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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을지로 직장인 밥심 책임지는 솥밥 러버, 91년생 '이 남자'

'권사장'으로 불리는 CJ푸드빌 MZ직원, 권수용 누룩 점장

을지토끼굴 누룩 권수용 점장.
을지토끼굴 누룩 권수용 점장.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할머니가 지어주시던 뜨끈한 솥밥 한 그릇, 바쁜 도심 속에서도 그 따뜻함을 전하고 싶었어요."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로 붐비는 서울 을지로 골목. 허겁지겁 식당을 찾는 이들 사이로, 매일같이 솥밥 한 상이 정성스레 차려지는 공간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솥밥, 구수한 된장찌개, 바삭한 곱창김과 갓 무친 겉절이까지.

누가 봐도 '맛집 할머니'가 운영할 것 같은 이곳을 지키는 이는 놀랍게도 1991년생의 젊은 점장이다. CJ푸드빌의 파일럿 스토어 '누룩'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권수용 점장이 그 주인공이다. 권 점장은 2016년 CJ푸드빌에 입사한 뒤 베이커리본부 가맹영업 4년, 외식본부 매장 관리 5년을 거쳐 현재는 연구개발(R&D) 기반의 실험 매장 을지토끼굴에서 누룩을 운영 중이다.

을지토끼굴은 CJ푸드빌 임직원들이 브랜드 론칭 전에 신규 컨텐츠를 빠르게 만들고 실험해보는 공간으로, 언제든지 임직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테스트해볼 수 있도록, 가변경 가구와 모듈형 주방으로 구성한 실험실과 같은 공간이다.

권 점장이 을지토끼굴에서 기획한 누룩은 솥밥을 중심으로 한 한식 다이닝 브랜드로, CJ푸드빌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 '미라클50' 2기에서 대상을 받으며 실현됐다.

그는 지난 10일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팬데믹을 거치며 가정간편식(HMR)과 배달 음식이 식탁을 점령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며 "그럴 때마다 떠오른 건 엄마가 차려주시던 집밥, 할머니 댁에서의 온기 가득한 밥상이었다"고 말했다. 외식 본부 근무 당시 '계절밥상' 콘텐츠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CJ푸드빌 자산과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한식 브랜드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도 현지식 대신 일부러 한식당을 찾는다는 그는 자타공인 '한식 덕후'다. 권 점장은 "태국이나 베트남에 가서도 가장 먼저 한식당을 찾는다"며 "글로벌에서도 한식이 대세가 되고 있는 만큼, 그 가능성을 직접 느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K-푸드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 회사가 가장 잘하는 한식을 제대로 브랜드화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며 "한식의 본질과 건강한 가치를 전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가 제안한 브랜드 누룩은 전통 발효 문화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시간과 정성을 더해 맛을 완성하는 한식의 철학을 담고 있다.

누룩 텃밥 솥밥 반상. [ⓒCJ푸드빌]
누룩 텃밥 솥밥 반상. [ⓒCJ푸드빌]

권 점장이 차리는 누룩의 식탁은 단순히 솥밥에 그치지 않는다. 계절의 재료를 담은 반상, 막걸리와 전통주, 직접 만든 반찬까지 곁들여낸다. 권 점장은 "처음엔 밥 위 토핑에만 집중했는데, 테스트를 거듭하며 밥 자체의 완성도는 물론, 반찬과 찌개, 김치까지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도 있었다. 그는 "솥밥이 다 같은 솥밥이 아니더라"며 "내부 품평회를 두 차례 열고, 백여 가지 메뉴를 테스트한 끝에 지금의 구성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갓 지은 솥밥, 손맛 가득한 겉절이, 정성껏 끓인 된장찌개. 권 점장은 이 한 상으로 한식의 깊은 맛을 구현해 냈다.

그의 진짜 무기는 '맛'만이 아니다. 권 점장은 "할머니와 엄마가 차려준 밥상의 정성을 도심 속 직장인들도 느끼게 하고 싶었다"며 "그래서 쌀도 수향미와 오대미를 블렌딩해 밥 한 숟갈에서도 감동을 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권 점장은 요즘 이곳을 지키며, 낮에는 을지로 직장인들에게 집밥 같은 한 상 차림으로 든든한 한 끼를 전하고, 밤에는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한 이들에게 막걸리 한잔을 곁들인 위로를 건넨다.

이런 브랜드 철학을 실험하고 검증하는 공간이 바로 CJ푸드빌의 을지토끼굴이다. 아이디어를 실제 매장으로 구현하는 이 실험 공간에서, 권 점장은 누룩을 통해 새로운 경험도 실현하고 있다고.

누룩은 테이블 오더나 셀프서비스 없이, 고객과의 직접 소통을 중요시한다. 그는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 매장에서 직접 대화한다"며 "'진정성 있는 한식을 을지로에서 만날 수 있어 좋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미소 지었다.

을지토끼굴 누룩 권수용 점장과 직원들.
을지토끼굴 누룩 권수용 점장과 직원들.
을지토끼굴 누룩 권수용 점장.[ⓒCJ푸드빌]
을지토끼굴 누룩 권수용 점장.[ⓒCJ푸드빌]

권 점장의 자부심은 구성원에게도 향한다. 직급 없이 '님' 문화를 도입해 자유로운 의견 교환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오가는 구조다. 그는 "패기와 열정이 가득한 동료들과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간다는 점이 정말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파일럿 스토어 을지토끼굴의 특성상 누룩의 향후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누룩팀은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고민하고 떠오른 아이디어를 언제든지 테스트할 수 있다.

권 점장은 향후 여름철 계절 메뉴나 육류 중심의 사이드 메뉴 등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개발할 예정이다. 그는 "누룩은 마음마저 채우는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도심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와 추억을 느낄 수 있는 한식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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