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삼성, LG, SK, 현대 등 4대 그룹이 그동안 그룹 내에서 이뤄지던 SI사업을 외부에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그 '개방 범위'를 놓고 IT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기업의 '개방 범위'에 따라 사실상 중소 IT업체들이 누리게될 동반성장의 실질적 혜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실질적인 개방의 내용도 중요하다.
대기업이 정부의 압박때문에 수치상으로는 '비그룹 계열 독립회사'에게 사업참여의 폭을 어쩔 수 없이 늘렸다하더라도 내용면에서 인건비 따먹기식의 단순 업무를 재하청주는 형태라면 '상생'의 의미는 크게 퇴색할 수 밖에 없다.
어쨌거나 그동안 모그룹에서 발주되는 물량, 이른바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은 'IT서비스 빅3'에게는 그동안 삭풍을 막아주고 지금의 성장을 이루게 한 일등공신이다. 이번 조치로 인해 이제 그 버팀목도 조금은 흔들리게 됐다.
◆대형 IT서비스업체들 '당혹'...만만치 않은 후폭풍 = 16일 공정거래위원회와 4대 그룹간의 간담회 후 전격적으로 발표된 4대 그룹의 중소기업에 대한 사업기회 개방 방안은 심상치 않은 후폭풍을 불러올 전망이다.
무엇보다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예고된 수순이긴했지만 지난해말 일정 규모이하의 공공 IT사업부문 입찰제한으로 경기장 입장이 원천 봉쇄된 상황에서 이번에는 안방까지도 일정부분 내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침체와 선거 정국으로 올해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가정해야한다.
삼성SDS, LG CNS, SK C&C 국내 IT서비스 빅3가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LG CNS는 지난해 실적도 좋지 않다.
이와관련, 우선 IT서비스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4대 그룹의 발표 이전에 해당 IT계열사와 사전에 의견을 교감했는지의 여부다.
이번 4대 그룹차원의 발표가 임기응변식으로 발표됐는지 아니면 사전 준비를 단계적으로 걸쳐 발표됐는지에 따라 관련 업계에 미치는 파장의 폭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IT서비스업계에선 그룹과 해당 계열사 간 어느 정도 사전 교감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4대그룹과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지난해 9월 이후부터 대기업집단에서 그런 부분(일감 몰아주기)을 자연스럽게 검토했고 우리도 좀 더 들여다봤다”고 말한바와 같이 공정위의 조사가 상당부분 진행된 것이다.
IT서비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4대 그룹을 대상으로 SI 등 내부거래 물량과 규모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어느 정도 조사를 끝마쳤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4대 그룹이 자연스럽게 압박을 받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어느‘선’까지 정부의 압박에 대응하느냐를 놓고 그룹사간 의견 조정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힘을 받고 있다. 실제 삼성그룹 관계자는 “관련 계열사와 사전에 방향에 대한 교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전교감’은 다른 3개 그룹사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총론만 정해졌을 뿐 각론은 아직..." 진통 예고 = 하지만 이러한 고위 경영층의 결정이 해당 계열사의 실무선까지는 전달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4대 그룹 IT서비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전에 알았더라면 경영계획 수립에 이 같은 사항이 반영됐을 텐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며 “고위층에서 얘기가 오고 갔을 수 있지만 현업에선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4대 그룹은 오는 2분기부터 ‘비핵심 업무’에 대한 외부 사업자 참여를 허용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각론에 들어가면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일단, 이번 조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해당 IT서비스업체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비핵심 업무 인지 그리고 비핵심 업무를 제외하면 내부 거래 물량의 어느 정도까지 외부에 공개되는지에 대해 아무런 사전 정보를 취합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ERP 시스템을 제외한 IT시스템에 대해 외부사업을 진행키로 한 LG와 현대그룹의 경우 ERP를 제외하거나 연계가 미약한 시스템의 범위가 어디인지 확실하게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당장 2분기부터 이러한 조치가 시작된다면 외부에 발주를 내놔도 좋을 프로젝트와 발주하면 안되는 프로젝트가 무엇인지를 그룹의 계열사들이 판단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계획이 반영돼야 IT서비스업체들도 올해 사업계획을 다시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전작업이 진행되지 못한 상황. 따라서 4대 그룹의 계열사들은 당장 올해 발주할 IT서비스 프로젝트의 사업 분류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IT서비스업체들 역시 기존에 진행하던 그룹 내 사업의 재분류 작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편 업계에선 4대 그룹이 기업의 기밀이나 핵심영역을 제외한 IT사업의 비중을 어디까지 가져갈 수 있을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ERP와 연계가 미약한 부분’이라는 언급처럼 기업의 기밀과 핵심영역의 기준이 상당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2분기부터 본격화될 외부 사업자에 대한 사업규모에 따라 대기업그룹의 공생발전 의지에 대한 부분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게 관련 업계의 관측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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