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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②] 독자적 IT운영 전략, 한계에 봉착하나… 고민하는 저축은행

[진단②] 위기의 저축은행, IT전략 변화 가능성은?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최근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이후, 금융 당국 및 금융권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중앙회가 운영하는 통합전산망으로 저축은행업계의 IT운영 전략이 단일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마침 공교롭게도 영업정지에 들어간 몇몇 대형 저축은행들이 중앙회의 ‘통합전산망’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인 IT운영을 해왔다.

 

이에 금융 당국은 일부 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이 규정을 어기고 수백억원대의 불법대출을 저질른데는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제대로 된 IT체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일갈하고 있다. 오히려 IT를 이용해 부실을 위장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 당국의 시각은 좀 과도한 측면이 있으나 일부 부실화된 저축은행 사례에서 보면 전혀 관계가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위험신호 못잡는 IT... 불신받는 저축은행의 독자 시스템 = 실제로 부실화된 저축은행이 제대로 된 ‘종합리스크관리시스템’체계를 작동했다면 한도를 넘은 불법 대출관행은 내부에서 충분히 1차적으로 제지가 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저축은행 업계의 IT수준에 대한 불신이 제기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하는 부분이기 도 하다.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대출시 사용하고 있는 신용평점시스템(CSS)의 경우, 회사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관련 금융규정에 근거해 프로그래밍이 돼 있어서 일정금액 이상은 부서장의 전결이 이뤄지지 않는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영업을 하는 금융회사가 아닌 보통의 금융회사라면 신용, 시장, 운영리스크 등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IT가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기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BIS(국제회계기준)비율이 6~8%라고 홍보했던 저축은행이 실제론 완전 자본잠식상태인 -(마이너스) BIS 비율로 나타났다는 것은 한편으론 리스크 데이터가 인위적으로 만져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같은 불신의 문제는 최근 문제가 된 일부 저축은행의 사례라고 할 수 있고, 대부분의 독자 IT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저축은행들은 정상적인 규정에 따라 IT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들의 고민은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든 'IT투자 기획및 전략, 예산의 부족'이다. 

 

◆저축은행 IT운영 방식 대한 오해 = 현재 저축은행업계가 중앙회의 통합전산망과 개별 저축은행의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이뤄진 이원화된 IT운영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해서, 그 자체로 ‘방만한 IT전략’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원칙적으로 저축은행은 IT투자여력이 있다면 독자적인 전산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맞다. 시중은행과 다를 게 없다.

 

저축은행중앙회의 통합전산망은 어디까지나 IT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규모의 저축은행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표준화된 시스템일 뿐이다. 자체 IT투자없이 저비용으로 IT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저축은행의 자유의사에 따라 회원사로 등록하면된다.   

 

따라서 최근 영업정지 사태를 계기로, IT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개별 저축은행에게 중앙회의 ‘통합전산망’으로 단일화시키라고 하는 요구하는 것은 사실 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새마을금고, 신협은 각각 새마을금고연합회(서울), 신협중앙회(대전)가 통합전산망을 갖추고 전국의 회원사들에게 전산업무를 일괄 제공하고 있는데 저축은행업계가 이 모델을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이같은 결정은 어디까지나 금융 당국의 인위적인 개입 보다는 IT투자 및 운영 전략에 대한 저축은행업계 내부의 자발적인 컨센서스가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저축은행 IT운영과 관려한 문제의 핵심은 이것이다. 즉, 그동안 독자적으로 IT인프라를 운영해온 개별 저축은행들이 앞으로도 정상적으로 IT투자를 늘리면서 금융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할 수 있느냐이다.

 

예를 들어, 개별 저축은행이 과거에는 연간 20억원 정도의 IT개발 및 투자비용이 필요했다면 앞으로는 50억~60억원대로 늘어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금융IT업계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다. 한 금융IT 업계 관계자는 “몸(저축은행의 외형)의 성장 속도에 비해 주변 환경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솔직히 예전에는 저축은행 정도는 엑셀 프로그램만으로도 회계관리가 가능했다고 생각했지만 저축은행업계도 차세대시스템으로 전환한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즉, 저축은행이 독자적으로 IT를 운영하기에는 IT의 규모가 너무 커져버렸다는 것이다.

 

◆이젠 IT투자가 부담되는 저축은행... 고민은 시작되고 = 과거 저축은행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는 IT업체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IT전략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인력’을 꼽았다.

 

이 관계자는 “100억원 넘게 투자해 차세대 시스템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정작 중요한 것은 이를 운영할 인력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저축은행중에서 IT전담 인력이 10명이 넘는 곳은 드물다. 인력의 기본적으로 부족하니 IT기획, 운영, 개발 등 체계적인 전략을 세우기가 쉽지않다.

 

저축은행이 제대로된 차세대시스템을 운영하려면 기존보다 최소 50%~100%이상 IT인력이 추가로 보강돼야 한다. 저축은행이라고는 하지만 계정계, 정보계, 대외계 등 기간업무외에 다양한 업무지원시스템에 대한 전담자도 필요하다.

 

여기에 인터넷뱅킹, 모바일 뱅킹 등 방대하게 쏟아지고 있는‘스마트 뱅킹’모델과 관련한 시스템 확충과 전문 기획및 운영인력도 필요하다.

이밖에 시스템 유지보수를 위한 운영 아웃소싱도 뒤따라야 하고, IFRS(국제회계기준)시스템과 같은 컴플라이언스(규제대응) 부문도 신경써야한다.
  
결국 중앙회의 ‘통합전산망’ 가입 문제는 저축은행 업계의 자발적인 시장 논리에 의해 곧 결론내려질 사안이다.

 

물론 현재로선 '통합전산망'으로의 통합이 비교적 높게 점쳐진다. 하지만  중앙회 중심의 IT통합방식만 따라야하는 '외길'은 아니다.

 

개별 저축은행들에 달린 스스로의 선택의 문제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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