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프린터는 오랫동안, 고장없이, 문서출력만 하면 된다”
과거 전통적인 프린터의 덕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내구성을 향상시켜 보다 견고하게 설계하고, 수많은 문서 출력도 빠르게 끄덕없이 원활하게 버텨야 했다. 이말을 뒤집으면 프린터는 누가 신경쓰지 않아도 알게 모르게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주변’ 기기며, 딱히 기능과 성능 등을 고민하지만 문서만 출력해주면 끝인 ‘보조’ 기기 역할에만 충실했다.
이랬던 프린터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코로나19로 인한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 전환, 인공지능(AI)으로 대두되는 혁신의 진화, 워크플로우에 대한 절차적 변화 등으로 인해 프린터도 좀 더 스마트하게 바뀌어야 했다. 더 이상 견고함만으로 프린터를 정의내릴 수 없게 된 셈이다.
AI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은 퍼블릭 또는 프라이빗,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내 내부와 외부 이동환경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필수불가결하게 네트워크 연결이 필요하다. 네트워크에 연결된다는 것은 인터넷에 연결되는 모든 디바이스와 호환된다는 의미이며, 클라우드를 통한 이동성뿐만 아니라 규모를 따지지 않고 AI 서비스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는 이와는 달리 네트워크 접속으로 인한 보안 역시도 따져봐야 하는 필수 요소로 부상한다.
즉, 프린터의 변화는 과거 견고성만을 따질 때와는 달리 여러 복합적 요소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결정해야 하는 ‘메인’ 기기로 진화했다.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함을 갖추게 됐다.
HP는 1939년부터 프린터 사업을 영위해온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내부적인 딥러닝을 통해 프린터 혁신을 지속화하고 있다. HP 레이저젯 엔터프라이즈 플로우 복합기 6800을 통해 이러한 프린터의 변화상을 짚어보기로 한다.
◆ '접근성·효율성·보안성' 3박자 갖춘 기업용 복합기
HP 컬러 레이저젯 엔터프라이즈 플로우 복합기 6800 시리즈는 고객이 원하는 옵션을 통해서 조합이 가능하다. 실제로 체험한 제품은 6800 시리즈 중 ‘zfsw’ 모델이다.
이 모델은 기본적으로 복합기가 가진 기능에 충실하다. 인쇄, 복사, 스캔, 팩스가 주된 역할이다. 인쇄 해상도는 최대 1200x1200dpi 수준이다. 인쇄 속도는 A4나 레터(Letter) 규격 기준 최대 52/55ppm 수준이다. 옵션을 통해 속도를 향상시킬 수도 있다. 첫 페이지 출력에 최대 6.5초 정도가 필요하다. HP가 권장하는 월 출력량은 최대 1만4000페이지 수준이다. 스캔 역시 단면의 경우 100ipm, 양면은 200ipm 속도를 보여준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예전의 투박한 모습이 없고, 모던한 인상을 준다. 군더더기를 최대한 배제하는 한편, 모난 곳 없이 직사각형의 외형을 벗어나지 않도록 신경 쓴 모습이 역력하다. 이 때문에 상당히 깔끔한 인상을 준다. 게다가 문서 트레이가 캐비넷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흡사 옷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부분은 10.1인치 컬러 터치 스크린 디스플레이다. 이 디스플레이 유무가 사실상 과거 프린터와 현재 프린터를 구분하는 중요한 표지다. 좁은 LCD 패널에서 상하좌우 버튼을 누르거나 PC와 프린터 사이를 왔다갔다 했던 사용자라면 이 디스플레이가 주는 명쾌한 경험이 상당히 인상적일 수 있다.
다만, 이 디스플레이를 누구나 간편하게 접근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인증을 받아야만 화면이 켜진다. 디스플레이 좌측에 인증센서가 내장된 패드가 위치해 있는데 이 곳을 통과해야만 프린터를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인증을 받아 작업을 조금이라도 지체한다면 바로 화면이 꺼지면서 잠금이 활성화된다. 생각보다 깐깐하다.
실제 통용되는 사원증을 인증패드에 접촉하자 디스플레이가 켜지면서 프린터가 작동 준비를 알린다. 디스플레이에는 단일 대시보드 메인 화면이 뜬다. 인쇄, 복사, 스캔, 팩스뿐만 아니라 낮익은 아이콘도 눈에 띈다. 마이크로소프트 ‘원 드라이브’에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설치돼 있다.
