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국내 라면 시장의 대표 주자인 농심이 삼양식품에 추월당했다. 10년 전만 해도 농심의 시가총액은 업계 압도적 1위였지만, 지금은 삼양식품이 3배 가까운 규모로 앞서 나가고 있다.
2015년 2만원대이던 삼양식품의 주가는 현재 90만원을 넘어섰고, 시가총액은 6조8000억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농심의 주가는 35만원에서 42만원대로 제자리걸음을 이어갔고, 시가총액은 2조5000억원대 수준에 그친다.
실적 격차는 더 명확하다. 지난해 삼양식품은 영업이익 344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33% 급증했으며, 1631억원에 그친 농심의 영업이익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2024년 4분기 기준으로도 농심의 영업이익은 204억원에 불과해 삼양식품의 878억원에 76% 이상 뒤처진다. 시장의 평가는 이미 뒤집힌 셈이다.
◆수익은 삼양이 4배, 매출만 큰 농심=실적 격차는 수익성 지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이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농심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연간 4.7%, 4분기에는 2.4%로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진다. 동종업계 최저 수준이다. 반면 삼양식품은 19.94%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격차는 고정비 부담과 운영 효율성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농심은 국내 공장 운영과 인건비 등에서 비효율이 발생하는 반면, 삼양식품은 수출 중심의 구조와 자동화 설비 등을 기반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ROE(자기자본이익률)에서도 삼양식품의 경쟁력이 뚜렷하다. 지난해 삼양식품의 ROE는 39.37%로, 6.17%인 농심 대비 6배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창출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현재 농심이 고정비 중심의 비효율적 비용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은 전통 강자지만, 수익 구조 개편 없이는 시장 지배력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삼양식품의 해외 시장 확대 전략이 성과를 내면서 체질 개선의 모범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시총도 삼양이 앞질러, 프리미엄 PER까지=주가와 시가총액에서도 삼양식품이 농심을 압도한다. 삼양식품 삼양식품의 24일 오전 9시대 기준 주가는 90만원대, 시가총액은 약 6조8927억원에 달한다. 반면 농심의 현재 주가는 42만원대, 시가총액은 2조6155억원 수준이다.
PER(주가수익비율)은 삼양이 25.4배로 업종 평균(14.17배) 대비 고평가지만, 이는 '성장 프리미엄'을 시장이 인정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반면 농심의 PER은 16.67배, PBR은 0.93배로, 시장 신뢰 부족과 낮은 자산 활용 효율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주가 차이는 글로벌 전략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브랜드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이 전년보다 65% 성장한 1조3359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현재 약 9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북미와 동남아, 중동은 물론 최근에는 중남미, 유럽까지 유통 채널을 넓히고 있다.
반면 농심은 미국과 중국에 생산법인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해외 매출 비중은 30% 수준에 그치며, 규모 면에서도 삼양식품보다 적다.
이 같은 현실은 지난 21일 열린 농심 제6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그대로 표출됐다. 이날 한 주주는 "농심은 국내에서는 강자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삼양식품에 밀리고 있다"며 "같은 기간 농심 주가는 제자리인데, 삼양은 45배 올랐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특히 낮은 수익성을 문제 삼으며 "사업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농심은 신동원 회장 일가의 가족 기업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적인 기업들은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가치를 높인다"며 농심에도 액면분할, 배당 확대, IR(투자자 대상 홍보) 강화 같은 주주 친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병학 농심 사장은 "2030년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두 배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글로벌 컨설팅 그룹과 함께 수익성과 사업성을 진단하고 있으며, 유럽 판매법인 설립과 2026년 완공 예정인 녹산 수출 전용 공장 등 글로벌 확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적 부진과 낮은 이익률, 글로벌 사업의 실질적 효과 부족을 고려할 때, 주주총회에서 제기된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농심이 당장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장지혜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시장에서는 ▲미국에서 신라면 툼바 등 신제품 중심의 메인스트림 확대 ▲중국 온라인 유통 채널 본격화 및 저마진 채널 축소 ▲유럽 판매법인 영업 강화 ▲일본·호주·베트남에서의 유통 커버리지 확대 등을 통해 전반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1분기는 국내 가격 인상 효과 반영 전 구간이며, 해외 신제품 론칭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로 실적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 인상 효과는 2025년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량 유지 가정 시 연간 매출 증가 효과는 약 875억원, 판매량 감소를 일부 반영하면 약 621억원, 이익 증가 폭은 199억~453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특히 가격 인상 직전·직후 시점에는 비축 수요 증가로 인해 1분기 일시적인 판매량 상승도 기대된다"며 "다만, 과거 2013~2015년 사례처럼 경쟁사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전략을 취할 경우, 점유율 이탈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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