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상반기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SK E&S와의 합병을 통한 사업 시너지 확대, 지속적인 운영 효율화 추진을 통한 수익성 제고를 제시했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로 재무적 기초체력을 올리는 한편, 적자가 지속됐던 배터리 사업의 연내 분기 흑자전환(BEP) 활동을 지속해 중장기 성장성을 제고하겠다는 의미다.
SK이노베이션은 1일 매출 18조7991억원, 영업손실 458억원을 기록한 올해 2분기 경영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4% 소폭 증가하고 영업손실은 57.1% 개선된 수치다.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이 0.3%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사업별로 보면 석유사업은 고금리 장기화 우려 등 비우호적 거시 경제 환경과 중국 경기회복 지연 영향 등으로 정제마진이 하락하며 전분기 대비 4469억원 감소한 144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화학사업은 파라자일렌(PX), 벤젠 등 주요 제품 스프레드가 소폭 상승에도 2분기 중 진행된 정기보수 영향으로 판매량이 감소해, 전분기 대비 251억원 감소한 영업이익 994억원을 달성했다.
윤활유 사업은 중국 수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680억원 감소한 영업이익 1524억원을 기록했다. 석유개발사업은 전분기 대비 판매물량은 소폭 증가했으나, 복합판매단가 하락과 매출원가 증가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123억원 감소한 142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배터리사업은 미국 지역 판매량 회복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증가에도 공장 가동률 하락, 헝가리 신규 공장 가동으로 인한 초기 비용 증가 영향 등으로 영업손실 460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1301억원 감소한 1조5535억원을 기록했다. 소재사업은 재고 관련 손익 반영 등에 따라 영업손실 701억원을 기록했다.
◆ 고금리·수요 불황에 휘청…하반기 업황 회복이 관건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실적 부진에는 고금리 지속·경기 불황 등에 따른 시황 악화와 대규모 적자를 유지 중인 배터리 사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주력인 석유 사업이 정제마진 하락으로 전분기 대비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정기보수에 따른 판매량 감소 및 중국 수요 약세 등으로 화학·윤활유 사업 이익도 감소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 미래사업으로 꼽히는 배터리 사업이 시장 불황에 따른 가동률 저하, 신규 공장 가동에 따른 초기 비용 등으로 46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하면서 전사 적자 기록에 영향을 줬다.
회사는 하반기부터 사업별 시황이 회복되면서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은 하반기 석유사업 시황이 OPEC+ 감산 지속·이동 및 냉방 등 계절적 수요에 따라 정제마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화학사업도 동절기 의류 수요 대비를 위한 폴리에스터 수요 증가로 PX 스프레드가 보합세를 유지하고, 벤젠은 미국 수요에 힘입어 전년 연평균 스프레드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활유사업에 대해서는 금리 인하에 따른 거시경제 회복으로 윤활기유 및 윤활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회사 SK온이 영위하는 배터리 사업 부문은 메탈가 하향 안정화로 전기차 가격이 내려가고, 고객사 신차 라인업 확대에 따라 소비심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온은 이러한 시황 변화와 함께 생산 라인 효율화 등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 SK이노-SK E&S 합병 초읽기…사업 시너지 속도
SK이노베이션은 중장기적인 성장 기회로 SK E&S와의 합병을 꼽았다. 양사는 지난달 17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 안건을 의결한 바 있으며,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안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승인이 완료되면 합병법인은 11월 1일 공식 출범하게 된다.
김진원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SK이노베이션은 석유 및 화학 밸류체인과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SK E&S는 LNG 등 에너지와 발전사업 진행 중"이라며 "양사가 영위하고 있는 에너지사업은 연관성 매우 높고, 핵심역량도 상호보완적이다. 양사의 자산과 역량을 통합해 경쟁력과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양사 합병법인이 2030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약 2.2조원의 추가 수익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회사는 석유·가스 사업에서 업스트림 인프라 결합, 운영비용 절감 및 다운스트림 캡티브(Captive) 수요 통합에 따라 5000억원 이상의 추가 수익을 낼 것으로 봤다. 전기화 사업에서는 SK E&S의 전력 솔루션과 분산 발전 기술, SK이노베이션의 액침냉각과 배터리를 결합해 1조7000억원의 추가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합병의 여러 목적 중 하나인 재무구조 개선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차입 증가 등으로 재무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를 산 바 있다. 이에 S&P는 올 3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강등하기도 했다.
김진원 본부장은 "S&P는 현재 SK이노베이션과 관련해 90일 이내 신용등급을 재평가하겠다는 '크레딧 워치 포지티브'로 변경했다"며 "다만 배터리 가시적인 성과 개선 등 재무구조 안정화를 평가할 것이다. 당사는 기업가치 위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는 만큼 신용등급 관리를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하반기 BEP 목표' SK온, 신차·HEV 효과 거둘까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하반기 실적 반등의 열쇠로 SK온의 흑자전환을 꼽고 있다. SK온 자체 수익성이 담보돼야만 SK이노베이션-SK E&S, SK온-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합병의 성과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SK온은 지난 6월 비상경영을 선포한 이래 운영 비용 효율화, 원가 절감을 위한 라인 전환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특히 신규 공장의 수율을 단기간 내 끌어올려 초기 비용·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기존 라인은 하이브리드차량(HEV) 및 수요가 높은 고객사용 전환 등에 초점을 맞춘 모양새다.
전현욱 SK온 IR담당 부사장은 "북미 공장 라인 전환은 보조금 수취 등 미국 내 생산이 자동차 업체에 중요해짐에 따라 SK배터리아메리카 공장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라인전환은 투자비 최소화와 수익성 개선 등에 초점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1~2년 내 신규 출시가 예정된 모델은 포드 트랜짓 커스텀, 현대차그룹 EV9, 아이오닉 대형 SUV 등 북미 생산 예정 모델이 있다"며 "이외에도 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신규 수주 추진하고 있고, 다수의 글로벌 기업과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운영 효율와와 관련해서는 "손익개선 개선 극대화하기 위해 원가구조 모든 곳을 재점검하고 있다"며 "원소재 구매경쟁력 제고 등 운영 효율성 제고와 모든 항목에 있어 불필요한 항목 없는지 가능한 한 모든 아이템을 발굴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개발 중인 각형 배터리에 대해서는 개발이 완료돼 고객사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 부사장은 "각형 배터리 기술 개발은 완료됐다. 더 나아가 제품의 품질이나 안정성 뿐 아니라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볼륨마켓 등 모든 전기차 세그먼트를 커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고객사와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HEV 대응에 대해서도 "과도기적으로 HEV 수요 증가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중국을 제외한 하이브리드 시장 탑3 플레이어로서 안정적 공급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최근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과 파트너십도 체결했으며, 이외 지역별 다양한 곳과 협업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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