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가 추진해오던 전구체 공급망 내재화 계획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기업과 손잡기로 했던 법인 설립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독자적인 생산 능력을 구축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다. 이에 따라 연내 가동이 예정된 전구체 라인들이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양극재 기업들이 추진해 온 중국 기업과의 국내 합작 전구체 생산 공장이 무산되거나 유예되고 있다.
에코프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SK온, 중국 거린메이(GEM)와 지난 2023년 3자 합작법인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를 설립하고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착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정체(Chasm) 장기화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해외우려기업집단(FEOC) 지정 이슈로 관련 계획이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새만금에 화유코발트와 짓기로 한 합작 설립 계획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양사는 2023년 이를 발표하고 2028년까지 연 10만톤 규모의 전구체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관련 의사결정이 밀리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포항에 CNGR과 짓기로 한 합작 전구체법인 '씨앤피신소재'의 주식 취득 시기를 내년 1월 말로 연기했다. 이 가운데 CNGR과 진행했던 니켈 정제 합작법인은 완전히 중단키로 한 바 있다.
전구체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및 알루미늄 등이 혼합된 물질로, 배터리 전압과 에너지밀도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만들기 위한 중간재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당초 대부분 중국산 전구체 공급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공급망 안정화와 IRA 등을 계기로 이를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고, 기술력과 원료 공급망을 지닌 중국 업체와의 합작 시도가 늘어난 바 있다. 그러다 변동성이 큰 FEOC 지정 가능성, 트럼프 정권의 대중 견제 강화 등에 따른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합작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해석된다.
장기화된 캐즘에 따라 원료가격이 하향 추세에 있는 점도 불안요소 중 하나다. 전구체 사업이 원료 비중이 매우 높고, IRA에 따른 제약으로 적격광물을 구하기가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수익성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주를 이룬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구체 자급률은 줄어드는 한편,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외부 광물 수입 비중과 단가는 높아지는 등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재 업계에서는 올해 본격 가동을 앞둔 국내 배터리 소재사들의 자체적인 전구체 라인이 성과를 내야 한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독자적으로 구축한 라인이 생산성, 수익성을 모두 확보해야만 미국 시장으로의 안정적인 진입과 탈중국 공급망 구축 등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에코프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앞세워 포항 등 주요 공장의 전구체 생산을 확대하는 한편, GEM이 보유한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를 인수해 원료 내재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생산성 확보는 물론 원료 안정화까지 이뤄 전구체 사업의 안정성을 갖추겠다는 목표다.
LG화학은 연기된 화유코발트와의 합작법인 대신 고려아연 자회사 켐코와 합작한 '한국전구체주식회사'의 비중을 차츰 늘려가고 있다. 한국전구체주식회사는 지난해 울산 내 연산 2만톤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시운전한 데 이어, 올해 본격 양산 가동에 돌입하면서 생산성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 성과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합작한 미국 배터리 공장의 전구체 공급 비중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엘앤에프와 LS는 합작한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LLBS)'의 새만금 공장을 올해부터 차츰 가동할 전망이다. 5월 시운전에 돌입한 후 내년 1분기 양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은 독자 생산라인인 광양 전구체 공장에서 시생산을 시작했으며, 2분기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다만 양산을 위한 승인 절차나 최적화하는 단계가 남은 만큼 단기적으로는 이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CNGR과 합작한 씨앤피신소재와 관련한 연내 공장 구축이 진행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CNGR이 한국법인인 피노를 통해 중국 자본 비중을 줄이고 있는 만큼, IRA 우회와 관세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이에 대한 추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에코앤드림 등 국내 중소·중견급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도 이뤄지는 추세다. 에코앤드림은 증설된 물량을 단계적으로 높여 유미코아-SK온-현대차로 이어지는 공급라인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한 소재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의 합작법인이 연일 무산되거나 연기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착수한 전구체 라인이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이라며 "품질은 물론 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는 만큼, 일찌감치 시장에 진출한 업체나 자본금을 확충한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료방송-FAST 新 협력모델 제안…“통합 에코시스템 구축 필요”
2025-04-19 17:37:27[AI시대, ICT 정책은②] 네트워크 준비지수 5위인데…우리 정부는 준비됐나
2025-04-19 08:00:00[DD퇴근길] 이마트 옆 다이소 옆 이케아…서울 '강동' 격전지로
2025-04-18 17:48:11넷플릭스 1분기 27%↑ 영업익 4조원…韓 ‘폭싹속았수다’ 흥행 언급도
2025-04-18 16:24:08[AI시대, ICT 정책은①] ‘정부주도→민간주도’…“인프라 위한 해외자본 유치 필수” 의견도
2025-04-18 15:28:56네이버, 좌표찍기 알림 공지 시스템 도입…최수연 "이달 내 적용"
2025-04-18 19:04:20구글, 美 ‘반독점’ 재판서 유죄 판결… '사실상 해체' 위기 직면
2025-04-18 18:04:23[DD퇴근길] 이마트 옆 다이소 옆 이케아…서울 '강동' 격전지로
2025-04-18 17:48:11“무료 체험 뒤 몰래 결제?”…다크패턴, 근절 방안 마련한다
2025-04-18 16:23:01위믹스, 1차 바이백 중간경과 보고… 해킹 탈취 물량 바이백 완료
2025-04-18 14:2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