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라는 발표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예컨대 어떤 제품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라면 해당 분야에선 선두 업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수가 있습니다. 물론 큰 의미가 없는 발표도 있습니다만.
지난 주말(1월 31일) LG전자가 보도자료를 한 통 배포했습니다. 자사 32~47인치형 LCD TV 12개 모델이 보다 강화된 유럽의 친환경 인증을 획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LG전자는 이 자료에 ‘업계 최초’라는 문구를 삽입했고, “LG전자의 친환경 기술이 유럽에서 공식 인정을 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LG전자의 ‘업계 최초’ 발표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삼성전자를 비롯해 일본 소니와 샤프가 지난해 이 같은 인증을 획득했던 것입니다.(홈페이지 참조).
유럽의 친환경 인증은 지난해 11월부터 종전 보다 강화됐습니다. 대기전력 기준이 기존 1와트에서 0.5와트 이하로, 최대 소비전력 기준도 화면 크기에 상관없이 200와트 이하를 충족시켜야만 합니다. 카드뮴, 수은, 납 등 사용 금지 인체 유해물질도 기존 8종에서 11종으로 늘었지요.
이러한 조건에 만족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고, 인증을 통과한 제품에는 친환경임을 뜻하는 에코 플라워 마크를 붙일 수가 있습니다.
에코 플라워 마크가 붙어있지 않아도 유럽 시장에 TV를 내다팔 수는 있으나 같은 값이라면 전력소모가 적고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덜 사용한 제품에 아무래도 손이 더 가게 된다는 게 TV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LG전자의 지난 주말 발표에 고개를 갸웃했던 기자들이 많았다는 후문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유럽 지역의 친환경 인증이 강화됐다면 당시 전후로 인증을 받았어야 했던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지난해 소니를 제치고 세계 2위(수량기준)의 TV 제조업체로 올라선 LG전자의 위상을 고려하면 친환경 인증에 대응이 늦었다는 점 외에도 경쟁 업체의 상황을 고려치 않은 ‘업계 최초’ 발표가 세계 2위 업체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편 LG전자 관계자는 ‘업계 최초’라는 발표에 대해 “연구소에서 올라온 자료를 토대로 작성하고 배포했는데,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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