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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7년... 외환은행 IT전략 어땠나? “글쎄”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론스타와 외환은행 ①]

 

'외환은행 매각'이 올 연말 국내 금융권을 달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하나금융그룹이 론스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51.02%) 인수 추진을 공식화하고, 여기에 산은지주, 신한금융 등도 인수전에 가세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앞서 호주 ANZ은행이 이미 외환은행 인수 의향을 밝힌 바 있어, 인수전이 본격화될 경우 흥미진진한 전개가 예상됩니다. 특히 그동안 국내 금융 M&A시장에서 수년째 '대어'를 낚지못한 하나금융의 조바심은 어렵지 않게 읽혀집니다.

 

'외환은행 매각으로 국내 금융산업의 지형이 또 한번 바뀌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과장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같은 금융권 내부의 시장논리와는 별개로, 이번 '외환은행 인수전'과 관련해 일반 국민들이 가지는 관심은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외환은행 매각으로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게될 론스타에게 우리 정부가 제대로 된 세금을 추징할 수 있을까 하는 점. 또 하나는 우리끼리의 과도한 인수경쟁으로 론스타의 배만 불려주는 어리석음이 재연될지 여부입니다. 그동안의 먹튀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는 자존심의 문제입니다.

 

이미 그동안 론스타는 기존 지분 64.62%중 지난 2007년 13.6%를 매각하고, 1조원 가까운 배당금을 챙기면서 투자원금은 사실상 모두 회수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과 영업권 프리미엄 등을 합칠 경우 매각대금은 최소 4조원대가 넘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론스타의 대주주된 2003년말 이후 지금까지 7년동안, 외환은행의 IT투자는 어땠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좀 곰곰히 기억을 더듬어 봐야할 정도로 '뚜렷한 그 무엇'은 없습니다.

 

다만 외환은행도 다른 은행들처럼 지난 2005년 차세대시스템 가동이후 뭉칫돈을 쓸만한 대형 IT사업을 일으킬만한 사안은 없었습니다. 외환은행은 론스타가 인수를 확정짓기 이전에 이미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일각에선 만약 론스타가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진행 이전에 외환은행을 인수했다면 한국씨티은행(구 한미은행)처럼 차세대사업이 아마 지금까지도 진행되지 않았을 거라고 냉소를 보냅니다.

 

물론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외환은행은 주기적으로 매각 시나리오가 나오면서 중장기적인 IT사업을 추진하기에도 부담스런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수치로 평가할수는 없겠지만, 전반적으로 외환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업무 혁신을 위한 IT투자에 대한 의지는 눈에 띠지 않았습니다.심하게 얘기하면 차세대시스템, PI(프로세스 혁신)시스템 등 지금 외환은행을 움직이는 IT투자는 론스타 이전에 실행에 옮겨진 것들입니다. 

 

전체 IT예산중 IT장비를 구매하기위한 '자본 예산'의 경우, 외환은행은 연간 약 600억~800억원선에서 편성하긴 했지만 실제 집행율은 크게 못미쳤다는 평가를 받았고, 언제부터인가 금융 SI(시스템통합)업계에서는 외환은행은'짠물 은행'으로 통하게됩니다.

 

불과 몇해전, 국내 대형 시중은행에서는 처음으로 '메인프레임' 환경에서 탈피, 직원들의 투표까지 거쳐서 '유닉스'기반의 주전산시스템을 과감하게 도입했던 외환은행의 정서를 고려하면 이같은 소극적 행보로의 전환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그동안 외환은행 IT실무자들이 자신있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바젤II, IFRS(국제회계기준)시스템, AML(자금세탁방지)시스템 등 규제대응(Compliance)과제 정도였고, 서버 증설 등도 최소한의 선에서 진행됐습니다.

 

다만 외환은행은 재해복구시스템 인프라의 확충을 포함한 BCP체계를 갖추는데는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많은 관심을 보였고, 이 부분에 대한 투자는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BCP부문에 투자를 상대적으로 강화한 이유는 따로 시간을 할애에서 분석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당연히 'IT비용절감'은 론스타 인수후 외환은행 IT전략에서 가장 최우선되는 과제였습니다. 외환은행 특유의 강점을 살리기 위한 아이디어는 많이 나왔지만 이를 혁신적으로 이끌어낼만한 '실탄'은 부족했습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외풍을 맞았을때는 그 정도가 더 심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카드시스템 CPU 증설이 늦춰지기도 했습니다. 연간 3000억원이 넘는 IT예산을 편성하는 KB국민은행, 농협, 신한은행 등과는 언제부터인가 직접 비교가 힘들어졌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IT투자 예산에 대해 '숨만 쉴 정도의 양(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외환은행이 IBM이 국내 금융권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SLR(Software License Review)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도 IBM의 의도에 대한 불쾌감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IT투자 예산이 여유가 없는 데서도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SLR이란 IBM이 자사 SW제품을 도입한 고객사를 대상으로 정확한 사용자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단순히 SW 저작권 보호조치로 볼 수 있지만 국내 은행권은 IBM이 SW 라이선스를 인상하기위한 사전조치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IT투자가 위축돼 있으면 당연히 활력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현재 은행권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스마트폰뱅킹서비스도 외환은행은 선두권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이버 환전'서비스등 외환은행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자위할 수 있겠지만 시장의 역동성을 따라잡기에는 홍보 등 전체적인 전력에서 힘이 부쳐보입니다.

 

외환은행이 어느 은행하고 합병하게 될지 현재로선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다만 KB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전에선 한 발 물러서 있는 상황이고, 신한금융도 최근의 내분 때문에 힘을 제대로 쓰지는 못할 것이란 상황을 고려하면 하나금융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아 보입니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호주 ANZ 은행으로으로 매각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습니다. IT직원들도 고통스런 IT통합이 뒤따르기 때문에 국내 은행과의 합병시나리오는 달갑지 않습니다.

 

만약 국내 은행과의 IT통합시 과연 외환은행의 기존 전산시스템은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까요. 물론 IT성능과는 무관하게 IT통합에는 IT외적인 논리가 작용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입니다. 더욱이 그 상대가 하나은행이라면.

 

[박기록 기자의 블로그= IT와 人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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