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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선관위 홈페이지 DDoS 공격, IT로 보기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일 발생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한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후폭풍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선관위 홈페이지에 DDoS 공격을 벌인 주범으로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수행비서 공씨 등 4명이 지난 2일 경찰에 검거, 구속되면서 한나라당의 조직적 개입 의혹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쟁점 중 하나는 공씨가 과연 단독으로 범행을 계획했을 것이냐는 의문입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는 선거 직후부터 이번 공격이 박원순 당시 후보 지지성향이 강했던 20~40대 투표율을 낮추기 위한 의도로 일을 벌였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DDoS 공격을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습니다.

선거 당일 선관위 홈페이지 접속 장애가 DDoS로 인한 서비스 자체의 접속 장애 원인이 아니라 내부 DB(데이터베이스)의 연동이 끊어져 투표소 검색을 막았다는 것입니다. 선관위 개입 가능성까지 제기하면서 선관위를 대상으로 “로그파일을 공개하면 의혹이 풀릴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경찰 발표 이후 민주당에서도 사건의 성격과 규모,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을 감안할 때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날 경찰은 최 의원의 9급 비서관인 공씨가 주범으로,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같은 고향 출신 후배인 강씨에게 공격을 지시했고, 강씨는 자신이 운영 중인 홈페이지 제작업체 직원 김씨와 황씨와 함께 공격을 수행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공씨가 저지른 단독 범행인지, 정치적 의도를 가진 계획적 범죄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의혹이 갈수록 중폭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6일 오전 보궐선거일 당일에 200여대의 좀비PC를 동원해 초당 263MB 용량의 트래픽 공격을 가했습니다.

선관위 홈페이지는 지난달 26일 오전 6시15분부터 8시32분까지 2시간이 넘게 공격을 당해 마비되자, KT의 사이버대피소로 옮겨 서비스를 정상화했습니다.

주말 사이에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한 좀비PC 수가 당초 알려진 200여대가 아닌 1500여대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이젠 ‘경찰 말바꾸기’ 논란도 벌어지고 있는데요. 뭔가 숨기기 위해 말을 바꾼 것처럼 해석되고도 있는 상황입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측은 명백히 “오보”라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센터 관계자는 5일 “좀비PC 규모는 당초 발표했던 200여대가 맞다”며, “예를 들어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선관위 책임도 있습니다. 선관위에서 밝힌 DDoS 공격 규모와 KT에서 집계한 규모가 다르다는 점 때문인데요.

KT 관계자는 “이번 DDoS 대역폭 공격”이라며, “선관위에서 밝힌 공격 트래픽 규모는 전체 트래픽 규모이며, 실제 공격 트래픽은 2Gbps 가량의 규모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좀비PC 규모 역시 경찰이 밝힌 200여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합니다.

DDoS 방어 장비를 구축한 업체는 “350Mbps 정도의 용량을 사용했던 KT 회선에 트래픽이 260M 이상이 넘어가면서 과부하가 발생하자, 이를 KT 우회서비스로 돌린 것”이라며, “DDoS 방어 장비는 1G급이 설치돼 있어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선관위는 KT 2회선, LG유플러스 1회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들 말대로라면 직접적으로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나타난 접속 장애는 인터넷 회선 용량 초과가 핵심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사용했던 회선이 트래픽을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후 선관위는 사용하는 인터넷 회선 용량을 1G 이상으로 늘렸다고 하는데요. DDoS 공격이 벌어졌던 것 외에도 선관위의 선거 당일 트래픽 예측이 어긋났던 것도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입니다.

IT 보안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 사건은 얼마든지 취약한 PC를 악성코드에 감염시키고, 감염시켜 조종할 수 있는 좀비PC를 확보해 DDoS 공격을 벌일 수 있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마음을 먹고 돈만 있다면 얼마든지 사이버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이 됐습니다.

그 이유로 보안 전문가들은 ‘악성프로그램 확산 방지 등에 관한 법률(일명 좀비PC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다시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기관의 DDoS 등 위협 대응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구축돼 있는지도 재점검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DDoS 공격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주목됩니다. DDoS는 경쟁사 사이트의 서비스 방해나 보복성 공격, 금전을 노린 협박성 범죄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는 공격 수단입니다. 핵티비즘이라고 불리우지요.

그동안 정치적인 불만을 갖고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정해놓고 특정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한꺼번에 접속해 서비스를 중지시켰던 사례는 많이 있었습니다. 이 역시도 일종의 핵티비즘, DDoS 공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정치적으로 아주 중대한 사안이고 반드시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이 규명돼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한번의 보안 투자가 아니라 보안수준 향상과 국가 전반의 보안인식 강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도 교훈을 찾을 부분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참고로 선관위는 지난 2009년 7.7 DDoS 공격 이후 행정안전부 주축으로 추진했던 범정부 DDoS 대응체계 구축 사업을 통해 DDoS 대응체계를 적용했습니다.)

[이유지기자의 블로그=안전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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