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 시장의 공급 과잉 우려가 삼성전자의 움직임에 달려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까지 HBM 공급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초과 공급으로 인한 가격 하락과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HBM 시장의 공급 확대 우려는 최근 마이크론의 시장 진입으로 더욱 커지고 있다. 이전까지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며 사실상 장악하고 있었으나, 마이크론이 HBM 제품 완판 소식을 전하면서 새로운 공급자로 자리 잡아 시장 구도 변화가 예상되서다.
실제 마이크론의 HBM 공급 확대는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AI(인공지능)와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가 급증하면서 HBM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메모리 3사는 적극적으로 생산 능력(CAPA)을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청주 M15x 공장에서 HBM 생산 라인 구축을 위한 공사를 시작했으며, 내년 4분기 중 시험 가동을 거쳐 본격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팹 건설에는 총 5조3000억 원이 투입됐으며, 향후 가동까지는 총 20조 원의 투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다.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는 공식적으로 HBM 케파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내년 HBM 케파 대부분이 고객사와 협의 완료된 상태"라며 "올해 HBM 케파는 작년에 비해 300% 증가할 것이며, 내년에는 올해 대비 2배 이상의 출하량 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은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61억 달러(약 8조3900억 원) 보조금을 바탕으로 HBM 케파 확대를 준비 중이다. 현재 미국 생산 라인 구축과 더불어 말레이시아에서 HBM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2018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지난해 두 번째 공장을 설립한 바 있다.
엔비디아 HBM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 삼성전자도 퀄테스트 통과를 대비해 케파 확대를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HBM 케파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올해 비트 생산과 고객 협의 완료 물량을 전년 대비 4배 수준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HBM 공급의 마지막 주자인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HBM 시장의 수요 공급 변화를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공급을 본격화할 경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HBM은 AI와 데이터센터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지만, 공급 과잉으로 인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준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B100부터는 192GB의 HBM3E가, R100부터는 최소 300GB 이상의 HBM4가 탑재되면서 HBM 수요는 해가 갈수록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HBM 메이커들의 케파 증설도 수요 증가에 맞춰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초과 수요 또는 공급 과잉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HBM의 초과 공급 여부는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사에 HBM을 납품하는 시점에 달려 있다"며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시장 균형을 결정할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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