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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배터리 2025 폐막] '차세대 기술의 장' 됐다…건식 전극·46파이 기술 등장

7일 인터배터리 2025 A홀 전경. 폐막일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전시 부스를 오가고 있다
7일 인터배터리 2025 A홀 전경. 폐막일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전시 부스를 오가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기술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행사로 거듭나고 있다. 46파이 등 양산이 다가올 제품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한편, 건식 전극 공정과 전고체 등 차세대 흐름까지도 아우르는 덕분이다. 특히 중국, 일본 등 배터리 핵심 권역의 엔지니어 방문과 기업 부스 등의 참여가 늘어난 것이 인터배터리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올해 인터배터리 2025는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코엑스 주최로 5일부터 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전 세계 13개국 688개 배터리 업체가 참가해 2330개 부스를 운영했으며, 참관객 수는 약 7만7000명(잠정치)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기록했던 7만508명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배터리 트렌드는 韓에서"…늘어난 해외 참여 = 이번 전시회에서는 중국 기업의 참여가 늘었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2년 전만 해도 24개사에 불과했던 중국 기업이 올해 79개사까지 늘었다.

특히 중국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BYD)와 배터리 기업 EVE에너지를 비롯해, 하위 생태계를 구성하는 장비사들이 대거 출전했다. 중국 최대 장비사 중 하나인 우시 리드(Wuxi Lead, 선도지능)는 작년에 참여한 부스 대비 2배 이상 키운 부스를 마련해 충방전 사이클러·조립 공정 턴키 솔루션 등을 전시했고, SK온·LG에너지솔루션의 해외 법인 등에 납품하고 있는 항커커지와 잉커허지 등도 소규모의 부스를 마련해 기술을 선보였다.

인터배터리 2025에 참가한 우시 리드(선도지능)의 부스
인터배터리 2025에 참가한 우시 리드(선도지능)의 부스

현장의 한 기업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중국 장비사들의 기술 수준이 부쩍 높아지면서 국내 배터리 3사로의 입찰 경쟁을 하는 경우도 꽤 늘었다"며 "인터배터리에 이들이 대거 참가한 것은 국내 배터리 셀 사를 향한 영업·마케팅 시도가 크게 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컨퍼런스·기술 워크샵 등에 참여하는 해외 참관객이 늘어난 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인터배터리 2025 행사는 국내 전기차 소비자를 위한 기업간소비자(B2C) 전시회가 됐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지속적인 개편과 컨퍼런스 구성으로 다양한 기술 트렌드를 소개하면서 엔지니어의 '교류의 장' 역할을 한 것이다.

한 일본 참관객도 "예전에는 일본 현지 전시회에서도 충분한 기술 교류가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한국에서 더 많은 기술이 오고가고 있다"며 인터배터리 방문 이유를 밝혔다.

삼성SDI가 '인터배터리 2025'에서 전시한 전고체 배터리 모형
삼성SDI가 '인터배터리 2025'에서 전시한 전고체 배터리 모형

◆건식 전극·전고체 주목도 'UP…높아진 배터리 위상 = 올해 열린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미래 기술에 대한 관심도 역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이목을 이끌었던 전고체 배터리에 이어, 건식 전극 공정과 같은 신기술을 향한 참관객의 관심이 크게 쏟아졌다.

삼성SDI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제품 전시와 로드맵을 내놓으며 관심을 이끌었다. 삼성SDI는 현재 파우치형, 각형 폼팩터를 택한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생산 중이며, 오는 2027년부터 본격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작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내부 모식도만 전시했던 LG에너지솔루션은 완성된 배터리 형태의 모형과 양극재·고체전해질 샘플을 전시하며 차세대 기술 개발에 대한 소개에 힘을 실었다. 이밖에 바이폴라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 팩, 기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두께를 늘려 에너지밀도를 두배 이상 높인 'T2X LFP 파우치 셀'도 함께 내놨다.

SK온 부스에서는 액침냉각 솔루션을 적용한 배터리 팩과 건식 전극 공정에 대한 영상 소개가 시선을 끌었다. 건식 전극 공정은 기존 습식 형태의 활물질 슬러리를 고체로 코팅하는 방식으로, 공간 효율과 유틸리티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오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던 건조 공정 장비가 사라져 빈 공간을 더 많은 라인 등으로 꾸릴 수 있고, 건조 과정에서 분리되던 바인더 등을 확실히 압착해 불량 개선과 에너지밀도 개선도 가능하다.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25'에서 발표하는 김준섭 피엔티 대표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25'에서 발표하는 김준섭 피엔티 대표

컨퍼런스에서도 차세대 기술에 대한 기업들의 발표와 참관객의 관심이 쏟아졌다. 정경환 LG에너지솔루션 상무는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25'에서 건식 전극 공정에 대한 적용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당초 2030년으로 예정했던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도 2027~2028년으로 언급하며 상용화가 빨라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건식 전극 공정 장비를 개발하고 있는 피엔티의 발표에서도 관심이 쏟아졌다. 지난 5일 김준섭 피엔티 대표는 "건식 전극 공정 장비는 용매(NMP)와 수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장비 크기를 (습식 공정 장비 대비) 1/3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장비 크기가 줄면 자연스럽게 전극 라인의 크기도 줄여 건축에 필요한 투자도 줄어들게 된다"며 "용매 휘발로 발생하는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지만, 제품 판매 시 감가상각에 따른 이익 측면을 강화할 수 있다는 건 큰 이점"이라고 강조했다.

발표 이후 진행된 Q&A에서는 독일에서 왔다며 자신을 소개한 한 질문자가 김 대표에 "건식 공정 내 각각의 롤(Roll)이 동일한 속도로 돌고 있냐, 아니면 별도 조정이 필요하냐"며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김 대표는 "각각의 롤 속도는 다 조정이 돼야 하며, 유럽에서도 (이에 대한) 특허가 있다. 다만 우리는 그거와 다른 공법"이라고 답변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사에 쏟아진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대한 관심과 부스 전시의 변화를 두고 "배터리가 전세계에서 중요한 국가전략산업 중 하나가 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기차 캐즘(Chasm)에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수요가 확대되는 등 비중이 높아진 만큼, 이에 대한 기술적 관심도 역시 크게 증가한 덕분이라는 의미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 전시회의 모습을 확실히 굳힌 것 같다. 예년만 해도 전기차에만 관심이 집중됐지만, 이제는 기업들이 어떤 기술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더욱 의미를 두고 있다"며 "전기차를 타는 소비자나 이를 제조하는 기업들도 관심 있게 지켜본 행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인터배터리는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5월, 독일 뮌헨에서 '인터배터리 유럽' 개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해외 네트워크 확장 및 비즈니스 기회 창출 지원한다. 또한 내년 3월 11일~13일, 서울 코엑스서 '인터배터리 2026'이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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