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에이서가 국내 유통업체인 두고테크를 통해 한국 시장에 재진출한다.
지난 2001년 국내 철수 이후 8년만의 귀환이다. 단, 이번 귀환이 가지는 의미는 분명 남다르다.
에이서는 8년 전 ‘무명’에 가까웠다. 그러나 에이서는 현재 전 세계 3위의 PC제조업체로 성장했다.
한 때 세계 PC 시장을 호령했던 2위 델도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유럽 시장에선 HP의 뒤를 잇는 것은 델이 아닌 에이서다.
에이서 상승가도에는 OEM 생산으로 쌓은 노하우와 시장 변화에 맞춘 발 빠른 대응력이 있었다. 쉽게 말해 에이서 제품은 경쟁력이 있다. 국내에도 해외에서 들려오는 에이서 제품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는 마니아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이번 에이서의 국내 진출은 반길만한 일이다.
그러나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에이서는 96년 한국 시장에 진출해 노트북을 비롯한 각종 PC 부품을 판매해오다 자금 사정으로 인해 철수한 바 있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제품별 수입 유통사가 A/S를 맡긴 했으나 그간의 상당한 공백으로 많은 소비자가 A/S 관련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실, 철수 전에도 A/S가 크게 만족스럽지 못했다.
기자를 포함해 당시 에이서 때문에 속을 태워야만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무책임한 기업’이라는 에이서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다.
따지고 보면 이번 국내 진출은 에이서보단 국내 유통사가 더 바랐던 일이다. 에이서가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로 국내 시장은 크지 않다는 게 이유다. 더구나 한 번 들어왔다가 빠져나간 시장이 아닌가.
그렇더라도 에이서는 과거의 무책임한 행동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비록 지사 형태가 아니더라도 사후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다. 누가 더 바랐건 국내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려면 그 정도 노력은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건 A/S 경우 에이서 본사 차원에서 직접 관리할 것이란 사실이다. 에이서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한주엽 기자> 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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