사실 이 아이콘을 마주했을 때 머리가 지끈했는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누르고 인증을 거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걱정은 기우였다. ‘원 드라이브’ 아이콘을 누르자 PC 화면에서 보던 클라우드 문서함이 바로 뜬다. 그것도 태그한 사원의 원 드라이브가 뜬다. 사원증을 태그했을 때부터 자동으로 해당 사원의 원드라이브 계정과 연동된 셈이다.
해당 기기는 ‘HP for One drive Business’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기에 이 기능만 사용했지만 필요하다면 팀즈, 아웃룩 역시도 설치가 가능하다. MS뿐만 아니라 구글의 다양한 오피스 프로그램도 원한다면 HP 또는 렌탈업체를 통해서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쇄뿐만 아니라 자료 편집이나 이메일 전송까지도 가능하다. 이 정도면 PC의 사용자경험(UX)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 드라이브에 특정 문서 파일을 선택하면 출력 전 미리보기 화면을 살펴볼 수 있다. 만약 미리보기를 통해 오타가 발견되면 다시 PC에서 이를 수정해 저장하고 또 프린터에 와 수정된 문서를 꺼내야 한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현재 출력 전 미리보기에서 오타를 수정할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문서에 서명도 가능하다.
스캔 성능 검증 때는 깜짝 놀라기도 했다. 상단이 갑자기 30도 각도로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올라왔기 때문. 스캔을 하는데 왜 상단 뚜껑이 열리는지 의아했지만 스캔을 수행하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보통 스캔을 할 때 문서가 상단에서 순차적으로 들어간 후 스캔이 끝나면 하단으로 뱉어낸다. 그런데 6800 시리즈는 그 반대다. 문서가 하단으로 들어간 후 상단 뚜껑 위에 뱉어낸다. 이같은 방식 때문에 문서가 중첩되거나 걸림이 최소화된다. 좀 더 안정적으로 스캔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스캔 속도도 만족스럽다. 15장으로 구성된 30페이지 양면 스캔에 걸리는 시간은 약 6초 정도로 측정됐다.
이 작은 차이가 개개인의 경험을 크게 향상시킨다. 사실상 프린터가 독립을 선언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스마트폰, PC, 태블릿 등 여타 여러 디바이스와 마찬가지로 프린터도 자체적으로 독립적인 역할 수행이 가능해진다. 즉, 과거 메인 기기와의 연결이 반드시 필요했던 프린터가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작업을 진행하기에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 최적화됐다고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다만, 프린터가 독립하면서 연결방식이 네트워크에 의존하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보안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한계에 직면한다. HP는 이같은 보안 측면에서의 우려에도 만반의 준비를 끝마쳤다는 입장이다.
우선 기기 측면에서 화이트리스트 작성 방식을 기준으로 설계돼 펌웨어 단에서 디지털 서명 여부를 확인하고, 조작 징후가 조금이라도 발견되면 자동으로 프린터를 복구 및 재구동이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HP가 보안 측면에서 지속적인 강화에 나서고 있는 ‘HP 울프 시큐리티(HP Wolf Security) 보안 솔루션’이 적용됐다. 펌웨어 공격 등으로부터 기기와 데이터를 보호하는 다양한 기능 제공한다. 또한 HP 시큐리티 매니저(HP Security Manager)를 통해 각 환경에 맞는 보안 정책을 적용하고 관리해 기기 인증은 물론 펌웨어 취약점까지 진단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보안 예측 가능성을 높인 것 역시 특징이다. HP 슈어스타트(HP Sure Start)는 자동으로 프린터의 BIOS 악성코드 공격을 감지하고, 이상 동작이 탐지되면 시스템을 재시작 후 가장 최신의 유효한 BIOS로 복구해준다. HP 메모리 실드(HP Memory Shield)는 멀웨어 공격 시도를 탐지하고 메모리 공간의 수정 여부를 확인해 메모리 변형을 방지하는 기능. 침입이 탐지되면 자동 재시작 후 프린터를 보안 상태로 돌려준다. HP 커넥션 인스펙터(HP Connection Inspector)는 외부 프린트 네트워크 연결을 주기적으로 모니터하고 악의적인 접근이 확인되면 자체 복구 기능을 실행하도록 입력해놨다.
관리 측면에서는 HP 스마트 디바이스 시스템(SDS)이 제공된다. 복합기 유지관리를 선제 예측하는 기능으로 다운 타임을 최소화하고 기기 유지 보수 비용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킨다. 기기에 소음 측정기를 장착해 특정 부품에서 일정 데시벨을 넘어가면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부품 수리 및 교체 시기 포착해, 적시에 필요한 부품 및 인력 확보가 용이해진다.
