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지난주 내내 전세계 IT 업계를 달군 뉴스 중 하나는 다름 아닌 3PAR를 둘러싼 HP와 델의 인수전이었다.
델과 HP는 계속해서 인수금액을 높여가며 3PAR 인수에 목을 메고 있고, 현재 인수가는 당초 델이 제시됐던 11억 5000만 달러에서 약 2배 가량 증가한 2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계속해서 판돈이 커져가는 만큼, 업계에서는 3PAR의 인수가가 얼마까지 올라갈지에 대해 관심도 커지고 있다.
도대체 3PAR가 뭐하는 업체이길래, 내노라하는 IT 업체들이 이러한 인수 전쟁을 펼치고 있는 것일까.
3PAR는 국내에는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는 스토리지 업체다.
지난 1999년 설립 당시 ‘씬 프로비저닝(Thin Provisioning)’이라는 획기적인 기술을 소개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씬 프로비저닝’ 기술이란, 일반적인 스토리지 제품들이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기 위해 실제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용량(오버 프로비저닝)을 확보하는데 이를 최소화시켜주는 것을 말한다.
쉽게 설명하면 스토리지에 남아도는 용량 없이 꼭 필요한 만큼만 사용할 수 있도록 스토리지를 말 그대로 날씬하게(Thin) 만드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용량을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변경할 수 있어, 초기에 많은 양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모듈러 방식의 확장성과 가상화 기반 클러스터링 연결을 통해 대규모의 워크로드를 시스템 자원 전반에 걸쳐 분산 처리할 수 있는 특징 때문에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에 적합한 인프라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3PAR의 제품은 미국 통계청과 뉴욕증권거래소,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와 버라이존 등에서 채택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푸르덴셜 생명과 국민은행, 제일기획, CJ 등에 구축된 바 있다.
클라우드 인프라 제공업체로써 제품의 성능이나 안정성, 확장성 등의 측면에서 엔터프라이즈급 스토리지가 절실한 HP와 델이 3PAR을 손에 넣으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벌써 여섯차례나 카운터펀치를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인수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 HP에서 제시한 20억 달러의 인수가 역시 3PAR의 기업가치보다 많이 과장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인수금액이 올라갈 가능성도 남아있다.
어쨌든 양사의 자존심을 건 인수 경쟁 덕에 IT업계는 이를 흥미롭게 관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그동안 이론에서 실제로 변화하면서 이를 구체화 시킬 수 있는 ‘기술’에 업체들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위기다.
따라서 IT업계에선 현재 3PAR의 인수 경쟁과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최근 인텔이 보안업체인 맥아피를 인수하고, 이를 자사 전략에 녹이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처럼, 클라우드 시장 역시 서비스 역량을 융합시켜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체 간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원천기술이 있는 업체에 대한 대형 IT업계의 구애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클라우드가 지금보다 IT 업계의 핵심 요소(컨셉)로 자리했을 때 이를 바라보기만 했던 기업들은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3PAR처럼 원천기술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업체들이 탄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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