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몽클레르 브랜드 자체는 타격이 없어요. 손님 규모도 그대로고요. 또 겨울 시즌이 끝날 무렵 논란이 불거진 거라, 판매에 있어서도 큰 변화는 못 느끼겠습니다."
지난 11일, 서울의 한 백화점 몽클레르 매장 앞. 평일 오전이라 매장은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내부로 들어서자 1:1 고객 응대를 하는 직원들이 보였고, 전체적으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개그우먼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맘에서 몽클레르 패딩을 희화화한 영상이 논란이 되었지만, 매장 분위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였다. 다만, 영상에서 등장한 400만 원대 '파르나이브' 모델이나 비슷한 디자인의 패딩은 매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매장 직원은 "겨울 시즌이 끝나면서 패딩 판매량이 자연스럽게 줄었을 뿐"이라며 "매장 디스플레이도 봄 신상품 위주로 바뀌었기 때문에 특별한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매장 내부에는 봄 신상품이 전면에 배치돼 있었다. 다만 패딩 코너에서도 논란이 된 디자인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몽클레르 매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일부 고객들이 "이 패딩을 입기 꺼려진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매장 직원은 "구매 고객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며 "판매량에서도 뚜렷한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브랜드 정체성이 문화적 상징이 되는 순간, 그 가치는 사회 전체에 공유된다. 몽클레르는 원래 프랑스의 고급 아웃도어 브랜드지만, 한국에서는 부유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특정 계층에서는 필수 아이템이 됐고, 소비를 통한 신분 과시 트렌드와 맞물리며 강력한 상징성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이번 패러디 영상 이후, 몽클레르는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 '밈(meme)'이 됐다. 이수지는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에서 '제이미 엄마' 캐릭터를 통해 몽클레르 패딩과 고급 주얼리를 걸친 채 포르쉐를 타고 자녀를 학원에 데려다주는 모습을 연출했다. 영상 속에서 몽클레르 패딩은 명품이 아닌 과시용 아이템으로 소비됐다.
논란 이후 소비자들은 몽클레르를 향한 조롱을 쏟아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에서는 "이제 몽클레르 입으면 자동으로 ‘제이미 엄마’ 되는 거냐", "특유의 분위기를 너무 잘 살려 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냥 따라 하는 수준이 아니라 디테일까지 살아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패러디가 특정 계층이나 브랜드를 조롱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몽클레르 패딩을 입는 게 왜 비난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대중들이 몽클레르, 고야드 같은 특정 명품 브랜드만 조롱하는 거 아니냐. 이수지가 타고 나온 포르쉐는 왜 조롱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등장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수지를 '인류학자'라고 칭하며, 그의 패러디가 사회적 관찰의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패션 브랜드는 특정 계층과 결합될 때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브랜드의 희소성과 상징성이 강조될수록 특정 집단의 과잉 소비로 인해 이미지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버버리는 한때 '챠브룩(Chav look)'으로 유행하며 대중화됐지만, 그로 인해 고급 브랜드로서의 가치가 하락했다. 결국 브랜드 리브랜딩을 위해 일부 제품 생산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한국에서도 톰 브라운이 조직폭력배들의 '건달룩'으로 인식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된 사례가 있다.
이처럼 특정 브랜드가 특정 계층과 결합하는 순간, 패션은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상징이 된다. '강남 엄마룩'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브랜드가 부의 과시나 특정 계층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기능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곧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번 논란은 배타적인 소비 문화가 초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신분과 소비를 동일시하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계층이 소비를 기준으로 구분됐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시, 소비가 신분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 위화감을 조장하고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비싼 제품을 가질수록 더 높은 계층에 속한다는 인식은 압박을 불러일으킨다. 소비가 개인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을 상징하는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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