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필에너지가 상반기 호실적을 달성하면서 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매출의 2/3 가량을 달성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수주한 1596억원의 장비 수주가 이번 2분기 중 대부분 매출로 인식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하반기 역시 주요 고객사의 미국·유럽 권역 투자 지속에 따라 수주 확보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필에너지는 26일 지난해 9월 25일 수주했던 1596억원 규모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건에 대한 정정 공시를 냈다. 계약상대방과의 협의에 따라 계약종료일과 유보기한 변경 기간이 이달 29일에서 내년 6월 30일로 변경된 것이 주된 골자다.
필에너지는 공시를 통해 "정정공시일(7월 26일) 현재 계약금액의 90%가 입금 완료됐으며, 향후 납품된 설비의 셋업이 완료되면 잔여분에 대해 이행완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 계약 공시의 상대방(고객사)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삼성SDI와 스텔란티스가 북미에 합작한 '스타플러스 에너지'를 향한 물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상 장비 납품은 6개월~1년 사이 리드타임을 거쳐 공장에 납품된 후 셋업이 완료되면 잔금을 받는 구조다. 셋업이 완료되는 시점에 매출로 인식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필에너지는 상반기 중 1596억원의 90%인 1437억원 가량을 납입 받아 매출로 인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필에너지는 1분기 중 573억원의 매출을 인식한 바 있다. 2분기 중 최소 864억원의 매출을 인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기만에 지난해 매출액인 1967억원의 약 73%를 달성한 셈이다. 지난해 11월, 3월 각각 확보한 998억원(총 1996억원)의 수주가 하반기부터 매출로 인식된다면 지난해 연 매출을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반기부터는 삼성SDI를 비롯한 주요 배터리 고객사로의 신규 장비 수주도 기대된다. 침체된 배터리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46파이 와인더의 수주 확대가 가까워지는 덕이다.
46파이 배터리는 지름이 46mm인 원통형 배터리로, 기존 2170 규격 대비 높은 에너지 용량을 갖춘 제품이다. 여기에 원통형 특유의 높은 생산성으로 램프업(Ramp-up) 시 배터리 원가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필에너지의 46파이 와인더는 배터리 전극에 탭을 형성하는 노칭 모듈과 전극을 감아주는 와인딩(Winding) 공정을 합친 장비다. 국내에서 46파이 와인더 기술력을 갖춘 회사는 비상장사 코엠(KOEM)과 필에너지가 유이하다.
현재 배터리 업계에서는 삼성SDI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파나소닉·EVE에너지 등이 46파이 사업 진출에 나섰으며, 테슬라·리비안·BMW·볼보 등이 관심을 표하는 상황이다. 필에너지는 최근 확보한 유럽 배터리사 수주를 시작으로 글로벌 배터리사로의 마케팅 확대를 노리고 있다.
주력 기술인 레이저 노칭에 대한 성과를 거둘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노칭은 전극 공정 중 양·음극활물질이 코팅된 극판에 탭을 형성하는 공정이다. 기존에는 칼날(Blade)을 이용한 금형 노칭 방식이 주류였으나, 최근에는 생산성이 높은 레이저 노칭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필에너지는 난제로 꼽혔던 양극 합제부(코팅 물질이 발라진 부분) 레이저 노칭 기술을 내재화한 바 있다. 니켈·코발트·망간 등의 녹는 점이 달라 발생하는 불균형한 탭 형성 문제를 레이저 정밀 가공으로 해결했다는 의미다. 관련 장비가 상용화될 경우, 핵심 고객사인 삼성SDI와 유럽 배터리사로의 납품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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