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설치된 슈퍼컴퓨터 4호기)
지난해 11월 발표된 전세계 상위 슈퍼컴퓨터 500대 순위(top500.org)에서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아마존웹서비스, AWS)가 무려 42위에 오르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즉, 일반적인 슈퍼컴퓨터처럼 대형의 하드웨어가 아닌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구성된 가상시스템이 슈퍼컴퓨터 순위권에 진입한 것입니다.
순위에 오른 서비스는 AWS EC2 클러스터 컴퓨트 인스턴트로 1만 7024개의 코어(가상코어)로 구성돼 있고 계산 성능(RMax)은 240테라플롭스(Tflops)에 달합니다. 240테라플롭스는 1초에 240조번의 연산이 가능한 수치입니다. 현재 이 서비스는 유전자 분석 등에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슈퍼컴퓨터, 일반적으로 고성능컴퓨팅(HPC)이라고 부르는 이것이 위의 사례처럼 클라우드 컴퓨팅과 묘하게 포개지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HPC의 상호 관계에 대해서 다양한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12월에 미국 에너지성(DOE)에는 발간한 ‘마젤란 프로젝트(Magellan Project)’의 보고서에 따르면, 입출력(I/O)가 적은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HPC 환경에서와 마찬가지로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비슷한 성능을 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맵리듀스와 같은 클라우드 환경에 활용되는 프로그래밍의 경우, HPC에서 활용되는 과학기술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한 별도의 툴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HPC는 물론 태생자체가 다릅니다. 이지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센터장은 “실제 슈퍼컴퓨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간에는 분명한 몇 개의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구글과 아마존과 같은 업체가 제공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지칭합니다.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은 노드 연결망입니다. 슈퍼컴퓨터의 경우 최소 인피니밴드 스위치를 통해 시스템을 연결하는 것에 비해, 클라우드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을 통해 연결됩니다. 그만큼 슈퍼컴퓨터는 연결망이 중요합니다.
메모리도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슈퍼컴퓨터는 데이터 집약적인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돌리기 때문에 메모리를 시스템에 많이 탑재합니다. 그러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센터장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HPC 애플리케이션을 돌려보면, 실제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전체 애플리케이션이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노드 간의 교신이 거의 필요없고 메모리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의 경우는 이러한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잘 돌아가지만, HPC에서 활용되는 대다수의 애플리케이션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유전자 분석과 같은 일부 애플리케이션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궁합이 맞는 대표적인 과학기술 영역입니다.
실제 국내에서도 일부 업체들이 유전자 분석이라던가 금융 등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와 궁합이 맞는 성격의 것들을 결합하고 있습니다.
국내 슈퍼컴퓨팅 솔루션 업체인 클루닉스의 권대석 대표는 “슈퍼컴퓨팅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 이 회사는 최근 포스코와 한국가스공사 등에 슈퍼컴과 클라우드가 결합된 ‘HPC 클라우드’를 구축한 바 있습니다. 자체적인 클러스터링 기술로 수십 대의 x86서버를 연결하고 이를 SaaS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지요.
권 대표는 “소프트웨어의 완성도가 향상되면서 클라우드화가 가능한 소프트웨어가 기계공학, 조선공학, 항공공학, 건설 토목 공학을 넘어, 자원공학과 바이오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현재로서는 이같이 퍼블릭 클라우드가 아닌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 구축 환경에서 HPC와의 결합은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백지영기자 블로그=데이터센터 트랜스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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