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차기 KB국민은행장으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가 내정됐다. 앞서 KB금융지주는 전날 오후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열고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를 차기 KB국민은행 단독 후보로 선정했다.
이번 이 대표의 내정은 다소 시장의 예상을 깬 의외의 인사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재근 행장이 올해 3분기 실적에서 부진하긴했지만 재임기간 좋은 실적을 거뒀고, 또 올해 내부통제 문제도 심각하긴했지만 직접적인 교체의 사유까지는 미치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임 윤종규 회장의 그림자를 지우고, 분위기 쇄신을 원하는 양종희 회장의 의중이 실린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KB금융 계열사의 CEO가 국민은행장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국민은행 및 KB금융지주 경력이 풍부하기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 듯하다. 실제로 추천위도 "조직의 안정과 내실을 지향하고 지주, 은행, 비은행 등 KB금융의 전 분야를 거쳐 성과를 입증했다"고 이 내정자를 평가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을 새롭게 이끌게 된 이환주 행장 내정자에게는 기존 핵심 현안들을 돌파하기위한 해법이 요구되고 있다.
국민은행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현안은 크게 세가지다. 자율배상 협상 등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의 후유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야하고, 또 각종 금융사고로 얼룩진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부실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법인 KB부코핀은행(현 KB뱅크) 정상화도 큰 숙제다.
먼저, 홍콩 H지수 ELS 사태의 경우 국민은행은 자율배상 합의가 상당 부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선 아직까지도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비율에 불만을 갖고 소송까지 불사르겠다는 피해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민은행은 홍콩 ELS 판매 금액이 8조원대로 시중 은행 중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어, ELS 관련 사태에 대한 업계의 주목도 역시 누구보다 높은 상황이다.
구멍 뚫린 내부통제도 국민은행이 꾸준히 지적받고 있는 사안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금융사고가 5대 은행 중 가장 많아 금융권에 충격을 던졌다. 이 기간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만 무려 11건에 달했다.
올해들어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100억원 이상의 배임사고만 3건이었다.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대출 과정에서 대출신청인의 소득 또는 임대업 이자상환비율 등을 과도하게 산출했다는 점 등이 드러났다.
최근에는 골프 접대 논란이 불거져 파장이 일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주요 증권사들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은행의 한 직원이 2021년 1월부터 작년 6월까지 여러 증권사로부터 15회 이상 골프 접대 등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해외법인 부실에 대한 지적도 지속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민은행이 2018년부터 인도네시아 법인인 부코핀은행에 경영정상화를 위해 쏟아부은 금액만 무려 3조1000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부코핀은행은 현재까지 약 1조5000억원의 손실을 나타내며 부실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부코핀은행은 2022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2020년 이후 4년 6개월간 금융당국으로부터 28번의 제재를 받았다. 이에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도 부코핀은행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하루빨리 부코핀은행의 경영정상화를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편 이 내정자는 28일 출근길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의 기본은 신뢰라고 생각한다"며 "국민과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도록 내부통제 체계를 고도화하고, 엄격한 윤리 의식을 갖추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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