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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VM 2025] 같은 위기, 다른 해법…기업들의 탈VM 시나리오

2023년 11월, 브로드컴(Broadcom)이 690억 달러에 VM웨어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IT 인프라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이 인수는 단순한 소유권 이전을 넘어, 가상화 및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의 전략적 재편을 의미한다. 이후 2년이 넘어가는 시점에 전 세계 기업들은 '탈 VMware'를 추진 중이다. 이들은 비용 효율성과 기술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와 하이퍼컨버지드 인프라(HCI) 솔루션 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브로드컴의 VM웨어 인수가 가져온 시장의 변화와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향후 가상화 및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방향성을 조망해 본다.[편집자]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챗GPT]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챗GPT]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지난해 초 브로드컴이 VM웨어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기업 인프라는 중대한 선택의 시기를 맞이했다. 라이선스 정책 변화와 가격 인상, 파트너 체계 개편이 잇따르자 기업들은 기존 가상화 환경을 유지할지, 새로운 구조로 전환할지를 두고 전략을 다시 짜야 했다.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국내외 벤더들은 ‘VM웨어 대안’을 화두로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했고 일부 기업은 실제 전환에 착수했다. 유지와 교체, 우회 등 전환 방식은 기업마다 달랐고 선택 기준 또한 각기 달랐다. 결국 ‘탈VM웨어’에 정답은 없다. 기업마다 처한 상황과 우선순위에 따라 서로 다른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 “VM웨어 방식 그대로”…리스크 줄인 유지형 전략=기존 운영 환경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비용과 운영 부담을 낮추려는 수요는 여전히 많다. 이러한 수요에 맞춰 VM웨어와 유사한 구조를 제시하는 대체 솔루션들이 등장했다.

상포테크놀로지는 VM웨어와 동일한 소켓 단위 영구 라이선스를 제공하며 하드웨어 종속이 없는 유연한 설치 방식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상포테크놀로지 측은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 장비에 VM웨어가 사전 탑재된 환경에서도 상포 제품은 별도 구성 없이 설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효성그룹은 기존 서버 장비에 VM웨어를 걷어내고 상포 솔루션을 적용해 운영 환경을 재구축했다.

스토리지 기반 접근법을 택한 퓨어스토리지는 기존 VM웨어 환경을 유지하면서 재해복구(DR), 스냅샷 백업, 자동화 기능을 강화해 운영을 최적화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의료, 금융 등 운영 변경에 민감한 산업군에서 유지형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퓨어스토리지 측은 “환경을 완전히 바꾸지 않아도 운영성과 비용 측면에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퓨어스토리지는 고객 요구에 따라 VM 이전, 타 플랫폼 전환, 클라우드 네이티브 현대화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 “AI·클라우드 중심 재설계”…전환형 전략 확산=VM웨어 대체를 단순한 치환이 아닌, 플랫폼 자체를 재설계하는 기회로 삼는 기업도 있다. 특히 멀티클라우드, 쿠버네티스, 생성형 AI 등 새로운 인프라 요구에 대응하려는 기업들은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반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레드햇은 쿠버네티스 기반 오픈시프트(OpenShift) 플랫폼에 VM 환경을 통합한 ‘클라우드 네이티브 VM’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 가상화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컨테이너 기반 개발·운영 환경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구조다. 레드햇 측은 “단순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화된 VM 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레드햇은 한 글로벌 금융기관에서 수천 개 VM을 자사 플랫폼으로 이전한 사례를 기반으로 안정성과 확장성을 강조하고 있다.

뉴타닉스는 HCI(하이퍼컨버지드 인프라) 기반의 클라우드 플랫폼(NCP)을 중심으로, AI·엣지·멀티클라우드 워크로드까지 아우르는 전환형 전략을 전개 중이다. 실제 HD현대 조선해양은 일부 핵심 시스템에서 기존 VM웨어 대신 뉴타닉스를 도입해 운영 안정성과 복원력을 확보했다. 뉴타닉스는 “애플리케이션 현대화는 물론, 엣지·퍼블릭 클라우드 환경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공공·중견 중심 확산”…틈새형 국산 솔루션 부상=예산 제약, 검증된 인력 부족, 전환 리스크 등으로 인해 대규모 전환이 어려운 공공기관이나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초기 도입 장벽이 낮고 국산 인증을 갖춘 제품이 실질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파이오링크는 국산 하이퍼컨버지드인프라(HCI) 솔루션 ‘팝콘’을 통해 경찰청, 고용노동부, 충남교육청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다수 구축 사례를 확보했다. 파이오링크 측은 “VM웨어는 핵심 기능 외에 대부분 기능을 별도 라이선스로 판매하지만, 파이오링크는 ‘올인원 영구 라이선스’로 운영 비용을 줄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해성디에스, 아성코리아 등 반도체 및 전자부품 제조사 중심으로 민간 도입도 확산되고 있다.

오케스트로는 한국리미니스트리트와 협력해 기존 VM웨어 유지보수 서비스에 마이그레이션 컨설팅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시한다. 기술적 리스크가 크거나 내부 역량이 부족한 조직에서 ‘전환 속도 조절’ 전략을 택할 수 있도록 구성된 모델이다.

벤더들이 제시한 탈VM웨어 전략은 각사 사업 구조와 주력 고객군에 따라 뚜렷하게 갈라진다. 기존 운영 환경을 유지하려는 수요에 맞춘 제품군이 있는가 하면,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반 구조 전환을 전제로 한 플랫폼도 있다. 국산 솔루션들은 공공·교육 등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시장을 겨냥해 라이선스 정책을 단순화해 입지를 키우려 하고 있다.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지만 제안 방식과 접근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전환 전략 역시 단일하지 않다. 기술 경쟁보다는 누가 어떤 고객군을 얼마나 잘 설득했는가가 관건인 상황이다. 공급자는 제품이 아니라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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