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주파수 중장기 운용 계획인 '스펙트럼 플랜'이 지난 1일 베일을 벗었다. 이동통신·신산업·공공·제도 등 분야별 연구반을 구성한 이후 2년 만에 공개된 스펙트럼 플랜 최종안은 ▲이동통신 주파수 활용 계획 ▲디지털 신산업 성장지원 혁신 서비스 ▲공공 무선망 고도화 ▲주파수 이용체계 혁신 등의 내용이 담겼다. <디지털데일리>는 스펙트럼 플랜을 통해 변화될 주파수 운용 계획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정부가 지난 1일 주파수 중장기 공급 계획인 '대한민국 스펙트럼 플랜'을 발표한 가운데, 올 초 공개했던 '계획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정책 방향을 추진할 것으로 분석된다.
통신업계에서 주목했던 '3,7~4.0㎓ 주파수 추가 할당'의 경우, 기간통신사업 경쟁상황을 고려해 특정사업자에 대한 단독 배분을 제외하는 방향성에 무게가 실린 것이 주목된다.
◆여차하면 5G 주파수로? …3G·4G용 재할당 촉각
통신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주파수 이용기간 만료에 따른 운용계획 변화는 '재할당'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주파수 중장기 운용계획이 공개됐지만 관련 세부일정의 경우, 재할당 시점(2026년)과 맞물려 있어 사실상 내년 상반기 전까진 '검토 단계'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관련 정책 방향을 주파수 이용만료 시점 1년 전인 내년 상반기에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앞서 지난 1월 스펙트럼 플랜 공개 토론회를 열고 재할당 시기 LTE 가입자 수나 트래픽 등을 고려해 관련 계획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스펙트럼 플랜의 세부사항을 결정하기까지 약 7개월이 걸린 셈인데 ▲제22대 국회 개원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청 취소 처분 ▲과기정통부 장관 교체 등 외부 일정의 영향도 변수가 됐다.
남영준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주파수를 공급할 때는 사업자 수요, 국민 편익, 공급 효과 등 다양한 요인을 검토한다"며 "종합적으로 신중히 검토하다보니 발표가 늦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기간통신산업 경쟁 등 실질적 요소를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스펨트럼 플랜을 종합하면 기존 주파수를 재할당 및 이용종료하는 한편 5G 주파수는 광대역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추가 할당을 검토할 계획이다. 토론회 당시 이용만료 주파수의 재할당 여부가 베일에 가려졌었던 만큼 일부 주파수 운용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는 2026년 만료되는 3G·4G용 주파수는 해당 시기에 맞춰 변화폭이 커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현재 4G로 운영중인 2.6㎓ 주파수 대역은 미할당 90㎒폭과 인접 주파수 100㎒폭을 연계해 광대역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주파수 대역을 재할당할 경우 190㎒폭을 광대역화하게 되고, 재할당없이 신규 할당할 경우엔 5G 용도로 활용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3G는 트래픽 증감 추이에 따라 재할당 논의시점인 오는 2026년전 조기 종료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2.1㎓대역에서 2개사가 10㎒폭씩 이용 중인 3G는 사업자가 서비스 종료를 희망할 경우, 이용자 보호계획 등을 고려해 이용기간 만료 전이라도 조기종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16일 과기정통부가 공개한 무선데이터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올 6월 3G 트래픽은 24테라바이트(TB)로 같은 기간 4G(15만4899TB)와 5G(92만2360TB)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재할당하더라도 단기간 내 3G 서비스가 종료될 수 있으므로 탄력적 이용기간을 부여하거나 4G 이상 기술방식으로의 전환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입장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현재 3G 가입자(IoT 포함)는 약 194만명(2.2%)으로, 2G의 경우 사업자별 2G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1% 내외인 시점에 종료한 바 있다.
◆"기다리다 지쳐"…관심도 뚝 떨어진 5G 주파수?
지난 1월 공개한 스펙트럼 플랜 토론회 당시 공개되지 않았던 5G 주파수 할당 계획은 원론적으로 '폭 넓게 검토를 진행한다'는데 무게가 실렸다. 오는 2026년 주파수 재할당과의 연관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연구반을 통해 다양한 방식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스펙트럼 플랜 최종안을 통해 현재 이용중인 5G 주파수(3.5㎓) 인접대역과 함께 저대역 주파수(700㎒, 800㎒, 1.8㎓대역)까지 병행검증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3.7㎓ 대역은 광대역의 높은 활용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여러 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내세웠다.
3.7~4.0㎓에 대한 추가할당에 대해선 가능성만 언급됐을 뿐 세부적인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300㎒폭을 모두 내놓거나 일부만 떼어 활용할 지에 대한 방식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3.7~3.72㎓ 20㎒폭에 대한 추가할당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통신업계간 경쟁 상황과 연관성이 깊다. 앞서 2022년 LG유플러스가 3.40~3.42㎓ 대역 20㎒를 추가 할당받게 되자 SK텔레콤도 "자사 인접 주파수인인 3.70~3.72㎓ 대역 20㎒ 주파수를 추가 할당해 달라"고 신청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주파수 추가 할당 이후인 지난해 10월 기준 다운로드 속도가 전년 대비 15% 개선된 데다 가입자당 활용 가능 주파수도 14.5㎐로 가장 높아졌다. 통신 3사별로 5G 주파수 대역을 100㎒폭씩 나눠갖게 됐지만 가입자가 가장 많은 SK텔레콤의 경우 가입자당 활용 가능 주파수가 6.5㎐로 5G 품질 및 속도 개선을 위해 추가 할당을 신청하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구반을 통해 공급 여부를 검토하다가 스펙트럼 플랜에서 추가 할당이 어렵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실제로 5G 주파수 추가 할당과 관련돼 연구반 내부에선 3.7~4.0㎓ 300㎒폭 중 3.7~3.72㎓ 20㎒폭을 파편화하는 것이 기간통신사업자 경쟁 측면에서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폭만 단독으로 추가 할당하지 않는 것이 연구반 내 결과라고 과기정통부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3.7~3.72㎓ 20㎒폭 추가 할당 여부를 고민하는 2년여 사이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관심은 인공지능(AI)와 디지털전환(DX)로 중심축을 옮겼고, SK텔레콤도 관련 주파수 대역 추가 할당에 관심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주파수 확보로 투입할 비용을 AI 등 신성장 동력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통신업계 전반에서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 모습이다. 정부가 3.7~4.0㎓ 300㎒폭을 통째로 내놓거나 100㎒폭씩 배분하는 형태로 제공하더라도 5G 관련 투자에 관심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통신사들의 참여가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차 5G 주파수 경매처럼 280㎒폭을 내놓고 경쟁 상황을 유도하는 환경도 아니기에 과기정통부도 추가 할당과 관련한 다양한 방식을 종합 검토하는 모습이다.
남영준 과장은 "3.7~4.0㎓ 300㎒폭과 관련해선 클린존을 통해 (혼·간섭 이슈 없이) 언제든 공급할 여건은 마련돼 있지만 데이터 트래픽이 올라오지 않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통신 품질이 개선된다고 얘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업자 수요가 중요한 만큼 (스펙트럼 플랜이) 3.7~4.0㎓ 300㎒폭을 포함해 다른 대역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기회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3G·4G 주파수 재할당 정책 방향이 결정되는 내년 상반기에 5G 주파수 추가 할당 여부도 함께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부터 5G 주파수 추가 공급 검토를 위한 연구반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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