히 돼 있는 편이다. 안정성과 신뢰성이 충분한지 여부는 수요기관이 선택할 사항이다.
그리고 표준화되는 시점만 기다리다 보면 앞선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환경을 구축하긴 어려울 것이다. 아주 안정적이겠지만 항상 뒤늦게 따라가야 한다. 그 점에선 우리나라 ICT 소비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
또 엄밀히 말해, 공공기관이라고 해서 무조건 국산을 써야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국내 산업 육성하기 위해 공공 시장은 국산 장비만 사용토록 하는 식의, 보호주의 위주로만 정책을 시행한다고 가정해 봐도 진정 국산 장비, 국내 산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다. 결국 우리 산업도 해외로 나가야 살 수 있지 않은가.
다만 기술력을 가진 국내 업체들이 비슷한 수준의 장비를 개발해 공급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면 이왕이면 외산 보다 국산 장비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국산 장비에 불리한 요건을 넣거나 경쟁의 기회를 공정하게 주지 않는 일이 생긴다면 이는 큰 문제다. 무턱대고 외산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국산 장비를 역차별하는 관행은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반대로 국산이라는 장점을 시장에서 막강한 무기로 휘두르며 산업의 이익만 취하려 해서도 안된다.
국내 네트워크 통신 산업 발전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망 효율화 및 선진화를 놓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유지 기자> 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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