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토종 플랫폼 침체기가 지속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와 같은 해외 SNS 사용 시간이 네이버와 카카오톡을 앞지른 지 오래이며, 최근 몇 년간 우상향 실적을 내도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 명품 플랫폼 등 유통업계 역시 다양한 도전과 과제에 직면해 있다. ‘티메프 사태’ 이후 플랫폼 규제론이 다시 동력을 얻은 가운데 <디지털데일리>는 이러한 플랫폼 업계의 현황과 과제를 분석하고, 전망을 살펴본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혁신 기술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플랫폼 산업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발의된 다수 플랫폼 법안은 실효성 있는 방안 제시에 한계를 보인다는 업계 분석이 나왔다. 기존 규제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규제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되지만, 변화 핵심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조급하게 대응하는 규제는 오히려 산업 혁신을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4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국회는 최근 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방안을 비롯해 거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입법을 추진 중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1일 발간한 ‘조급한 규제의 딜레마’ 이슈페이퍼를 통해 국내 플랫폼 규제 동향 한계로 ‘성급함’과 ‘경직성’을 꼽았다.
연구원은 “올해 티메프 사태와 지난 2022년 카카오 먹통 사태 등 개별 사건을 일반화하는 문제로 인해 정치권이 즉각적인 규제 도입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보다 단기적인 여론 대응에 치중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법에 할 수 있는 것’들을 명시하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법에 명시되지 않은 새로운 산업 분야에 규제 공백이 발생해 변화 대응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규제 공백 상태란 제재 대상이 무엇을 해도 되는지 명확해지기 전이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포지티브 규제 방식은 사회 변화가 빠르지 않고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정부의 강한 통제하에 시장이 성장하는 정부주도형 성장모델에는 적합하다. 하지만 변화 속도가 빠르고 변화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시도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되는 등 성장 걸림돌이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원은 “규제 공백이 발생할 경우,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사례들에도 같은 규제법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경향이 존재한다”며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업종과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나 규제 정책은 이러한 시장별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획일화된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전했다.
이어 규제 혁신을 위한 전략으로는 플랫폼 생태계 내 복잡한 이해관계자 존재를 인지해야 하며,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교한 정책설계를 위해 서로 간 의견수렴 체계 구축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생태계는 플랫폼 기업 플랫폼에 입점하는 소상공인중소기업 플랫폼 노동자 등 매우 이질적인 참여자로 구성된 시장이다. 집단별 요구가 상이하므로 합의된 대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연구원은 “이해관계자 간 형식적 의견수렴이 아닌 해당 규제가 시장에서 부작용 없이 잘 작동하도록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정책을 강조하고 있어 시장을 왜곡하지 않고 시장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매우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크고 기술 발전이 급속하게 이뤄지는 플랫폼 산업 특성상, 분야별 특성과 상황을 고려해 차등적인 행동규범을 만드는 자율규제 대응이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가 반드시 준수해야만 하는 사항은 규제로 관리함을 원칙으로 하고, 기술환경 변화에 따라 차등적인 규범이 필요한 경우 자율규제를 우선 적용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 파급력이 큰 만큼, 문제 본질에 따라 규제 외에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다각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합리적이지 못한 규제로 인해 시장이 위축되는 경우 규제를 개선한다고 해도 한번 위축된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기는 어려워서다.
연구원은 “스타트업은 규제를 준수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나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도입으로 인한 위험 부담 비용이 커질수록 스타트업들이 스케일업하거나 인수합병(M&A)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산업 전반에서도 신규 진입 장벽을 높이고 혁신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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