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A사는 최근 신규 소프트웨어(SW) 개발에 돌입했다. 전혀 새로운 컨셉의 SW를 기획한 A사 대표는 신규 SW를 통해 블루오션을 개척할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하지만 막상 SW 개발을 완료한 후 A사 대표는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회사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 신제품을 개발했는데, 비슷한 SW가 이미 1년 전에 시장에 나와 있었던 것이다. A사 대표가 이를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시장을 선점 당한 A사의 신제품은 이렇다 할 소득을 얻지 못했고, 막대한 개발비만 날아갔다.
#장면 2
SW 개발업체 B사는 자사의 대표 브랜드인 기업업무용 SW를 C사에 매각하고,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B사의 고객인 D사는 이 SW 추가 구매를 위해 B사에 연락을 취했다. 신규 업무 확장을 위해 이 SW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폐업한 B사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D사는 급한 마음에 불법복제SW를 이용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D사에 갑작스럽게 경찰이 들이닥쳤다. 불법SW 단속이었다. D사는 억울함을 하소연했지만, 불법SW를 사용한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위에 언급된 사례는 가상으로 꾸며진 사건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유사한 일들은 지금도 흔히 일어나고 있다.
컴퓨터프로그램(SW) 저작권이 무방식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들이다. SW저작권은 특허와 달리 특별한 등록절차 없이 권리가 발생한다. 때문에 어떤 SW가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지, SW 저작물에 대한 권리가 어떻게 이전 됐는지 한 눈에 알기 힘들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관광부 컴퓨터프로그램보호위원회는 프로그램등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등록제도란 SW에 대한 일반적 사항과 권리자에 대한 정보를 프로그램 등록부라는 공적장부에 기재해 외부에 공시하는 것을 말한다. SW의 저작자∙창작연월일∙개요를 비롯해, SW저작권의 배타적 발행권 설정∙양도∙질권설정 등이 프로그램 등록부에 기록돼 있다.
프로그램등록제도는 SW저작자가 특정 SW을 창작한 사실을 명확히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또 A사의 사례처럼 동일한 내용의 SW가 이미 개발된 사실을 모르고, 또다시 SW을 개발하는 노력과 비용의 중복 투자를 막을 수도 있다.
무형물인 SW저작권의 권리변동도 명확히 해, 고객들이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저작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D사가 자사에 필요한 SW 저작권이 C사에 있음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면, 불법SW에 손을 대는 모험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프로그램등록제도는 무방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SW저작권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국내 SW업계에서는 프로그램 등록을 당연시하고 있으며, SW저작권을 지키기 위한 기본 절차로 인식하고 있다.
컴보위에 따르면,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이 제정된 지난 1987년 이후 현재까지의 프로그램등록 건수는 약 14만1000건을 넘었다.
컴보위는 지난 2004년 민원 편의 증진을 위해 온라인을 통해 프로그램등록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등록시스템(www.sors.or.kr)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온사인등록시스템이 처음 도입된 2004년도의 온라인 이용률은 28.5%에 불과했으나, 2008년 11월말 현재는 60%에 이르고 있다고 컴보위는 설명했다.
지난 2005년 ‘SW등록제도 이용현황 및 만족도'를 설문조사한 결과, SW개발자들이 등록 제도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지적재산권 보호(56.1%)’를 꼽았으며, 공공기관 입찰이나 수출 등의 거래시 ‘안전성 확보(24.4%)’, ‘개발실적 관리(10.2%)’, ‘SW홍보 및 마케팅(9.3%)’ 등이 주된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SW개발업체들은 창작년월일의 추정과 창작사실의 공시를 통해, 지재권을 보호받는 유용한 수단으로 등록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