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소리를 좀 안다고 하는 이들이 따로 구입하는 헤드폰(이어폰)은 1~15만원 사이의 가격대가 가장 많다. 이 가격대의 이어폰은 스마트폰이나 MP3플레이어를 구입했을 때 딸려오는 번들 이어폰과 비교해 근본적인 소리의 질과 음역별 밸런스가 좋아 더 나은 소리를 들려준다.
누군가는 수십만원대의 이어폰을 구입하기 위해 과감하게 지갑을 열기도 한다. 이들이 쓰는 이어폰은 본체에 저음과 고음 등 여러 음역대를 담당하는 소형 드라이버 유닛이 탑재돼 풍부하면서도 고른 소리를 들려준다. 바로 밸런스드 아마처(BA Balanced Armature) 방식이다. BA란걸 알게 된 뒤, 살펴봤더니 내 주변 선후배 동료 기자들 중에서도 BA 방식 이어폰을 쓰는 이가 2명이나 됐다.
◆밸런스드 아마처, 고가형 이어폰의 상징
이어폰은 대략 3가지로 분류할 수 있겠다.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번들형 혹은 1만원대 미만의 이어폰은 어떤 회사가 만든 어떤 제품이고, 어떤 유닛을 써서 출력이 어떻고 소리의 질이 어떻고 하는 평가가 무색할 만큼 오로지 가격적인 이점에만 매달린다.
좋은 소리 나쁜 소리 구분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내가 7000원짜리 길거리표 이어폰을 귀에 껴보곤 “이건 못쓰겠군”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당시 소니 MDR-XB40EX 이어폰을 6개월 가까이 사용하고 있던 상태였으니 좋은 걸 써보면 나쁜 건 몸이 먼저 알아채는 것 같다.
특수한 재질로 드라이버를 만들어 폭넓은 음역대를 커버하거나, 드라이버 직경 크기를 키워 중저음을 강조한 10만원 내외 가격의 이어폰은 번들형이나 저가 제품과 비교해 확연하게 다른 소리를 들려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보다 고급형 제품이라면, 대개 BA 방식 드라이버 유닛을 사용한다. 슈어, 로지텍, 웨스톤랩, JAYS 등이 BA 방식 이어폰의 선도 업체다.
드라이버 유닛은 전기 신호를 소리로 바꾸는 이어폰의 핵심 부품이다. 일반적인 이어폰에 쓰이는 다이내믹 드라이버 유닛은 전기 신호를 받으면 자석을 통해 플라스틱에 비닐 따위를 감싼 진동판을 움직여 소리를 만들어낸다.
진동판 직경은 9~16mm에 이른다. 부피가 큰 탓에 하나의 드라이버 유닛이 모든 음역대의 소리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유닛은 즐겨 듣는 음악 종류에 따라 진동판의 모양새가 미세하게 변하는 에이징(길들이기) 과정이 동반되기도 한다.
BA 방식은 아마처라는 U자형의 금속을 통해 메탈 재질의 진동판을 흔들어 소리를 만든다. 소형화가 가능해 이어폰 하나에 여러 음역대의 드라이버 유닛을 집어넣을 수 있다. 진동판은 변형이 없어 비슷한 음악을 자꾸 들어도 소리가 변하지 않는다. 가격이 매우 비싸 90년대 초기에는 보청기용으로만 쓰였다가 최근에는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형 이어폰의 주요 부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부품 수직계열화… BA 이어폰 출사표 낸 소니
소니는 지난해까지 다이내믹 드라이버 유닛 방식의 이어폰만을 고수하다 BA 방식 제품을 처음 선보였다. XBA시리즈가 주인공. XBA-1, XBA-2, XBA-3, XBA-4 모델이 있는데 뒷 숫자는 드라이버 유닛의 개수를 가리킨다.
내가 써본 최고급형 제품인 XBA-4는 풀레인지(전음역대), 트위터(고음), 우퍼(저음역대), 슈퍼우퍼(초저음역대) 4개의 BA 드라이버가 본체에 탑재돼 있다.
XBA 시리즈는 본체 안쪽으로 마그네슘 합금 재질의 하우징(틀)이 각 BA 드라이버를 고정하며 ABS레진 재질의 본체 껍데기가 그 위로 덮는 2중 구조로 설계가 이루어져 있다. 이를 통해 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진동을 꽉 잡는다고 한다.
BA 드라이버가 일반 다이내믹 드라이버 대비 40% 가량 작다고는 하나 많이 넣으면 넣을수록 본체 크기는 커질 수 밖에 없다. 드라이버가 4개인 XBA-4는 1개인 XBA-1보다 본체 덩치가 크다. 물론, 크다는 표현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지 절대적으로 커서 사용에 불편함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실리콘 재질의 이어버드가 귓구멍에 쏙 들어오는 커널 형태의 디자인을 채용했기 때문에 본체 크기는 사용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XBA 시리즈는 또 납작한 형태의 플랫 케이블을 채용해 꼬임을 효과적으로 방지하며, 전용 가죽 케이스를 제공해 보관이 용이하다. 이 정도가 XBA-4의 외관 및 구성에 관한 소개다. 30만원 중반대의 가격에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구성과 디자인이랄까.
XBA-4를 갤럭시S2 HD 스마트폰과 뉴 시리즈9 노트북, 코원 MP3 플레이어 아이오디오10에 번갈아 연결하며 동일한 음악을 들어봤다. 전음역대를 담당하는 풀레인지 유닛과 저음역대의 우퍼, 초저음역대의 슈퍼우퍼, 그리고 고음을 담당하는 트위터 유닛이 함께 들어 있어서 풍부한 소리를 들려준다. 기분 탓인지 다이내믹 드라이버 방식의 이어폰에선 잘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XBA-4에선 쉬 들리는 것 같았다.
저음과 고음, 그 중에서도 특히 고음이 강해 소리가 ‘화려하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방식의 MDR-XB40EX 이어폰을 쓰다 XBA-4가 내는 소리를 들어보면 저음은 다소 약하지만 정교해졌고, 고음은 확실하게 때려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만 강한 고음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원더걸스의 비 마이 베이비(Be My Baby) 같은 시끄러운 음악을 오래 들으면 다소 피곤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리의 질을 평가하는 것이 다소 주관적이라며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주관이 모이면 객관적인 평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JAYS의 Q-JAYS(듀얼 BA)와 슈어 SE535(트리플 BA)를 쓰는 선후배에게 일주일씩 XBA-4를 빌려주곤 평가를 부탁하니 들리는 소리가 많다는 평가가 돌아왔다. 다만 익숙해진 뒤에는 고음에서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치찰음’(츠츠, 치치, 트트 등 목소리나 칭칭거리는 소리 등)이 다소 거슬리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슈어 등 경쟁사 제품과 비교하면 소니의 XBA 시리즈는 드라이버 유닛 개수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은 확실하다. 소니는 BA 부품과 세트 조립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BA 방식 이어폰의 대중화를 꾀할 것이라고 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소니가 BA 방식 이어폰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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