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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리스크도 기꺼이? 크래프톤, 배그 차기작 찾아 ‘직진’

포켓몬스터 표절 논란이 뒤따르는 팰월드. [ⓒ포켓페어]
포켓몬스터 표절 논란이 뒤따르는 팰월드. [ⓒ포켓페어]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크래프톤이 공격적인 외부 투자를 통해 IP(지식재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회사 대표 먹거리인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 뒤를 이을 차기작을 찾겠단 심산인데, 이 과정에서 상품성이 있다면 잡음이 나온 작품들과도 맞손을 잡는 등 잠재적 리스크도 기꺼이 짊어지겠다는 모습마저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 전략 아래 IP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의존을 벗어나 회사 성장을 견인할 신규 상품을 찾기 위해서다.

내부 스튜디오발 자체 개발작을 포함해 외부 개발사에 대한 지분 투자와 파트너십 체결도 활발하다. 크래프톤이 2021년 이후 지난 2분기까지 투자한 개발사만 총 27개사에 달한다. 확보한 게임들의 장르도 슈터, 역할수행게임(RPG) 등으로 다양하다.

크래프톤은 최근엔 3인칭 오픈월드 게임 ‘팰월드’를 기반한 ‘팰월드 모바일’ 제작팀을 꾸리고 개발진 구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팰월드는 일본 도쿄 소재 소규모 게임사 포켓페어가 지난 1월 PC·엑스박스 플랫폼에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로 출시한 게임이다.

일종의 몬스터인 ‘팰’을 월드에서 포획해 넓은 세계를 탐험하고 생존하는 재미를 담았다. 발매 후 한 달간 스팀에서 1500만장 판매고를 올렸으며, 한 때 전세계 동시 접속자수가 200만명을 넘기는 등 소규모 개발사 작품으론 이례적이게 글로벌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공고에서 크래프톤은 “원작의 방대한 오픈월드와 생존, 제작 시스템, 다양한 팰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유지하면서도,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플레이로 만들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팰월드 IP의 흥행 잠재력과, ‘배틀그라운드모바일’ 등으로 다져진 자사 모바일 게임 개발 노하우를 결합해 더 많은 글로벌 이용자층을 확보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포켓페어]
[ⓒ포켓페어]

문제는 팰월드를 둘러싼 표절 시비다. 팰월드는 출시 직후 팰의 디자인과 포획방법이 글로벌 IP ‘포켓몬스터’와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개발 과정에 AI(인공지능)를 활용하는 것에 호의적이었던 포켓페어 대표의 과거 발언 등이 재조명되면서, 포켓몬 에셋을 활용한 AI로 수많은 팰을 만들어 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급기야 지난 18일엔 닌텐도와 포켓몬주식회사가 도쿄 지방법원에 포켓페어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권 침해 소송은 표절 시비가 가려지는 IP 소송과는 다르다. 때문에 디자인의 유사성 보다는 포획 등 전반의 게임 플레이 시스템을 놓고 특허 침해 여부를 다툴 가능성이 높다.

닌텐도는 “피고가 개발 및 배포한 게임 팰월드의 여러 특허를 침해한 혐의에 대한 침해 및 손해 배상을 구하는 것”이라며 “다년간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중요한 지적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브랜드를 포함한 IP 침해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넥슨과 저작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 [ⓒ아이언메이스]
넥슨과 저작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 [ⓒ아이언메이스]

업계 일각에선 크래프톤 행보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IP 확장 과정에서 표절 시비가 붙은 게임 및 개발사와 맞손을 잡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서다.

크래프톤은 앞서선 넥슨과 아이언메이스가 저작권 침해 여부를 다투는 다크앤다커’를 기반한 ‘다크앤다커모바일’ 개발에 돌입했다가 적잖은 비판을 마주하기도 했다.

넥슨은 2020년 내부에서 개발 중이었던 ‘프로젝트P3’ 개발 팀장이던 아이언메이스 핵심 관계자 최모씨가 소스 코드와 각종 데이터를 개인 서버로 유출해 다크앤다커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아이언메이스는 기존 아이디어를 재가공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넥슨이 영업비밀 및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측은 치열한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크래프톤은 다크앤다커를 둘러싼 다툼에 대해 “제3자의 입장에서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다만 저작권과 특허 관련 소송 딱지가 붙은 IP를 이용한 차기작 개발이 잇따르면서, 대형 게임사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망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IP 발굴에 속도를 내는 건 좋지만 적절한 제동이 필요하단 목소리다. 비슷한 사례가 누적되면 결국엔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도 훼손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로 성공한 이후 여러 투자를 바탕으로 차기작 발굴에 힘쓰고 있지만 흥행 타율은 낮은 실정이다. 이에 높은 타율이 보장된 게임을 퍼블리싱하거나 재가공하는 식으로 IP를 확보하려는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업계 불문율이나 상도덕을 지키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크래프톤이 작은 회사가 아니다. 나름의 영향력이 큰 회사인데 앞장서서 저작권 관련 이슈가 있는 타이틀을 퍼블리싱하고 개발하는 것이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급하고 욕심 나는 건 알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다크앤다커모바일 개발 때도 ‘굳이 왜?’라는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며 “이번 팰월드 논란은 닌텐도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과 관련이 있다.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크래프톤인데, 자칫 글로벌에서의 이미지가 바닥을 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크래프톤은 다크앤다커모바일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다크앤다커 저작권 침해 소송은 최종 변론이 마무리된 상태로, 오는 10월24일 오후 2시 1심 판결 선고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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