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만원, 1,500만원’. 자동차 가격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캐논, 니콘의 600~800mm 초망원 고급 렌즈의 가격이다.
망원렌즈는 높은 원가와 제조공정의 복잡함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 매겨진다. 야구경기장 좌석에 앉아 타자의 눈 찡그림 등 표정까지 잡아낼 수 있는 600~800mm의 초망원 렌즈라면 이 정도 가격이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일반 표준 화각대의 렌즈 중 값비싼 고급 렌즈군은 어떨까. 캐논의 경우 같은 50mm 단초점 렌즈라고 하더라도 고급형은 180만원, 저가형은 10만원에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약 18배의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이다.
렌즈에 금테라도 두른 것일까. 적어도 니콘의 고급형 렌즈라면 금테를 두른 것이 맞다. 니콘은 자사 고급 렌즈군에 금색 띠를 두르고 있다. 캐논은 빨간색, 올림푸스는 은색 띠를 두른 것이 고급형 렌즈다. 니콘 관계자는 “외형에서부터 고급형과 일반형의 차이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체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다. 캐논은 렌즈 원통부에 새겨진 빨간색 띠와 함께 모델명 뒤에 럭셔리(Luxury)를 뜻하는 ‘L’이 붙으면 고급형 렌즈군에 속한다. 니콘은 고급형이라고 하더라도 금색 띠를 두르지 않은 200mm F4D IF 마크로 렌즈 같은 제품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고급형 모델이 금색 띠를 두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림푸스의 경우 고급형 렌즈군인 수퍼하이 시리즈에는 광이 나지 않는 무광 은색 띠가 둘러진다. 일반 렌즈군에 둘러진 은색 띠는 유광이라는 점으로 고급형과 일반형의 차이를 뒀다. 또 비구면렌즈(ED) 모델은 은색 띠 뒤에 옅은 파란색 띠를 함께 두르고 있다.
고급형과 일반형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밝은 렌즈냐, 어두운 렌즈냐로 설명할 수 있다. 밝은 렌즈라는 것은 해당 렌즈가 투과할 수 있는 최대 광량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밝은 렌즈는 구경이 크고 늘어난 구경만큼 제조비용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처럼 구경이 큰 렌즈일수록 화면과 색의 왜곡현상 보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값비싼 비구면, 초저분산 렌즈를 소재로 쓴다.
밝은 렌즈를 가졌다면 어두운 환경에서도 더 빠른 셔터속도를 유지할 수 있어 사진 실패율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결국 사진 실패율을 줄여주는 기술이 카메라 및 카메라 액세서리의 가격을 결정하게 되는 셈이다.
카메라 업계 한 관계자는 “밝은 고급 렌즈는 광학적 성능이 뛰어남은 물론 외형에서 일반 렌즈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값이 비싸도 선호하는 사용자가 많다”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 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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