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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지킨 우리금융 ‘슈퍼앱’… 임종룡의 ‘IT 거버넌스 혁신’, 결실맺나 [DD인사이트]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전날(28일) 우리은행은 그룹의 핵심 서비스를 모두 모은 유니버설뱅킹 ‘뉴 우리WON뱅킹’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부터 우리은행 현업 직원과 IT개발 인력 120여 명이 과제 단위로 팀을 구성해 작업에 들어간지 1년4개월만이다.

우리은행 슈퍼앱의 MAU(월간활성사용자수) 등 계량적 성과를 논하려면 앞으로 몇 개월 더 지켜봐야겠지만 기능면에서는 앞서 슈퍼앱을 출시한 은행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할만한 요소들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은행은 이번 선보인 슈퍼앱의 장점에 대해 초개인화, 고객관점 UX 설계, 성능·속도 개선 등을 통해 고객이 영업점을 방문해 금융서비스를 받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또 ▲고객 맞춤형 화면 설정 ▲자산과 소비를 분석해 제공하는 리포트 ▲AI 상담·고객 전담 상담원 통합 제공 ▲우리금융그룹의 계열사 서비스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뱅킹을 구현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사실 이처럼 국내 은행권에서 슈퍼앱들간의 기능적 차별성과 우열을 따지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유니버설(종합뱅킹)한 기능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우리은행 슈퍼앱 출시에서 보다 의미있게 주목할만한 사실은 기능의 차별성보다는 우리금융이 출시 일정 약속을 제대로 지켰다는 점이다.

◆과거와 달라진 IT개발 속도… 예고했던 일정에 맞춰 출시, 우리금융 'IT거버넌스' 효과

앞서 올해 1월초, 우리금융은 지난 20년간 우리FIS를 통해 진행해왔던 IT개발 및 운영방식(아웃소싱)을 우리은행‧우리카드가 직접 운영(인소싱)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IT거버넌스 변경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발표를 맡은 우리은행 옥일진 부행장은 IT거버넌스 변경을 통해, 개발 프로세스 단계를 줄이고 개발 기간도 최대 50%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은행 ‘슈퍼앱’을 올 하반기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IT거버넌스 변경의 첫 성과물로 '슈퍼앱'을 꼽았던 것이다.

또한 BaaS(Banking as a Service), 생성형AI 및 빅데이터, 디지털자산(STO/CBDC) 등 핵심 디지털사업의 동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따라서 이번 슈퍼앱 출시는 이같은 우리금융 IT거버넌스 혁신의 성과라는 점에서 나름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슈퍼앱 개발이 프로젝트 규모와 난이도면에서 차대전산시스템(NGBS)과 같은 초대형 IT사업과 직접적으로 비할바는 아니다. 때문에 “출시 일정을 지킨 것이 뭐 대단한 것이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과거 진행했던 차세대시스템 등 대형 IT프로젝트 실패의 흑역사를 돌아보면 결코 간단치 않은 사연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임종룡 회장은 올해초부터 우리FIS 직원 750명을 우리은행·우리카드로 소속 전환하고, IT를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IT거버넌스를 실행에 옮겼다. 이번 슈퍼앱 개발을 비롯해 우리금융이 추진하는 다양한 IT프로젝트들이 기존과 달라진 IT거버넌스하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은 올해초부터 우리FIS 직원 750명을 우리은행·우리카드로 소속 전환하고, IT를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IT거버넌스를 실행에 옮겼다. 이번 슈퍼앱 개발을 비롯해 우리금융이 추진하는 다양한 IT프로젝트들이 기존과 달라진 IT거버넌스하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 대형 IT프로젝트의 흑역사 뒤로하고… "IT거버넌스 성과물" 의미

우리은행이 지난 2018년 1월 설날 연휴를 이용해 개통하려던 차세대시스템 'WINS'는 막판에 오류가 발견되 4개월이 지나서 개통했고 그나마도 며칠간 시스템이 먹통되면서 고객들에게 큰 불편을 야기했었다.

그보다 앞서 지난 2002년에는 더 심각했었다. 당시 ‘알타미라’ 패키지를 적용해 진행됐던 이전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결국 주사업자가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당초 개통 예정보다 1년 늦은 2005년에 가동에 들어갔다.

우리금융은 대형 IT프로젝트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이같은 문제의 원인을 IT아웃소싱 운영 방식에 있다고 보고, 고심끝에 IT거버넌스 혁신 방안을 강구하게 됐다.

특히 750명이 넘는 IT인력을 그룹내 IT계열사인 우리FIS에서 우리은행‧우리카드로 소속전환하는 매우 민감한 문제였다.

때문에 과감한 IT거버넌스 변경은 임종룡 회장이 직접 진두 지휘할 수 밖에 없는 우리금융의 핵심 현안이었다.

물론 슈퍼앱을 출시 일정 약속을 지켰다고해서 우리금융의 IT거버넌스 변경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현업과 IT조직을 물리적으로 결합한 애자일 전략에 대해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장 중심의 IT 혁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폭넓게 선행돼야하는 데 현재 국내 은행들은 물리적인 조직 변경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제약에도 불구, 우리금융은 슈퍼앱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AI(인공지능)기반의 고도화된 뱅킹서비스를 속도감있게 개발해 나가야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IT거버넌스의 혁신이 필요했는데, 이번 슈퍼앱 출시를 통해 긍정적인 성과가 증명됐다.

아직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은행은 신한, 하나은행과 같이 클라우드 대응을 위한 새로운 차세대시스템 계획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성과는 우리금융이 향후 우리은행의 새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추진에도 적지않은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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