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드웨어 유지보수 정책 발표, 서비스 직접 제공키로
- 고객 이탈 가능성도 제기…파트너들은 위기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오라클의 하드웨어 비즈니스 전략의 윤곽이 드러났다.
그동안 소프트웨어(SW)사업에서 쏠쏠한 이익을 오라클에게 안겨줬던‘유지보수’ 정책을 앞으로는 썬의 하드웨어(HW)까지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SW에서나 통했던 유지보수 전략이 HW시장에서까지 통할지는 의문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라클은 썬 서버 및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 사업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직접 진행키로 했다.
이를 위해 오라클은 ‘시스템을 위한 오라클 프리미어 서포트’와 ‘운영체제를 위한 오라클 프리미어 서포트’ 등 두 가지 유지보수 정책을 출시했다.
‘시스템을 위한 오라클 프리미어 서포트’ 요금의 유지보수요율은 하드웨어 구입가격의 12%이며, ‘운영체제를 위한 오라클 프리미어 서포트 요금’의 유지보수요율은 8%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오라클 하드웨어를 구입하는 고객은 이 같은 유지보수 서비스를 반드시 구매해야 하며, 구매하지 않을 경우 업데이트, 패치, 보안 경고, 설정, 설치 지원 등 어떤 서비스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오라클 비즈니스의 핵심 ‘유지보수’ = 유지보수는 오라클이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쉬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무기였다.
오라클은 지난 2000대 초반 모든 소프트웨어 유지보유 요율을 22%로 인상한 뒤 이를 줄곧 관철시켜왔다. 그 과정에서 고객들이 많은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오라클은 유지보수 정책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제품 가격을 할인해줄지언정 유지보수 정책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오라클의 입장이었다. 때문에 오라클의 이번 발표는 기존 소프트웨어에 적용했던 유지보수 정책을 하드웨어까지 확장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라클이 어떻게 하드웨어 비즈니스를 할까’라는 업계의 궁금증에 올라클이 ‘유지보수’라는 답을 준 것이다.
◆일부 고객 이탈 예상 = 문제는 오라클의 이 같은 정책이 고객들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고객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었다. 일각에서는 안티오라클 정서까지 있었으며, 그 틈을 노린 경쟁사의 제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등 소프트웨어의 경우 기술 종속적인 면이 강해서 고객들은 오라클의 유지보수 정책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와 다르다. 특정 하드웨어 공급업체의 제품을 이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교체주기에 맞춰 다른 제품을 도입하기가 소프트웨어보다 용이하다.
가뜩이나 IBM∙HP 등 경쟁사들이 썬의 고객을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에서 기존 썬 고객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유지보수요율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전망된다.
◆ 썬 파트너들은 어디로 = 오라클의 하드웨어 유지보수 정책은 한국썬의 파트너에 치명타를 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오라클이 고객에 직접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면, 중간에서 제품을 유통하고 기술지원을 해온 파트너들이 사업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오라클은 유지보수 정책을 관철시키는 대신 제품 가격은 대폭 낮출 것으로 예상돼 파트너들의 마진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 썬의 한 CCP(Core sales Core delivery Partner) 업체 관계자는 “오라클에 인수된 이후 벌써부터 유지보수 비용이 높다는 고객의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고객들의 신뢰가 떨어져 비즈니스가 위축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썬 서버 유지보수 매출 비중이 30~40%정도 된다”면서 “오라클 정책이 현실화 되면 우리는 매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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