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국내 미디어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관련 법 제도 및 규제 혁신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됐다. 시장 환경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전통의 방송·미디어 기업들이 밀려나는 만큼 이를 돌파할 자구책과 제도적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최형두(국민의힘)·이정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가 주관한 '방송, 규제혁신과 혁신: 우리의 실천은 어디에 머물고 있나' 세미나에서 조성동 인하대 교수와 이창준 성균관대 교수는 각각 '방송 미디어 규제 개혁 방향'과 '방송 영역에서의 공정 경쟁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조성동 교수는 이번 세미나에서 국내 방송 미디어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 실천이 필요하다고 했다. 방송 미디어 경쟁력은 선진국 수준으로 발돋움했지만 관련 제도들은 수동적인 수준으로, 해외 사례를 검토해 방향성을 단순 비교·모색하거나 내부 숙의 과정 및 정책 실행 방향 토론 과정에서 발전적이지 못한 반복적인 오류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먼저 방송 분야 제도의 방향성을 과거 레거시(전통적인) 분야에 국한해 고립주의적으로 검토하는 한계가 지속되고 있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미디어 시장 환경은 디지털 융복합 기술로 인해 방송, OTT, 포털, 게임, 온라인유통 등 산업 경쟁 특성까지 동일 시 되고 있는 만큼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통신시장경쟁상황평가 등이 통합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국내 방송 미디어 제도가 지나친 엄숙주의에 빠져있다는 점도 지적사항으로 거론됐다. 시대적 상황과 변화를 고려하기보단 기존 규제를 경로의존적으로 덧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급변한 미디어 환경과 기술 변화, 시청·이용자의 리터러시, 미디어 경제 전반의 발전 수준, 글로벌 환경의 치열한 경쟁상황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조 교수는 지적했다.
이를 위해 조 교수는 '역차별 악성 규제 발굴 및 신속한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규제 기준 적용 방식은 레거시 방송 영역을 기준으로 신규 방송에 접목시키는 형태였지만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선 실효성이 없으므로 전면적인 규제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광고·협찬, 편성기준, 외주제도, 소유·겸영, 허가·승인, 방송평가, 점유율 등 과거 구조적 규제들을 최소적용 방침으로 조정해 국내 방송 미디어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가장 심각하게 바라볼 부분들은 국내 미디어 사업자가 원하든 원치 않든 글로벌 OTT 플랫폼이 들어오면서 해외 사업자와 무조건 경쟁하는 체계가 됐다"며 "기존 레거시 미디어 방송을 비롯한 여러 사업자들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노출·광고들을 계속 뺏기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창준 교수는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 플랫폼들이 독점적 지위를 강화할 경우, 콘텐츠 다양성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해외 사례의 규제 개혁 방식을 소개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소비자의 콘텐츠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AVMSD)을 제정한 바 있다. AVMSD 개정을 통해 거대 플랫폼의 자체 콘텐츠 우선 배치 및 타 콘텐츠 비노출 등을 규제하고 공정 경쟁을 도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영국에선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영구 방송 통신 규제 기관(Ofcom)을 통해 공영방송 BBC의 권한을 넘겨 받아 민간 방송사와의 공정 경쟁 보장 방안을 마련했다. 독일에선 전통적으로 ARD, ZDF 등 공영방송이 민간 방송 간 상호 보완적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글로벌 OTT 플랫폼 확산으로 미디어 산업이 흔들리자 '미디어규제법'을 개정해 상생을 도모하고 공정경쟁을 촉진토록 규정했다.
이 교수는 "빅테크나 글로벌 OTT를 규제하기 위한 혁신보단 그 안에서 각국이 시청각 미디어 다양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가 중요하다"며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같은 국가에선 기존 독립 미디어를 어떻게 보호할 지 계속 생각해왔다. (우리나라도) 규제 접근법을 통합해서 디지털 시대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미디어 다양성 보호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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