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주파수 중장기 운용 계획인 '스펙트럼 플랜'이 지난 1일 베일을 벗었다. 이동통신·신산업·공공·제도 등 분야별 연구반을 구성한 이후 2년 만에 공개된 스펙트럼 플랜 최종안은 ▲이동통신 주파수 활용 계획 ▲디지털 신산업 성장지원 혁신 서비스 ▲공공 무선망 고도화 ▲주파수 이용체계 혁신 등의 내용이 담겼다. <디지털데일리>는 스펙트럼 플랜을 통해 변화될 주파수 운용 계획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한민국 스펙트럼 플랜'(이하 ‘스펙트럼플랜’)을 두고 기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중심의 생태계에서 벗어나 주파수 활용의 다변화를 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이통3사의 전유물이었던 주파수를 이동통신 기반 디지털 혁신 서비스 수요가 있는 모든 기업들에 할당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학계에선 이번 스펙트럼 플랜이 당초 이러한 정부 취지와 다르게 발표된 부분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 제대로된 정책 추진을 위한 후속 방안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 디지털 혁신 주파수 확보…"기업 수요 기반 선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1일 이번 스펙트럼 플랜을 통해 주파수를 통신3사 뿐 아니라 전 산업분야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사회 전반에서 이동통신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혁신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기존에도 5G특화망(이음5G) 등을 통해 통신3사 외 일부 기업들의 주파수 사용을 허가해온 가운데, 그 범위를 더욱 확대한 것이다.
이른바 ‘디지털 혁신’ 주파수의 할당 대상은 이동통신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기업이다. 디지털 혁신 서비스라하면 ▲도심항공교통(UAM) ▲무인 자율운항 선박▲자율주행차 ▲위성통신 등을 말한다.
후보 주파수는 현재 미(未)이용 중인 주파수 중 160㎒폭과 현재 타(他)용도로 활용 중이나 신규확보 가능한 278㎒폭을 합한 총 438㎒폭이다.
황금주파수로 꼽히는 700·800㎒ 대역과 1.8㎒대역, 2.1㎓ 대역에서 각각 60㎒, 50㎒, 50㎒ 폭을 먼저 확보한 뒤 추후 700·800㎒ 대역과 2.1㎓ 대역, 4.0㎓ 에서 각각 1.8㎒, 60㎒, 200㎒를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적정 주파수 공급 폭, 이용범위, 할당 대가는 할당 시점 기업 수요를 기반으로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남영준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기업이 수요를 제기하면 과기정통부가 수요자·이해관계자·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 해당 사업 분야에서 특정 주파수를 주는 게 옳은 지 검토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검토가 완료되면 지금처럼 공고 계획을 발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주파수 운용계획과의 차이점은 개방성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공급자 위주의 폐쇄적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남아 있는 주파수를 많이 활용하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 “이동통신 시장, 주파수·서비스만이 키우는 것 아냐”
통신업계 일각에선 이러한 제도 취지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5G 성숙기 돌입에 따른 투자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통신장비업계의 경우, 통신3사 외 기업이 뛰어들면서 투자 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할당 이후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이동통신 생태계 전반을 고려한 후속 방안 마련이 관건이라는 반응도 있다.
정부가 같은 취지로 추진해온 이음5G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동통신 기반의 혁신 서비스가 활성화되려면 주파수 뿐 아니라 장비가 뒷받침돼야 하며, 장비가 나오려면 시장이 커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음5G는 기존 통신사가 아닌 사업자가 특정 지역이나 건물·공장 등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5G 네트워크를 말한다. 정부는 2021년 6월 이음5G 주파수 공급 방안을 확정한 뒤 올해 1월 기준 전국 31개 기업·기관 56개소가 이음5G 주파수를 할당 및 지정받았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선 이음5G의 경우 특히, 시장이 크기 어려운 구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장·물류·의료·제조·시설관리 등 서비스가 병렬적으로 출시되다보니, 특정 시장이 크기 어렵고 관련 장비 확보 역시 어렵다는 지적이다.
즉, 특정 서비스가 활성화돼야 시장이 크고, 시장이 커져야 장비가 출시되는 선순환 고리 구축을 고민해야 한다는 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장비업계 관계자는 “(각 이음5G 사업자가) 사업별 구축하는 기지국 수는 대략 20개 정도 수준으로, 통신사업자 한명 수준이 되려면 약 5000개의 사업자가 필요하다”라며 “주파수를 다수의 사람들에게 나누어 알아서 자율적으로 투자하게 된다면 통신사업자만큼 이 시장을 키울 수 있냐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디지털 혁신 서비스 전용망을 구축하는 전문기업 육성 등 정부 차원의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기에서 전문기업이란 각 기업의 서비스 수요에 맞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엔드투엔드(End-to-End)로 제공해주는 기업을 말한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이음5G의 주요 분야는 제조·공장·의료 등으로 실내환경에서의 장비 구축이 요구된다”라며 “실내환경의 경우 건물마다 망 설계에 차이가 발생하는데, 망을 직접 설계 및 구축한 경험이 없는 사업자들을 대신해 이를 포괄적으로 설계해줄 수 있는 전문기업의 등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통신장비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대기업을 중심으로 협업보단, 자체적인 사업모델을 키우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시장을 키우려면 협업이라는 모델을 가져가야하는데 그러려면 어느정도 정부의 개입을 통한 초기시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할 듯 싶다”고 말했다.
◆ "주파수 확보에만 초점 맞춘 내용 아쉬워"
한편 이번 스펙트럼 플랜에서 주파수 활용과 관련해 국민 편익 증진 보단, 단순히 주파수 확보 관점에만 초점이 맞춰져 발표가 이뤄진 데 대해 아쉬움도 다온다. 특히, 국민 편익과 직결되는 비면허 주파수가 생활 속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활용될 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비면허 주파수는 과기정통부의 허가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다. 우리에게 익숙한 ‘면허 주파수’와 달리, 면허 획득 절차나 할당 대가 및 전파사용료 등 비용 소모가 불필요하다. 즉, 정부는 비면허 주파수가 확대되는 경우 주파수 할당대가를 통한 기금 확보가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가 비면허 주파수를 두는 이유엔 전적으로 국민 편인 증진에 있다. 면허 주파수로 충족하지 못하는 다양한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고, 융합 신산업을 창출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와이파이다. 정부는 6㎓ 대역을 와이파이 용도로 공급, 세계 두번째로 와이파이6E를 상용화한 바 있다. 케이블TV 사업자인 ‘KCTV 제주방송’은 6㎓ 대역을 활용해 와이파이6E 실증사업을 실시했으며, 기업 YST는 제주 누웨마루에서 와이파이6E를 활용한 AR내비게이션 서비스를 통해 지역 소상공인들의 매장 정보를 제공한 바 있다. 최근 정부는 와이파이6E보다 4배빠른 와이파이7' 도입에 나섰다. 도입을 위해 채널 대역폭도 확대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전문가는 "특정 주파수를 통해 어떠한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고, 이 서비스를 통해 국민 편익을 증진시킬 수다는 것보다 주파수 관점에서 (스펙트럼 플랜이) 작성된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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