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보면 ‘xxx 검색엔진은 검색철학이 없어’라는 게시물을 종종 보게 됩니다.
지난 달 모 커뮤니티에 한 사용자는 “xxx는 검색철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들 무작정 뿌려주기만 할 뿐이다”라고 게시물을 작성했습니다. 해당 게시물에 달린 댓글에도 유사한 늬앙스의 글들이 많이 달려있었죠.
그러나 검색철학이 없는 검색엔진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검색엔진의 기저에는 검색기술, 크롤링기술, 파싱, 데이터마이닝, 대용량데이터처리, 중복문서처리 등 다양한 알고리즘과 솔루션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 기술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 바로 검색철학입니다.
검 색엔진이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수집할지 ▲사용자들이 검색을 시도했을 때 어떤 방법으로 보여줄 것인지 ▲특정 콘텐츠를 노출시킬 때 최신순으로 배치할 것인지 정확성순으로 배치할 것인지 ▲모바일상에서는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등 모든 것들이 검색철학에 달려있습니다.
이에 <딜라이트닷넷>은 국내외 포털업체들의 검색철학을 짚어보고 그들이 추구하는 검색엔진의 방향과 향후 발전요소를 점검해본다.
1.네이버 “우리가 검색철학이 없다구요? 설마”
2.다음, 웹생태계 조성을 위한 걸음
3.싸이월드의 감성을 네이트에 녹이다
4.남들과는 다른, 남들과는 틀린 파란
5.야후코리아, 상상을 현실로
6.구글, 완벽한 검색엔진을 꿈꾸다
[딜라이트닷넷 창간 2주년/기획]① 대한민국 주요 포털의 검색 전략과 철학 / 네이버
흔히 검색엔진 이야기를 할 때, 네이버와 구글을 비교하곤 합니다.
두 업체는 각각 국내 1위, 글로벌 1위라는 위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 이외에도 후발주자임에도 선두주자를 치고 올라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글의 경우 당시 미국 검색시장을 쥐어잡고 있던 야후와 라이코스를 순식간에 넘어섰으며, 네이버 역시 다음이라는 선두주자가 있었음에도 검색과 자체콘텐츠를 무기로 1위에 올라섰습니다.
네이버와 구글은 수익모델이 ‘검색광고’라는 점은 동일합니다. 그러나 검색철학적인 측면에서는 상이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저희가 검색철학이 없다는 이야기를 건너 건너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저희만큼 검색철학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업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정보를 상단에 배치 할 것인지, 사용자가 어떤 정보를 먼저 접하게 할 것인지 등 수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NHN 이태호 검색팀장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지적에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네이버가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은 ‘사용자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검색을 할까’라는 부분입니다. 바나나를 검색한 사용자들은 ▲바나나의 정보를 얻고 싶어서 ▲바나나를 구입하고 싶어서 ▲바나나의 이미지를 찾기 위해 등 다양한 의도로 검색을 실시합니다. 이 같은 사용자들의 의도를 먼저 파악해서 순위를 메기고, 검색결과를 노출시키는 것이죠”
그가 말하는 순위는 콜렉션(통합검색/이미지/블로그/지식iN 등)의 순서를 비롯해 각각의 콘텐츠 노출 순위를 뜻합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개편을 통해 콜렉션의 노출방식을 대폭 변경했습니다. 사용자가 의도하는 방식대로 서서히 변경된다는 것입니다.
가령 ‘지난달에 네이버에서 바나나를 검색한 사용자 100명 중 90명이 바나나의 이미지를 찾는다’라는 피드백이 들어왔다면 네이버는 콜렉션의 순서를 통합검색-이미지-동영상 순으로 배치합니다. 물론 자동으로 말이죠.
반대로 ‘9월달에 바나나를 검색한 사용자 100명 중 80명이 동영상을 찾더라’라는 피드백이 들어오면 네이버는 콜렉션의 순서를 통합검색-동영상-이미지 순으로 배치합니다.
사용자들이 많이 찾는(혹은 클릭하는) 콘텐츠를 상단에 배치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검색철학에 대해 꼬집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 것입니다. 구글과 달리 네이버는 자체 콘텐츠가 많이 노출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물론 네이버가 자체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을 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인터넷 인프라에 쌓인 DB의 대부분이 네이버 자체 콘텐츠(카페, 블로그, 지식인 등)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라는 것이 네이버측의 설명입니다.
아무튼 네이버에서 검색어를 입력하면 각 콜렉션(블로그, 지식인, 카페 , 이미지 등)에서 상단노출되는 콘텐츠가 대부분 네이버의 자체 콘텐츠라는 것에서 사용자들의 오해가 있을 것 같네요. 반대로 말하면 네이버, 네이버 사용자들이 생산하는 콘텐츠가 그만큼 많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네요.
(물론 콜렉션의 순위는 앞서 설명했듯이 사용자들이 어떤 검색결과를 선택했는지에 따라 변경됩니다)
사실 학술적인(ex:레포트 작성을 위한 웹문서) 검색을 하기 위해서는 구글을 사용하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구글은 해당 검색어에 대한 웹문서를 죄다 끌어모아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반면 무시할 수 없는 네이버의 특징도 있습니다. 구글처럼 기계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자체작업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 팀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NHN이 인수한 ‘첫눈’은 구글을 지향했습니다. 웹문서를 긁어와서 기계적으로 배치, 노출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려고 했죠. 그러나 아무래도 기계적인 배치다보니 사용자 만족도나 완벽성은 다소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자체제작을 통한 콘텐츠 배치입니다. 자체제작이라는 것은 특정 콘텐츠나 검색결과를 사용자들이 보기 쉽게 디자인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차이점은 네이버와 구글에서 유명인사의 이름을 입력해보면 여실없이 드러납니다. 상단 바나나에 대한 검색결과가 이를 증명합니다.
물론 어디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닙니다. 철학의 차이니까요.
[이민형 기자 블로그=인터넷 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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