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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와 외환은행②]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입니다. 빠르면 이번주 중으로, 하나금융과 론스타간의 주식매매계약(지분 51%)이 체결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7년간, 론스타가 그나마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외환은행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썼던 IT투자 부분을 꼽으라면 BCP(비즈니스 연속성 계획)체계 구축을 꼽을 수 있습니다.
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란 재난 발생시 '비지니스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논리적, 물리적 방법론을 총칭합니다. 데이터 백업, 고객 서비스 지속성 보장, 핵심 업무기능을 지속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춤으로써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말하는데 국내 금융권에서는 실시간 재해복구시스템 체계 구축과 비상시에도 지속가능한 업무 프로세스의 정립을 BCP체계의 완성으로 정의합니다.
외환은행은 국내 시중은행중에서 드물게 전용 데이터센터(주전산센터)를 보유하지 못했습니다. 외환은행은 지난 2008년초까지 을지로 본점 지하에 주전산센터를 가동해왔기때문에 상대적으로 BCP체계에 대한 필요성이 높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비교적 오래전부터 외환은행은 데이터센터 자체 구축 또는 상면 아웃소싱을 계획해왔고, 비로소 지난 2008년 2월에야 LG CNS의 상암 데이터센터로 전산센터를 옮기게 됩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은 BCP체계 완성에 대해 어느 정도 열정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이 부문에 대한 IT투자는 비교적 원활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9.11 테러 직후, '금융회사의 서비스가 중단없이 제공돼야 한다'는 점에서 BCP체계 구축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실제로 모건 스탠리는 9.11테러 이후 불과 이틀만에 업무를 재개함으로써 국제 금융계를 놀라게 했죠.
또한 9.11 테러후, 우리 나라 금융당국도 백업시스템의 유무를 은행의 경영평가에 반영함으로써 사실상 의무화한 바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BCP는 외환은행외에 뉴브릿지캐피탈이 대주주였던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 그리고 한국시티은행 등 외국자본이 대주주로 있는 은행들에게서는 BCP는 다른 IT투자항목에 비해 훨씬 더 강조됐습니다.
◆"혁신보다 IT 격리에 치중"... 감춰진 진실 = 그러나 한편으론 외국계 대주주가 이처럼 BCP체계 구축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만의 시각으로 따로 해석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IT혁신에는 시큰둥하면서 BCP부문은 강조하는 것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국내 금융 서비스 시장을 고려할 때 오히려 어색합니다.
이는 BCP투자가 테러와 천재지변 등에 대비한다기 보다는 전산직원들을 포함한 '노조의 총파업'등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 즉 IT를 노조로부터 안전하게 격리시키겠다는 의도가 살짝 감춰져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0년대 초, 국내 은행권에선 국민은행, 조흥은행 등의 사례에서 보듯 노조 총파업시 전산시설이 봉쇄되거나 혹은 전산시설이 관리의 부재에 노출되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었습니다.
외국계 대주주들은 이런 상황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차원에서 BCP투자를 강화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뉴브릿지캐피탈이 제일은행을 스탠더드채터드(SC)에 매각하고 한국을 떠날 당시 국내 IT서비스업체의 관계자는 이렇게 증언한 바 있습니다.
"뉴브릿지캐피탈은 제일은행의 매각에 앞서 IT부문을 먼저 외부 IT업체와의 아웃소싱 계약을 통해 매각하려 했다. 매각에 앞서 구조조정 등을 선제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는데 그럴 경우 노조의 총파업에 직면할 가능성이 컸다. 결국 전산시스템의 안전이 중요해지는데 이를 위해서는 실시간 백업센터 등 BCP체계를 갖춰야 했다."
'전산시스템의 안전'이라기보다는 '전산시스템으로부터의 격리'라는 표현이 더 맞을 ㅓㅅ 같습니다.
투기자본이 아닌 씨티그룹도 BCP를 바라보는 관점은 뉴브릿지캐피탈이나 론스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면서 가장 먼저 서둘렀던 것이 바로 전산센터의 상호백업시스템 구축이었습니다. 그전까지 한미은행에 의해 진행됐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중단됐으며 지금까지도 재개 소식은 없습니다.
지난 2004년 말, 한국씨티은행은 현대정보기술과 5년간 약 135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 및 임대 계약을 체결하는데, 당시만해도 국내 은행권에서는 고비용 구조때문에 일반적이지 않았던‘이원 데이터센터 전략’방식을 채택합니다.
'이원 데이터센터 방식'이란 말그대로 주전산센터를 두 개 두는 겁니다. 옛 한미은행의 인천 주전산센터와 현대정보기술의 용인 마북리 데이터센터를 1, 2 전산센터로 삼고 두 센터의 모든 전산자원에 대한 실시간 상호 백업체계를 구축한 것이죠.
말로는 홍수·지진·테러 등 재해는 물론 파업 등 재해 상황시에도 지속적인 금융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지만 인천 주전산센터가 총파업에 의해 작동불능상태에 빠져도 노조원의 통제권에서 법적, 물리적으로 벗어난 용인 데이터센터에서는 안전하게 IT를 격리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당초 씨티그룹은 아예 국내에선 IT를 운영하지 않고 싱가포로의 씨티그룹 아태 본부에서 IT인프라를 원격 관리할 계획이었습니다만 금융감독원은 국내 고객데이터를 국외에서 관리하는 것은 불허하고 있기때문에 이는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외국계 자본의 선진화된 IT투자전략?...'전혀 없음' 혹평 = IT부문만 놓고 보면, 금융 IT업계 전문가들은 "외국계 자본이 대주주가 된 은행들에게서 토종 은행들이 벤치마킹할만한 것은 거의 없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7년~8년씩 걸리는 중장기 IT투자 로드맵을 철저히 따른다는 점 때문에, 한때는 외국계 은행들의 IT투자 전략에 좋은 평가를 매기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선진화된 IT투자기법인줄 알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빅뱅식 IT개발을 중시하던 국내 금융회사들은 애꿎게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결과적으로 뭉칫돈이 들어가는 IT투자는 거의 하지 않고 교묘하게 버텼을 뿐"이라는 혹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외국계 은행들은 차세대시스템 환경을 이미 갖춰놓은 대형 시중은행들과의 금융서비스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엄청나게 빨라진 금융상품의 개발 속도, 싱글뷰(Single View)환경으로 전환하고 있는 통합정보시스템 체계, 스마트뱅킹 경쟁 등에서 국내 대형 은행들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대형 시중은행들이 차세대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수천억원을 쏟아부은 결과입니다.
결과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외국계 은행들의 존재감은 그 이전보다 더 떨어졌고, 특히 IT경쟁력을 위한 혁신에 있어서는 오히려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주눅들었던 '외국 금융 브랜드', 하지만 IT투자측면만 놓고보자면 토종 브랜드와 비교해 훨씬 더 왜소하고 초라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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