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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빅데이터] “오늘 저녁 뭐먹지?”…마트는 알고 있다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오늘 우리동네 대형 마트가 개점했다.


이름은 K마트(가명). 겨울 저녁임에도 행사 도우미 아가씨들의 율동이 힘차고 흥겹다.

 

저녁 7시, 한참 붐빌시간이다.

 

'며칠전부터 아파트 현관에는 '오픈기념 빅 세일'이라고 쓴 대형 전단지가 요란하게 붙기 시작했다.

 

“바로 오늘인가 보군...”


퇴근길의 P과장(42)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구경도 할겸 마침 초등학생 아이들 간식거리도 살겸 마트에 들어갔다.

 

할인...할인...할인...전단지로 도배가 됐다. 제값주고 사는 사람은 바보라고 비웃는 듯 하다.

 

오픈일을 기다렸다는 듯이 옆 동네에서도 원정온 아줌마들도 많아 보인다. 과일코너에서 마이크를 잡은 젊은 총각의 목소리가 귀에 얼얼하다.

 

매장 한켠에선 주부들이 줄을 서있다. 고객 카드를 만들면 라면 1박스가 공짜다.

 

P과장도 귀찮지만 휴대폰번호, 주소를 써주고 고객카드를 작성했다. '앞으로 결제할때 고객카드를 제시하면 포인트가 적립된다'는 설명은 안들어도 다 안다. 

 

집에 들어온 P과장은 와이프에게 고객카드를 건넸다. "집앞에 마트에서 앞으로 장볼때 이것도 같이 내"

 

그런데 P과장이 무심코 작성한 이 고객카드에는 앞으로 P과장이 미처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데이터가 축적된다.


P과장은 단지 고객카드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이름과 주소, 핸드폰 번호만 적었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데이터는 그런 차원의 개인정보는 아니다.

 

물론 이 정보가 가진 의미를 마트도 제대로 알지는 못한다.

 

그럼 P과장의 고객카드에 어떤 정보가 쌓이게 되는지 시나리오를 통해 가정해 보자. 앞으로 1년간 이 카드에는 P과장의 '식생활 구매 정보'가 고스란히 담기게 된다.

 

◆예상을 뛰어넘는 정보들...데이터는 과연 돈이 될까 

 

1년후 K마트의 고객 팀장은 P과장의 결제 이력을 꼼꼼히 살펴본다.

 

마트에 설치돼 있는 매장관리 프로그램은 의외로 강력하다. 개인별로 품목별, 기간별 다양한 매트릭스로 통계 산출이 가능하다.

 

P과장네가 결제한 1년간 총 결제금액은 414만원이다. 한달에 약 35만원 꼴이다.결제액을 기준으로 할때 P과장은 3000명 회원중 중간 그룹인 1500위이다.

 

이 마트의 매출 대비 마진(수익율)은 약 22% 수준이다. 이 비율이라면 P과장네는 이 마트에 지난 1년간 약 80만원의 수익을 안겨줬다.

 

K마트의 서버에는 P과장의 구매 패턴이 깨알같이 들어있다.


구체적으로 어느 요일에 어떤 품목을 주로 사는지, P과장 자신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정보까지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마트 계산대의 POS단말기에서 수집되기 시작한 결제정보는 양과 질 모두에서 대단하다.

 

약간의 픽션이 들어가 있지만 아래의 시나리오는 실제 데이터를 근거로 한 추론이다. 편의상 P과장네의 식생활품 구매 패턴으로 가정한다.

  

# 시나리오의 재구성

 

P과장네는 쌀은 백미도 가끔 사가지만 주로 20Kg짜리 현미를 먹는다. 거의 20일 마다 쌀을 사간다.

 

고기는 한달에 1번꼴로 사는데 주로 돼지고기(수육 또는 삼겹살)을 산다. 주로 3인분 정도사는데 특이한 점은 상추와 쑥갖같은 채소를 함께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삼겹살을 구워먹더라도 쌈을 싸서 먹는 스타일이 아닌것으로 판단된다.

 

가격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고기가 비쌌을때도 구매량은 비슷했다.

 

고기를 살때 술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안사는 경우도 많다. 돼지고기 판매와 주류 판매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는다.

 

P과장네가 구매한 주류 이력을보니 한달에 1번꼴 정도로 막걸리와 캔맥주가 있었다. 소주는 없었다. 술을 마시긴하지만 집에서까지 술상을 보는 '주당'은 아니다.

 

P과장네는 고기(육류)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생선류의 소비도 높지는 않다. 물가가 올라 가격이 비싼탓도 있지만 할인행사를 해도 구매 패턴에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두부와 계란외에 콩나물, 시금치 등 채소류의 소비는 꾸준하다. 식생활이 비교적 정형화된 스타일임을 알 수 있다. 

 

반면 만두, 떡볶이 재료, 과자묶음세트, 참치캔 할인세트, 라면, 카레, 떡볶이, 김밥재료 등 인스턴트류의 구매는 상대적으로 빈도가 높았다.

 

이는 아마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아이들에 아직은 식생활 패턴이 맞춰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할인행사를 하면 물건을 평소보다 많이 사는데 P과장네는 할인행사 품목 한 두 개만 더 살뿐 연관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다.

 

트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손님에 속한다.


예를 들어 매운탕 재료를 싸게팔면 연관품목인 무나 고추, 쑥갖의 판매도 동시에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 연관판매 물건은 당연히 정상가격이다. 할인행사로 인한 수익을 연관판매로 보전해야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에는 P과장내의 구매 행태를 기간별로 설정해 여름철(6~9월)과 겨울철(11월~2월)로 구분해 보았다. 의외로 식생활 패턴의 변화가 크게 없었다.

