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가입자를 목전에 둔 알뜰폰 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이동통신 3사 공시·전환지원금 확대 영향으로 가입자 증가폭이 둔화세로 접어든데다 ▲알뜰폰 사업의 금융권 부수업무 지정 ▲오프라인 매장 신분증 스캐너 의무화 ▲90일 내 번호이동 수수료 부과 등의 정책이 시행되면서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 내년부터 알뜰폰 업체들이 직접 이동통신사와 망 도매대가를 협상하고 전파사용료도 일부 납부하는 형태가 확정됨에 따라 알뜰폰업계에서는 위기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알뜰폰업계의 현 위기 상황을 짚어보고, 향후 대책 및 전망에 대해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금융위원회가 KB국민은행이 신고한 알뜰폰 사업을 부수업무 지정을 승인하면서 금융권의 알뜰폰시장 진출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후발 사업자로 참여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준비에 나섰고, 나머지 은행들은 수익성을 검토하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알뜰폰업계는 이동통신 3사 자회사와의 경쟁도 모자라 금융업체들까지 시장에 진입하는 상황이 되자, 출혈경쟁으로 비화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는 금융업체들의 과당경쟁 유발이 직접적인 배경이 된다. 과당경쟁은 같은 업종에서 일반적인 자유 경쟁 범위를 넘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지나치게 하는 경쟁을 의미한다.
현재 알뜰폰업계가 경계하는 금융권의 과당경쟁은 '출혈 마케팅'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 금융위원회에 알뜰폰 사업을 은행법상 부수 업무로 신고하면서 망 도매대가(이동통신사로부터 통신망을 빌리는 대가) 대비 90% 수준의 요금제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KB국민은행은 부수업무 지정을 받은 직후 알뜰폰 브랜드 'KB리브모바일(KB리브엠)' 상품에 '통신비 할인 프로모션'을 더해 최대 망 도매대가의 70% 수준의 요금제를 선보이는 등 과당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에 휩싸였다.
실제로 KB리브엠은 지난 4월 '친구 결합' 프로모션을 통해 통신요금 할인 이벤트에 나섰다. 친구 결합 할인은 KB리브엠 이용고객간 친구 결합을 통해 통신비를 할인받는 서비스로, 최대 3명 결합 시 월 3300원의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를 요금제에 적용할 경우, KB국민은행이 약속했던 망 도매대가의 90%보다 낮은 수준의 요금이 책정된다. 예를 들어 월 1만9900원의 'LTE 15GB+(100분·100건) 요금제(LG유플러스망)'에 친구 결합 프로모션 최대치(3명)를 반영하면 최대 3300원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데, 이는 망 도매대가의 70%도 되지 않는 규모다. 현재 KB국민은행은 전산 개발을 이유로 알뜰폰 요금제 인상을 오는 8월까지 연기한다는 방침이다.
알뜰폰업계는 KB국민은행이 후발 사업자 진입 전 최대한 많은 가입자를 모집하기 위해 출혈 마케팅을 펼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신사업 제휴 추진부서를 산하에 두는 한편 올 2월 들어 알뜰폰 사업 담당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이후 우리은행은 '알뜰폰 사업 통신 사업자 제안' 공고를 제시하는 등 관련 사업 준비를 순차 진행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 현재 관련 사업 수익성을 검토하는 사업자까지 시장에 진입할 경우, KB국민은행 등 기존 금융권 사업자들이 가입자 유치를 위해 대규모 출혈 마케팅을 감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국회 과방위 소속 윤영찬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KB리브엠은 2019년 알뜰폰 시장 진출 이후 2022년까지 총 492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KB리브엠은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려 약 40만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상황이다.
이는 초기 인프라 및 설비 구축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더라도, 고객 금융거래정보를 비롯한 신용·개인정보가 결합된 '마이데이터' 판매 등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판단이 뒷받침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출혈경쟁에 나설 경우, 이동통신 3사 자회사를 제외한 중소 알뜰폰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에 밀려 서서히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상황과 직면하게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금융권 알뜰폰 사업 규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관련 정책이 시행된 것은 아닌 데다 '단통법 폐지'나 '제4 이동통신사업자' 출현까지 더해질 경우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알뜰폰업계와 시민단체는 금융자본을 앞세운 초대형 시중은행이 약탈적인 가격경쟁에만 몰두해 알뜰폰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금융위는 KB국민은행의 알뜰폰사업 부수업무 허가를 철회하라'는 성명에서 "금융자본을 앞세운 초대형 시중은행이 알뜰폰사업을 영위할 경우 이동통신시장 내 경쟁제한으로 인해 중소 알뜰폰사업자의 생태계를 교란시킬 우려가 크다"며 "KB국민은행이 내수시장에서 금융업 본연의 경쟁보다는 중소 알뜰폰사업자들과의 약탈적인 가격경쟁에만 몰두하고, 마이데이터 판매에만 몰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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