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5’가 마무리 됐다. 올해도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각사 AI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워 MWC25에 참가했다. 3사는 대체로 AI 에이전트 서비스와 기업 간 거래(B2B) AI 솔루션 등을 강조하며 AI 전략 홍보에 열을 올렸다. 글로벌 AI 트렌드를 따라 올해야말로 ‘돈버는 AI’를 만들겠다고 입을 모은 통신 3사들의 AI 전략 현황과 실체를 <디지털데일리>가 집중 점검해봤다.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KT는 인공지능(AI) 사업 전략의 안정적인 수익 창구로 인공지능 전환(AX) 솔루션 사업을 택한 모습이다. KT가 이미 보유 중인 시스템통합(SI)나 시스템관리(SM) 사업에 더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 시너지를 활용해 안정적으로 AX 사업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다만, 한껏 경쟁이 치열해진 AX 시장에서 KT가 현재 이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SI 솔루션 서비스 이상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기존 사업 이상의 성과를 내려면, 보다 획기적인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AI 생태계 전반 아우르는 AX 컨설팅 승부수
먼저, 김영섭 KT 대표는 최근 개최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5’에서 AX 사업 고도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를 위한 ‘AX딜리버리 전문센터’ ‘한국적 AI(K-AI)’ ‘KT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KT SPC)’등 주요 전략을 공개했다.
AX딜리버리 전문센터는 지난해 9월 파트너십을 체결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세울 AX 전문 브랜드다. 한국적 AI는 한국 법률 문화 등에 특화된 모델로 MS와 파트너십 관계인 오픈AI의 ‘챗GPT-4o’를 기반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KT SPC는 기존 퍼블릭 클라우드에 보안성과 컴플라이언스(규제준수)를 강화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MS와 파트너십을 통한 시너지는 주로 AX사업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오픈AI의 ‘챗GPT-4o’를 활용한 다양한 기업 특화 AI 구축 사업을 통해 AX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으로, ‘하드웨어 인프라-AI모델(LLM 등)-AI서비스’로 이어지는 AI 생태계 전반을 컨설팅해주는 AI 솔루션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미국 내 핵심 AI 보안 및 솔루션 기업으로 이름을 알린 팔란티어와 협약까지 맺었다. KT의 클라우드·네트워크 인프라와 팔란티어 핵심 AI 솔루션을 결합해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AX에 올인하는 그룹사 시너지…복안은?
AX사업은 KT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사업 중 하나로 평가된다. AX 사업은 AI 생태계 전반에서 안정적인 인프라 공급책이 마련돼 있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다. 예컨대 AI 모델 개발 역량은 뛰어나지만, 하드웨어 및 클라우드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개발 과정에서 인프라 대여 등에 막대한 비용이 발생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KT클라우드 및 KT DS 등 KT그룹 내 IT솔루션 전문 계열사는 모두 AX 사업의 안정적인 운영의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숙경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KT는 오래 전부터 엔터프라이즈 시스템 솔루션 컨설팅 및 지원 사업을 이어온 바 있다”며 “KT 입장에서 (AX에 집중하는 전략은) 자연스러운 확장이라고 볼 수 있고, KT는 클라우드 인프라 등 전반적인 그룹 시너지를 위해서도 AX 전환에 포커스하기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AX 사업에는 인프라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KT가 보유 중인 계열사들이 이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다”며 “이미 SI 기업으로서 역량이 있는 기업이었기 때문에 AX에 집중하는 전략은 의미 있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MS와 협력을 통한 추가적인 하드웨어 인프라 확보는 사업 안정성을 한층 강화시켜줄 수 있는 부분이다. MS는 엔비디아를 통해 최신 GPU 칩을 확보하기로 했는데, KT는 MS와 함께 이를 확보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MWC25에서 개최된 언론 간담회 질의응답 시간에 “올해는 기업 간 거래(B2B) AX 사업으로 포커스를 확실하게 옮기는 단계”라며 “DX 사업 라스트마일(실제 고객 서비스 단계) 고객들이 정말 AI를 가지고 돈을 벌 수 있어야 거기에 따르는 수익을 KT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픈소스 AI의 역습…레드오션 AX 시장, 안정적 수익 기대해도 될까
KT가 안정적인 수익 창구로 AX 사업을 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그림이지만, 이를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기존 SI 사업을 AX 사업으로 강화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AX사업은 SI 역량을 전제한다. 시스템을 통합(SI)하는 과정을 크게 보면 AI 구축 또한 이곳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즉, KT가 AX 사업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차별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 AI 기업 딥시크가 개발한 ‘딥시크-R1’ 등장 이후 무료로 사용 가능한 오픈소스 AI 모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은 KT의 AX 사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픈소스 AI는 ‘제작 설계도’ 자체가 공개된 AI 모델이다. 오픈소스 AI 모델 시장이 발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오픈소스 AI를 활용해 산업 특화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시스템 구축 역량과 AI 모델 파인튜닝(미세조정) 기술만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기업도 KT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KT가 AX사업으로 시장 선두에 서기 위해서는 경쟁사의 AX 사업을 압도하는 안정성과 편의성, 가격 경쟁력을 을 담보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AI 기업 관계자는 “오픈소스 등장은 AX와 같은 시스템 구축 시장 경쟁 가속으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스타트업 등 인프라가 부족한 기업도 시장에서 유의미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상황”이라며 “KT와 같이 그룹 인프라를 총동원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집중적인 투자로 압도적인 AX 역량을 보여주는 방법을 택하거나,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서비스 가격을 낮춰 AX 시장을 점령하는 방법을 택해야 하는데, 두 경우 모두 안정적인 수익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KT는 연구개발(R&D)부터 시작되는 MS와 끈끈한 협력을 AX 사업 차별점으로 내세웠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MS는 애저 및 코파일럿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AI 솔루션 사업을 영위 중에 있다. 이곳에서는 오픈AI 뿐 아니라 다양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한 AX 솔루션을 제공한다. ‘MS와 협력하는 KT’가 아니더라도, 빅테크의 AI 솔루션을 활용한 AX 사업을 영위 중인 기업은 국내에도 다수 존재한다.
포티투마루, 셀렉트스타, 크라우드웍스 등 스타트업은 물론, 삼성SDS, LG CNS 등 주요 IT 기업들도 모두 빅테크 솔루션과 협업한 AX 사업 확장이 한창이다. AI 구축을 전문으로 경험치를 쌓아올린 이들 기업과 경쟁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구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한 AI 기업 대표는 “MS와 협력 강화는 결과적으로 코파일럿이나 MS 애저 등 엔진 모델을 한국 산업 특화 작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KT의 자체 소형언어모델(sLM) ‘믿음(Mi:dm)’ 등 모델에 더해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초 업계에서는 MS 애저 기반 산업 특화 AI 모델에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MS와 협력이 진정한 강점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KT의 써드파티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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