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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겨자먹기’ 케이블TV SVOD 서비스 재개

“정부 차원의 생태계 전반 룰 세팅 필요”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케이블TV가 지상파 VOD(주문형비디오)를 자사 가입자에 무료로 제공하는, 이른바 SVOD(구독형 VOD) 서비스를 재개한다. 지상파 사업자가 SVOD 서비스 협상 의지를 밝힌 데 따른 것으로, 여기에는 지상파의 압박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헬로비전과 HCN, KCTV광주방송, 푸른방송, 남인천방송, JCN울산중앙방송, 씨씨에스 충북방송 등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최근 1~2주 내 SVOD 서비스를 재개하기로 지상파 사업자와 합의했다.

앞서 케이블TV는 지상파 SVOD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와 비교해 지상파 콘텐츠의 경쟁력이 떨어졌을 뿐더러 지속할 재정적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케이블TV업계에 따르면 자사 플랫폼에서 지상파 VOD 이용 비중은 2012년 약 60%에서 2022년 약 30%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용건수도 2013년 1억3993만건에서 2023년 10분의 1 수준인 1418만건으로 줄었다. 즉, 지상파 콘텐츠의 가치가 10년 새 크게 떨어졌음을 반증한다.

반면 지상파 콘텐츠의 가치를 대변하는 재송신료(CPS)는 지속 상승했다. 2013년 280원으로 처음 산정된 뒤 2021년까지 1.5배 가량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상파 사업자의 재송신매출도 2013년 1254억원에서 2021년 4079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서비스 중단에 대해 지상파는 당연 반발했다. 가입자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 표면상 이유지만, 주 매출원인 광고매출이 계속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SVOD 서비스 마저 중단하면 유료방송사를 상대로 콘텐츠 사용료를 더 받을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업자 간 접점을 찾지 못한 채 SVOD 서비스가 중단됐던 가운데, 논의는 최근 변곡점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가 일부 케이블TV 사업자 대상 CPS를 삭감해주기로 먼저 제안하면서다.

익명을 요구한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사업자가 일부 케이블TV 사업자를 대상으로 재송신료 삭감을 제안했다"며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케이블TV 사업자도) 서비스를 일단 재개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여기에는 지상파 사업자의 압박도 일부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최근 지상파 사업자가 유료VOD 공급도 중단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케이블TV 사업자에 보낸 가운데, SVOD 서비스 중단을 이어가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선 플랫폼의 경쟁력 약화가 지상파를 포함한 미디어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정부 차원의 협상 중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플랫폼의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된다면 장기적으로 콘텐츠 사용료의 전체 규모가 줄어들 뿐더러, 최악의 경우 콘텐츠 유통채널 자체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된 광주 에이스페어(ACE Fair)에서도 사업자들은 정부와 만나, 지역채널의 역무를 수행해온 케이블 사업자에 대한 최소한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케이블TV 업계관계자는 “정부가 질서를 규정하지 않으면 사업자 간 협의가 어려운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생태계 전반의 룰 세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SVOD 서비스 재개까진 대략 1~2주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상파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의 시청 선택권을 침해하는 SVOD 서비스 중단이 정상화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시청자의 불편이 없도록 케이블 사업자와의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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