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앞서 2회에 걸친 기획에서 살펴보았듯이, 저축은행의 IT투자 여력은 이미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
대형 저축은행이라고 하더라도 연간 최소 50억원 이상의 IT투자는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100억원을 넘게 투입해 차세대전산시스템 프로젝트를 완료시킨 저축은행이라 하더라도 정작 차후에 이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IT인력을 갖춘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사실 이는 저축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몸집에 비해 과도하게 늘어난 IT투자비, 그리고 IT운영 및 아키텍처의 복잡성은 국내 중소형 금융회사들이 쉽게 극복할 수 없는 공통의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으론 IT투자 여력이 부족한 저축은행들은 독자적인 전산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아예 처음부터 저축은행중앙회가 운영하는 ‘통합전산망’, 즉 IT 아웃소싱 방식으로 제공되는 공동 플랫폼을 이용해 왔다. IT비용을 줄이고, IT환경 변화에 대응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하지만 기존과 같은 중앙회의 ‘통합전산망’ 운영 방식이 과연 최선이냐는 한번쯤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어차피 대형 저축은행들 중심의 독자적인 전산시스템 운영 방식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라면 이제 남은 ‘통합전산망’ 운영이 저축은행 IT전략의 유일한 대안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회 ‘통합전산망’의 운영 방식을 지금보다는 훨씬 더 혁신적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찾는 것이 저축은행업계 전체의 IT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어 지극히 현실적이다.
◆‘통합전산망’ 어떻게 운용되고 있나…사실상‘천수답’ = 저축은행의 통합전산망은 현재 60여개의 저축은행들이 회원사로 가입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전산망’의 운영 방식을 보면, IT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통합전산망을 운영하고, 모바일시스템 등 필요한 업무시스템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IT투자 재원은 대부분 회원사들의 갹출로 조달된다.
회원사들이 ‘n분의 1’로 나눠서 공동으로 부담하는 조건이긴하지만 회원사 나름대로 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IT투자 총액을 정하는 과정은 늘 진통이다. 중앙회측은 매년 그 해에 필요한 IT투자 항목과 예산을 이사회에 안건으로 상정해 회원사들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당연히 IT투자 예산이 빡빡할 수 밖에 없다. IT비용을 아끼고 쪼개서 쓸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중앙회는 지난 2000년 신시스템으로 전환한 이후, 수년에 걸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전부문에 대한 시스템 개선 작업을 거쳐야 했다. 이는 필요한 IT예산을 한꺼번에 요청할 경우 회원사들이 지게될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 매년 조금씩 나눠서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중앙회의 ‘통합전산망’ 운영 전략도 결국 회원사들의 그때 그때 주머니 사정에 따라 좌우되는 천수답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수익자 원칙’에 따라 이같은 중앙회 통합전산망의 운영 및 투자 재원을 마련되는 것이 논리적으로 당연한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정작 IT재원이라고 해봤자 연간 100억원을 넘기지 못한다.
이는 사실 저축은행들에게 혁신적인 IT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지난 2010년, 저축은행 중앙회의 연간 IT투자 예산은 약 80억원였다. 1개 회원사당 평균 1억원씩이 조금 넘는다.
이 돈으로 중앙회는 2010년에 주전사시스템 하드웨어 증설(단계적), 대외계업무시스템을 보강하는 데 투자했다.
그러나 같은기간 은행권이나 증권, 보험, 카드 등 주요 금융업종에서 활발하게 시도했던 ‘스마트 뱅킹’ 구현이나 ‘모바일 오피스’와 같은 업무 혁신에 있어서는 재원부족으로 적극적으로 손을 대지 못했다.
당연히 저축은행은 국내 금융권의 최신 IT서비스 경쟁에서는 한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IT서비스의 품질이 지역적 기반을 수익모델로 하는 저축은행 업계의 ‘흥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라도 고객들에게 ‘최소한의 IT서비스 대응’을 해야한다는 측면에선 기존의 중앙회의 통합전산망 운영체제와 IT투자재원 조달 방식 등은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저축은행의 공적기능, IT경쟁력 강화위해 정부 지원도 고려해야”= 최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계는 2010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에서 전국 90여개 저축은행중 50% 이상이 무더기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규모는 지난 2008, 2009년보다 훨씬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당연히 주머니 사정이 더욱 열악해진 저축은행 업계의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 IT투자 여력은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는 구도다. 더욱이 회원사 갹출에 의한 중앙회 통합전산망의 재원 확보도 내년에는 거의 최소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금융권 일각에선 “저축은행 통합전산망의 운영 및 IT혁신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정부가 사기업의 IT운영을 지원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지만 그동안 저축은행이 지역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왔고, 또 그 기능이 앞으로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IT측면에서의 보강및 최소한의 지원은 국가 전체적으로 금융산업의 신뢰 확보를 위한 조치라는 논리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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