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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누가 핸디소프트를 망쳤나

지난 주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다소 우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소프트웨어 벤처 1세대로 분류되는 핸디소프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회사에 매각됐다는 것이었다.

코스닥에 상장된 소프트웨어 업체가 우회상장의 제물이 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돼 버렸다. 하지만 핸디소프트의 존재감은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보는 이를 더욱 씁쓸하게 만들었다.

인수한 오리엔탈리소스라는 회사는 핸디소프트의 소프트웨어 사업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리엔탈리소스는 핸디소프트 인수를 완료한 후 SW 사업을 다시 매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과연 한때 코스닥의 황제주로 군림했던 핸디소프트가 왜 이렇게까지 망가졌을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업계에서는 다소 무리한 미국 진출이 핸디소프트를 어려움에 빠뜨렸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 진출 초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미국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분위기다. 회사측에 따르면, 이번 1분기 미국 법인도 순익분기점(BEP)를 넘겼다.

핸디소프트가 위기에 처한 결정적 원인은 정부 및 공공기관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지나치게 컸다는 점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 환경에서 ‘공공시장 비중이 크다’는 것은 곧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핸디소프트는 그룹웨어를 중심으로 지식관리시스템(KMS)•기업포털(EP) 등으로 2000년대 초까지 공공 시장을 싹쓸이 했다. 핸디소프트는 이를 기반으로 급성장했으며,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국내 환경에서는 정부 및 공공기관에 소프트웨어 제품을 한번 공급하면 추가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요율이 낮다는 지적은 이제 해 봐야 입만 아프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직접 공급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행정안전부는 지난 해 전자문서관리 시스템인 온나라시스템을 지방자치단체에 보급해 왔다.

지난 2월에는 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에 있는 우수 정보시스템 3종을 선정해 표준화를 마치고 도입을 희망하는 130개 자치단체에 본격 보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스템이 130개의 자치단체에서 사용돼도, 시스템을 공급한 소프트웨어 업체는 단 하나의 라이선스 대가만 받는 것이다. 정부가 발주해 구축한 시스템의 저작권은 업체와 정부가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아껴쓰자는 취지에서 이 같은 일을 진행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체로부터 한번만 기술을 제공받고, 다양한 부처 및 지자체에서 이용하겠다니 이 얼마나 알뜰한가.

하지만 SW공급업체는 정부 때문에 벼랑 끝에 몰린다. 수십, 수백억 원을 들여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한 번밖에 못 팔게 됐기 때문이다.

핸디소프트 역시 이 같은 행태의 피해자였다. 통합 온나라시스템이 공급되면서 기존 정부기관에 깔려있던 핸디소프트 그룹웨어는 점유율을 잃어갔다.

정부의 소프트웨어 구매 행태가 선진적이었다면 핸디소프트가 이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핸디소프트의 최대 실수는 대한민국 정부를 주요 고객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심재석 기자> 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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