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한동안 국내 게임산업 분야에 회의론이 팽배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는 산업 초기에 출시된 게임이 선점효과를 빌어 수년간 상위권을 독차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신작의 회색빛 전망에 투자금은 빠져나가고, 이에 살림이 어려워진 중소 게임사들은 연이어 문을 닫았다.
신작이 순위를 치고 올라갈 여지가 보이지 않던 중, 2008년 론칭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아이온’이 파란을 일으켰다. 나오자마자 1위에 오른 것이다. 지금도 꾸준히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게임산업 전체에 활력이 생겼음은 물론이다. 투자도 다시 이어졌다.
지금의 상황도 그 당시랑 비슷하다. PC방 게임 분석사이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10위권내 게임은 그 안에서 순위가 소폭 변동할 뿐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그러던 중 의미 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스타크래프트2가 10위에 들어선 것이다. 지난해부터 론칭된 수십개 온라인게임 중 최초다. 현재 PC방 게임사용량 10위까지 게임 가운데 4개가 블리자드 게임이다. 여기에서 한 번 더 국내 게임업체들의 고민이 이어져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스타2를 취재하면서 듣게 된 업계 관계자들의 말은 “블리자드 게임의 완성도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이름값을 못하는 성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관계자들은 섣불리 성공여부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스타2가 잘 만든 이른바 웰메이드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개발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국내 게임산업은 게임선진국과 기획력에서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또 게임선진국은 철저히 분업화돼 전문 인력이 각각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업체도 시나리오에 비중을 두고 작가나 전문 인력을 기용하는 것이 보편화되는 등 기획력과 완성도를 위한 긍정적인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올 하반기 론칭될 한게임의 ‘테라’부터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앤소울’과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에 거는 업계전반의 기대가 크다. 이는 타사 게임을 통해서라도 국산게임의 자존감을 확인하고픈 바람일 것이다. 3편 모두 대작으로 불리는 MMORPG로, 완성도를 위해 불철주야 개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3편 모두 잘돼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면 좋겠지만, 그도 쉽지 않을 일. 어느 한편이라도 대박을 터뜨려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갔으면 하고 기대를 걸어본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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