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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뜻하지 않은 행운을 경험했을 때 한 번쯤 '신의 계시인가?'라는 생각을 해 볼 때가 있다. 우연이 겹칠 수 있는 특정한 상황을 마치 운명처럼 받아들이면서 과학적으론 설명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경험이라 여긴다. 예상치 못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 정도로 가혹한 것을 보니 신은 없다'는 생각에 좌절하기도 한다.
넷플릭스 '계시록'은 이런 인간의 믿음과 신념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극 중 성민찬(류준열 분), 이연희(신현빈 분), 권양래(신민재 분)는 직업이나 신념은 각각 다르지만 일련의 사건으로 맹목적인 신념을 가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개척교회 목사인 민찬은 아내의 불륜과 교회를 둘러싼 정치로 인해 실의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아들이 실종되는 사건을 겪게 된다. 일상의 균열에서 오는 가치관의 흔들림 속에서 그가 내린 결론은 양래였다. 양래가 자신의 교회에 나타났다가 아들을 납치하고 끝내 다른 교인에게 마저 몹쓸 짓을 했다고 믿어야만 지금 일어난 모든 불행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아들이 친구 집에 들렀다 돌아왔다는 통화를 마쳤음에도 민찬의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양래를 더 악마화하기 위해 실종된 교인이 그에 의해 죽었다고 믿으며 종국엔 양래를 죽여 불행의 씨앗을 없애는 것이 신의 뜻이라 여긴다. 그가 '악마'가 돼야만 뒤틀려버린 일상이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믿는 민찬의 눈 앞에 우연처럼 나타난 표식은 '신의 계시'와도 같다.
강력계 형사인 연희의 경우, 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인물이다. 동생의 죽음 앞에서 무너져 내린 그녀의 평정심은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의 허상을 만들어낸다. 동생을 죽게 만든 양래와 맞딱뜨린 순간 그를 죽이라 소리치는 허상의 외침은 연희가 가진 분노와 복수심, 그리고 죄책감을 씻어낼 면죄부로 다가온다.
다섯살 때 계부로부터 학대를 당한 것을 계기로 범죄를 저질렀던 양래 역시 자신만의 뒤틀린 신념 안에서 행동하는 인물이다. 외눈박이 창문과 연관된 트라우마 때문에 비슷한 모양의 구조물을 보게 되면 '괴물'로 인식하는 정신 착란에 빠져 있다. 이는 양래의 트리거(방아쇠)이자,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한 방어 기제로 작용한다.
연상호 감독은 이 지점에서 인간의 맹목적인 믿음과 신념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그릇된 믿음과 신념일 지라도 이를 지키기 위해선 폭력이나 살인마저 서슴지 않고 행하는 인간의 잔인함은 비단 드라마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자신의 맹목적인 믿음과 신념을 통해 뒤틀린 욕망을 채우려는 이들이 존재한다. '어쩌면 우리가 가진 믿음과 신념은 옳은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내릴 수 있을까. 그것은 '신'마저도 알 수 없기에 '계시'조차 인간이 만들어 낸 허상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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