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HBM3E 내 개별 D램 다이의 재설계(Revision)를 공식화한 한편, 차세대 제품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사인 TSMC와의 협력까지 고려하겠다는 언급을 내놨다.
31일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복수 고객사 향으로 HBM3E 8단, 12단 진입 과제를 늘려가며 판매 기반 늘려가고 있다"며 "차세대 GPU 과제에 맞춰 HBM3E 개선 제품 준비 중이며 해당 개선 제품 양산화를 위해 고객사들과 일정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공지능(AI) 시장 내 최대 HBM 고객사는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AGPU와 HBM을 결합한 가속기 시스템을 통해 관련 시장을 90% 가까이 장악해왔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3 8단·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해 퀄 테스트 등을 진행해왔으나, 관련 일정이 지속적으로 연기되며 SK하이닉스와의 엔비디아 내 공급 점유율 격차가 벌어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품질 통과가 지연되는 원인 중 하나로 타사 대비 떨어지는 D램 성능을 지적해왔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HBM3E에 5세대 10나노급(1b) D램을 채택한 반면, 삼성전자는 이전 세대인 4세대 10나노급(1a) D램을 채택하면서 상대적으로 성능이 뒤처졌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삼성전자가 한 차례 HBM 개발을 중단하면서, 그 이후 개발된 D램이 HBM에 적용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HBM3E에 적용 중인 1a D램의 회로를 다시 설계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이날 컨퍼런스 콜을 통해 HBM3E 개선품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서 재설계에 대한 설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또 삼성전자는 "HBM3E 제품은 이미 진입한 과제 향으로 공급 확대하고 개선 제품은 신규 과제향으로 추가 확대해 범위 늘려나갈 예정"이라며 개선품과 기존 제품의 구분을 명확히 나누기도 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향 퀄테스트를 진행 중인 기존 HBM3E의 공급을 기대케하는 언급도 내놨다. 이날 삼성전자는 "예상 대비 고객사향 사업 지연됐으나 주요 고객사 퀄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이 있어 4분기 판매 확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차세대 제품인 HBM4에 대한 주도권을 잡겠다는 열망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HBM4는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계획대로 개발 중이다. 이와 더불어 복수의 고객사와 커스텀 HBM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고객사 요구를 만족시키는 게 중요한 만큼, 베이스 다이를 생산할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내외부 고객 관계 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HBM3E까지 메모리를 제어하는 베이스 다이(로직 다이)를 메모리사업부에서 직접 생산해왔다. 하지만 HBM4부터 제어·연산을 담당하는 베이스 다이의 고객 맞춤화·고성능화가 필수가 됐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삼성 파운드리사업부에서 베이스 다이 개발과 첨단 패키징을 위한 협업을 메모리사업부와 병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파운드리 파트너에 대해 내부 사업부인 삼성 파운드리 외의 업체를 고려할 수 있다고 직접 언급한 것이다. 고객 요청에 따라 TSMC에 베이스 다이 생산을 맡기고, 이를 삼성전자가 HBM으로 만드는 협업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내부 파운드리사업부를 통한 일괄납품(Turn-Key) 솔루션을 강조하며 HBM 및 시스템반도체 공정의 차별화를 가져온 바 있다. 하지만 HBM에 대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러한 전략 궤도를 수정, 타 파운드리 활용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미 HBM3·HBM3E에서 경쟁사(SK하이닉스) 대비 진입이 늦어진 만큼, 차세대 제품인 HBM4에 전력을 쏟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바 있다"며 "경쟁 구도에 있는 TSMC와의 협업이 이뤄진다는 것은 그만큼 삼성전자가 HBM4에 사활을 걸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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