 

계절과 크게 관계없이 찬거리를 위해 항상 사는 물건이 있었고 부차적으로 그때 그때 달라지는 몇개의 품목이 있었다.

 

오히려 날씨에 따라 패턴의 변화가 있었다. (물론 실제로 K마트 DB서버에는 '날씨'가 매출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써 설정돼 있지 않다)

 

P과장네는 더운 날씨에는 비빔국수, 비빔냉면 구매 빈도가 높았다. 비가 오거나 추운날씨에는 햄, 두부, 파, 고추 등 매콤한 찌개거리의 구매가 많았다.


물론 평상시와 다르게 음료수 판매 비중이 높거나 과일의 구매비중이 높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집에 손님이 왔을 경우다.

 

결국 이런 저런 데이터가 앞으로 계속 축적된다면 K마트는 P과장네의 오늘 저녁 메뉴를 대략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 까지 이른다.

 

P과장의 와이프는 오늘 저녁 찬거리때문에 고민하고 있겠지만 이미 K마트의 서버는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예측하고 있다.


결국은 P과장네가 그동안 수없이 실행한 구매 패턴의 범주내에서 오늘 저녁 매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그동안의 구매 데이터로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데이터는 존재하지만....'분석되지 않는다면 숫자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P과장의 구매 품목 데이터를 가지고 식생활 패턴을 추론해 보았다. 싱크로율이 어느 정도 될지 자신있게 단언할 수 없지만 90% 가까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싱크로율이 완전히 100%에 가깝다 하더라도 이 데이터가 현실에선 아무런 의미도 없고 쓸모도 없다.


K마트의 입장에선 P과장네의 구매 결제 데이터는 큰 의미가 없다. 수천명의 고객중 겨우 중간그룹인 P과장네 한 가구의 패턴을 분석해야 할 실익(?)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과장은 관리해야할 VIP고객이 아니다. 지금까지 구매행태로 봤을때 별로 수익에 도움이 안된다고 본다.

 

이는 지금 유통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에서 제시되고 있는 CRM(고객관계관리)의 기준이다.

 

K마트 입장에선 P과장네 한 가구를 위한 물건 구매 계획을 세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체 고객 3000명중 구매력이 큰 상위 1000명을 추려서 구매 패턴을 분석하고 평균값을 분석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럼 요일별로 매출이 높은 물건, 할인 행사시 연관판매가 높은 물건 등이 나타난다. 

 

그러나 수천명의 고객들로 부터 수없이 축적된 결제데이터의 활용도는 잘해봐야 거기가 끝이다.

 

데이터는 존재하지만 제대로 분석되지는 않는 것이다.

 

최근 IT업체들은 '빅 데이터(Big Data)'라는 거창한 개념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고객의 구매결제 패턴을 분석해 하나의 비즈니스 통찰력(Insights)을 갖는 것이 지극히 어려운 문제다. 

 

P과장네 처럼 '별볼일 없는 고객'에게 어떠한 비즈니스적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분석, 그리고 그만을 위한 차별화된 마케팅을 전략을 세우는 것은 IT기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론 쉽지않다.  

 

참고로, 마트 운영자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객단가'이다. 객단가를 높이는 것이 그들에겐 최고의 마케팅 목표다. 마트가 고객 개인별로 맞춤형 구매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것은 상상으로서만 가능하다.  

 

'객단가'란 고객 1명이 평균적으로 구매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전체 매출을 고객수로 나누면 마트의 객단가가 산출된다.

 

만약 평균 객단가가 1만5000원 이하로 나타난다면 이 마트는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 1차 식품' 구매 비중이 높다는 반증이다.


한편 객단가가 2만원이 넘어 선다면 이는 마트에서 기초적인 찬거리 즉, 신선식품과 식료품외에 공산품의 구매 비중도 어느 정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수는 좀 적더라도 객단가가 높은 마트가 자연히 좋은 점수를 받는다.

 

공산품의 매출 비중이 어느 정도 높다는 것은 이 마트의 수익율이 괜찮다는 반증이다. 고객들의 구매 품목 종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구제가 안정화돼 있다는 의미다.

 

또한 농수축산물은 재고부담때문에 제때 판매하지 못하면 땡처리를 할 수 밖에 없지만 그럴 염려가 없는 공산품의 마진은 안정적으로 높게 설정된다.

 

 

◆우리의 일상이 '빅데이터'의 영역으로 들어온다면= 우리는 마트에서 거래 실적을 보고 포인트를 쌓아주고, 사은품을 주기위한 도구로써 고객카드의 용도를 생각하지만 실제로 여기에는 훨씬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그런데 그 의미를 끄집어 내는 것은‘빅 데이터’의 영역이다.


물론 이것을 단순히 결제 이력 데이터로 볼 것인지 한 발 더 나아가 '식생활 정보'로 가치를 높일 것인지는 데이터를 읽는 마트 마케팅 담당자의 역할이다.


만약 P과장이 K마트 입장에서는 별볼일없는 고객이라하더라도 그 가족의 식생활 패턴에 맞는 제품을 제공하고, 맞충형 정보로 재가공해 핸드폰 문자로 전송하는 정도의 변화만 줄 수 있다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큰 매출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미 이같은 개인화된 원 투 원 마케팅은 실제 금융회사, 자동차 회사, 고급 쇼핑몰 등을 중심으로 구현되고 있다.

 

만약 논의를 더 넓혀서, 이 마트의 정보가 병원에 진료 데이터로 재가공되는 경우를 상상해볼 수도 있다.

 

지금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가 그렇다.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하는 관점과 능력이 비즈니스적인 가치를 갖는다.

 

빅데이터는 새로운 발명이 아니라 이미 우리 일상속에서 재발견되고 있는 가치이다.

 

[박기록 기자의 블로그= IT와 人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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