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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中 공세에 HBM2E 생산중단 수순…'하이브리드 본딩'에 걸린 운명 [소부장반차장]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 [ⓒ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 [ⓒ삼성전자]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삼성전자가 HBM2E(고대역폭 메모리) 제품 생산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최근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며 향후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HBM4 시장에서 수율 확보 여부가 삼성전자의 운명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고객사에 HBM2E 제품에 대한 'Last Buy Order(LBO, 마지막 주문 접수)'를 통보하고, 생산 종료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1y, 1z 나노 기반의 8Gb DDR4 제품 역시 오는 2025년 4월을 기점으로 EOL(End of Life) 조치가 예정돼 있다. 이는 메모리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HBM2E는 기존 HBM2 대비 대역폭과 성능을 높인 제품으로,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 중국 YMTC, CXMT 등 메모리 업체들이 가격 인하를 무기로 시장 공세를 강화하면서, 범용 메모리 제품군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했다. HBM2E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 하락 압력이 커졌고, 삼성전자는 HBM3E 및 HBM4 등 차세대 제품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HBM3E 시장에서는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제품을 성공적으로 엔비디아 등에 공급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3E 제품에서 수율 문제를 겪으며 주요 고객사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엔비디아가 차기 AI GPU 제품군에 대해 SK하이닉스 제품 채택을 늘리면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위축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삼성전자는 HBM4 시장에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GTC 2025 행사에서 HBM4E까지 개발 로드맵을 공개하며, 핀당 10Gbps 전송 속도, 스택 당 2.5TB/s 대역폭을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HBM4에서는 TSV(실리콘 관통 전극) 기반 전통적 적층 공법 대신,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공법을 적용할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칩을 금속 패턴과 절연막을 동시에 결합하는 기술로, 기존 TSV 대비 접합 면적이 넓어져 전기 저항을 줄이고, 데이터 전송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또 본딩 공정의 정밀도가 향상돼 다이 사이 간섭이 줄어들어 수율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4 개발 및 검증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내년 중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샘플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업계는 2026년부터 엔비디아 '루빈(Rubin)', AMD 'MI400' 시리즈 등 차세대 AI GPU 제품군에 HBM4 탑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HBM4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메모리 업계의 기선잡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반 HBM4 제품을 통해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히고, 다시 메모리 초격차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본딩 공법 자체가 초미세 정밀도를 요구하는 만큼, 초기 수율 확보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기존 TSV 적층 대비 공정 복잡도가 높아, 초기에는 수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한 전문가는 "HBM은 특히 수율이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장"이라며 "삼성전자가 하이브리드 본딩 기반 HBM4 양산 초기에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향후 AI 메모리 시장에서 다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SK하이닉스는 이미 하이브리드 본딩을 조기에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가 이를 빠르게 추격하지 못할 경우,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에서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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