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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의 API 저작권 주장이 의미하는 것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태평양 건너 미국 법정에서 벌어지는 오라클과 구글의 법정 다툼을 유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이 재판에서 구글이 진다면 IT업계는 적지 않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가장 큰 쟁점은 구글이 자바 API 저작권을 침해 했는지 여부입니다. 오라클은 오픈소스인 자바라는 언어는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지만, API는 오라클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서 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안드로이드는 자바의 변형입니다. 자바 모바일 버전(J2ME)은 오픈소스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자바를 변형시켜 만들었습니다. 안드로이드가 제공하는 API 중 상당수는 자바API를 차용한 것입니다.

일단 미 법정의 배심원단은 오라클의 주장을 인정했습니다. 자바API는 오라클에 저작권이 있고, 구글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자 구글은 API가 공정사용의 대상이라고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공정사용이란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이라고 할지라도, 학술연구나 개인적 용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배심원단은 자바API에 저작권이 있다고 판결하면서도, 그것이 공정사용의 대상인지는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아직 이 재판의 판단은 내려지지 않은 것입니다.

만약 자바API가 공정사용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이 난다면 구글 및 안드로이드 기반 디바이스 제조업체들은 오라클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이 판결이 현실화 된다면 IT산업 곳곳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매셔블의 칼럼니스트 피터 페이챌은 “만약 구글이 이 재판에서 진다면 인터넷은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는 오픈스택을 예로 들어 설명했습니다. 오픈스택은 NASA와 랙스페이스 주도로 진행되는 오픈소스 클라우드 플랫폼입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은 오픈스택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들어 판매합니다. 국내에서도 KT가 오픈스택 기반으로 스토리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페이챌에 따르면, 오픈스택의 API는 대부분 아마존웹서비스(AWS)의 API를 차용한 것입니다. 때문에 API에도 저작권이 있다는 판결이 내려지면, 오픈스택은 아마존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됩니다. KT를 비롯해 오픈스택을 기반으로 개발된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은 문제가 될 소지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프로그래밍 개발 언어들은 이런 API의 변형, 확장을 통해 발전해왔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합니다.

예를 들어 파이썬을 변형한 자이썬, 아이언파이썬, PyPy 등이 있고, 루비와 유사한 제이루비, 아이언루비, 루비너스 등이 있다고 합니다. C#과 비주얼베이직을 차용한 Mono도 있습니다. C++도 당연히 C를 발전시킨 것이고, GCC는 C와 C++, 오브젝트C와 관계가 있습니다.

구글이 이 재판에서 지면 이 모든 언어들이 다 저작권 침해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한편,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API에 저작권이 있고 공정사용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이 나더라도 이런 API를 활용해 프로그래밍을 하는 개발자나 개발업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국MS 김명호 CTO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되는 것은 구글이 자바API를 사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바API를 가져다가 변형해 다른 용도로 재배포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심재석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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