HP 내부 테스트 결과 85-92%의 정확성을 보였으며, 서비스 비용을 최대 20%까지 절감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기기 효율을 극대화하는 HP 테라젯(TerraJet) 카트리지 기술도 눈길을 끈다. 테라젯 기술이 적용된 토너는 기존 대비 11% 더 선명한 색상 표현과 18% 향상된 출력 속도를 지원한다. 자동 켜짐/꺼짐 기술 및 자동 양면 인쇄 기능으로 에너지 소비를 최대 21%까지 절감 가능하다. 토너 카트리지 소형화 및 재생 가능한 포장재 활용으로 플라스틱 사용량 최대 28% 감소시켜 지속가능성도 높여준다.
◆ 프린터 워크플로우 혁신…’HP 프린터 AI’ 예고
HP는 지난해 3월 ‘HP 엠플리피 파트너 컨퍼런스 2024’를 통해 AI가 접목된 신규 프린터 소프트웨어(SW)를 공개했다. AI를 통해 프린터 사용의 혁신을 불러 일으키겠다는 포부였다. 이어 지난해 9월 실체를 공개했다. ‘HP 프린트 AI (HP Print AI)’ 솔루션은 프린터 기기와 생성 AI 서비스를 결합해 보다 효율적이고 간편한 인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세부적으로는 사용자의 언어, 선호하는 작업 형태 등을 자동으로 학습해 즉각적인 맞춤형 지원과 사진을 바탕으로 이용자가 입력한 프롬프트를 이용해 사진을 꾸미고 자동으로 확대하는 생성 AI 기반 기능, 인쇄 양식 최적화 외에도 AI를 활용해 프린터 설치나 초기 설정을 돕는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다만, 해외 특정 지역과 달리 아직 국내 정식 배포일은 미정이다. 물론 배포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미 6800 시리즈 역시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기초 체력을 갖추고 있다. 1.6GHz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AI를 실행할 수 있는 두뇌 등을 보유하고 있다. HP에 따르면 현재 프린터 AI가 기존 제품의 하드웨어에서도 구동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즉, HP 퓨처스마트(FutureSmart) 앱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AI 기반 최신 기능을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 공개된 ‘HP 프린터 AI’를 미리 살펴보면 우선 ‘퍼펙트 아웃풋 (Perfect Output)’을 꼽을 수 있다. 프린터 기기에 연결된 생성 AI가 불필요한 여백이나 웹페이지 광고 등을 자동으로 감지해 페이지 재구성해 준다. 생성형 AI가 일상 언어로 프린트 AI 챗봇에 원하는 내용이 입력됐을 때 인쇄물의 레이아웃을 바꿔주는 방식으로도 운영된다.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작업 시간을 효과적으로 단축시켜주고, 잉크 역시도 절약할 수 있다.
‘HP 스캔 AI 인핸스드 (HP Scan AI Enhanced)’는 스캔하는 문서의 유형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비즈니스 형태에 따라 주요 정보를 추출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AI 솔루션이다. 수동적인 데이터 입력 시간을 줄여준다. 중소기업 및 엔터프라이즈 사용자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켜 준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 300개 지점을 보유한 대형 소매 그룹은 배송 및 재고 절차에 HP 스캔 AI 인핸스드를 도입한 후 인건비를 80%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AI 디지털 채색 (AI Colorization)’은 AI를 통해 흑백 사진을 컬러로 복원하는 인쇄 기술이다. 옛 문서의 컬러 복원, 사진 및 그림 자동 채색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 가능하다. 기존에는 매번 6만5000회 이상의 경우의 수를 파악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었으나, AI 기술을 통해 배경, 사람, 사물 등을 자동으로 구별해준다.
'AI 초고해상도 (AI Super Resolution)’는 AI를 활용해 작은 이미지를 확대헤 고해상도로 출력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확대 출력 시 발생하는 화질 저하 문제를 해결해준다. 작은 이미지의 확대 출력은 물론 식별하기 어려운 단어를 전처리를 통해 선명하게 출력해준다.
마지막으로 'HP 빌드 워크스페이스(HP Build Workspace)’는 건설 전문가를 위한 협업 허브로 AI를 활용해 건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복잡한 작업을 간소화하는 기능을 지원한다. 도면 제작 및 관리, 보고서 생성, CAD 형식의 도면 생성 등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을 자동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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